기획·칼럼

학교 갈 시간 만들어 준 ‘땅콩 탈각기’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32) 곡물 알맹이 선별 기술

저개발 국가의 여성과 어린이들은 남성들처럼 일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기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여성과 어린이들의 일손을 도와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땅콩 껍질을 까는 기계와 옥수수의 알갱이만을 수확하는 기계가 꼽힌다.

땅콩 겉껍질을 빠르게 벗겨주는 탈각기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 Full Belly Project

땅콩 겉껍질을 빠르게 벗겨주는 탈각기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 Full Belly Project

땅콩 겉껍질 제거 장치로 생산성 향상

땅콩은 서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의 주요 수익원이자 핵심적인 단백질 보급원이다. 따라서 땅콩 농사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숫자만 100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70%는 땅콩을 키우고 수확하는 재배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수확한 땅콩의 겉껍질을 벗기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땅콩은 밤색의 얇은 껍질로 둘러싸여 있거나, 아예 껍질마저 까버린 하얀 알맹이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원래 땅콩은 정월대보름날 부럼으로 먹을 때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있다. 아무래도 껍질이 딱딱한 만큼, 이를 까려면 손이 아프고 불편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딱딱한 껍질을 까는 작업이 오롯이 여성과 어린이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남성들은 모두 힘을 써야 하는 땅콩 재배 작업에 투입되기 때문에, 수확한 땅콩의 겉껍질을 벗기는 작업은 여성과 어린이들이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아프리카 지역은 땅콩 재배에 있어 최적의 장소이지만, 생산성이 낮아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지내왔다. 땅콩의 최대 수출 국가로는 아르헨티나나 네덜란드 등이 꼽히는데, 이들 국가는 재배 환경이 서아프리카 지역보다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이 뛰어나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생산성 수준이 이처럼 떨어지다 보니 서아프리카 지역의 여성과 어린이들은 하루 종일을 허리를 숙인 채 땅콩 껍질을 까야 하기 때문에 건강에 적신호까지 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땅콩탈각기(Universal Nut Sheller)는 바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기계장치다. 땅콩 껍질을 사람을 대신해서 빨리 까주는 이 기계장치는 비영리 적정기술 단체인 FBP(Full Belly Project)가 개발했다.

FBP를 설립한 ‘요크 브랜디스(Jock Brandis)’ 대표는 세네갈과 나이지리아 등지를 여행하다가 해당 지역 여성과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손으로 땅콩 껍질을 까는 양이 10Kg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땅콩 탈각기는 콘크리트와 철골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 Full Belly Project

땅콩 탈각기는 콘크리트와 철골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 Full Belly Project

작업의 비효율성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땅콩 껍질을 까는 과정이 여성과 어린이들의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땅콩 껍질에 붙어 자라는 곰팡이가 피부로 흡수되어 면역력을 떨어뜨리면서 각종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요르디스 대표는 “땅콩은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는 중요한 식품이어서 대량 생산이 반드시 필요한데다가, 땅콩 껍질을 까는 과정이 여성과 어린이들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껍질을 까는 기계장치의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라고 밝혔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땅콩탈각기는 마치 커피 원두를 가는 장치인 그라인더처럼 손잡이를 돌려 껍질을 까도록 설계되었다. 장치 윗부분에 땅콩을 비롯한 각종 견과류를 넣은 후 핸들을 돌리면, 내부 회전자가 돌아가면서 땅콩 껍질을 까는 것이 작동원리다.

이 외에도 땅콩탈각기는 콘크리트와 철골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별다른 고장 없이도 25년 정도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누구나 쉽게 작동시킬 수 있는 운전 방법은 노동시간과 위험성을 줄이고, 생산량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는 FBP만의 또 다른 장점이다.

요르디스 대표는 “현재 땅콩탈각기를 17개 국가에 판매했는데, 주문이 넘쳐나 생산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을 정도”라고 밝히며 “이처럼 땅콩탈각기가 인기인 이유는 우간다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 곳곳에서 땅콩 생산량을 20% 이상 높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옥수수 생산량을 늘리는 풀무와 수확기

서아프리카 지역이 땅콩 농사에 탈각기를 사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면, 아시아의 중국과 남미의 과테말라는 옥수수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동식 풀무와 알맹이 수확기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의 응웬빈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옥수수 죽을 주식으로 삼아왔다. 옥수수 알갱이를 말려 가루를 낸 다음, 이를 끓여서 만든 죽을 주식으로 먹어 온 것.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늘 옥수수 알갱이에 이물질이 섞여 있다 보니 이를 일일이 골라내느라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과테말라 지역에 보급된 옥수수 알맹이 수확기 ⓒ engineeringforchange.org

과테말라 지역에 보급된 옥수수 알맹이 수확기 ⓒ engineeringforchange.org

이를 위해 현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동식 풀무 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했다. 전력 공급 기반이 부족한 만큼, 주민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자동식 풀무 대신에 손으로 핸들을 돌려서 먼지를 제거하는 수동식 풀무로 상당한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과테말라에서는 옥수수 알맹이를 선별하는 작업에 투입되던 여성과 어린이들의 일손을 줄여주기 위해 알맹이만을 확보할 수 있는 수확기가 사용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나뭇조각 가운데 구멍을 뚫은 단순한 형태이지만, 수확 효과가 뛰어나서 많은 어린이들이 선별 작업을 위해 학교를 일찍 조퇴하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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