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하체마비 환자가 등산을 간다?

[전승민의 미래 로봇(완료)] 환자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 급증…계단, 비탈길도 두발로 이동

영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나 ‘어벤져스’를 보면 금속 갑옷으로 만든 로봇, 즉 웨어러블 로봇(아이언맨)을 입고 싸우는 슈퍼영웅 ‘토니’가 등장한다.

토니에게 또 다른 웨어러블 로봇(워머신)을 얻어 입고 싸우는 ‘로디’는 적의 공격을 받고 척수에 상처를 입어 평생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몸이 된다. 아이언맨은 로디를 위해 그의 걸음걸이를 보조해 줄 ‘환자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

토니는 거의 ‘궁극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보이는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 수 있지만 로디 전용의 하반신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면서 꽤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이 장면은 영화 제작진들이 근력강화용 로봇과 환자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을 제대로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웨어러블 로봇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며, 제작법이나 관련 기술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만드는 ‘근력강화용’ 웨어러블 로봇은 군인이나 구조대원, 무거운 물건을 취급해야 하는 산업체 근로자 등에게 유용하다. 이런 로봇의 성능을 극한까지 높이면 아이언맨과 비슷한 형태가 될지 모른다.

반대로 ‘환자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은 하체마비 환자나 전신마비 환자, 근력이 아주 약한 노약자 등을 위해서 개발된다.

환자들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뇌파 로봇제어 기술각광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 특별한 시축 행사가 열렸다.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한 청년이 EEG(뇌파측정장치)를 내장한 헬멧을 통해 생각만으로 움직였다. 인간이 뇌를 직접 컴퓨터 시스템과 연결하는 BCI(뇌-컴퓨터 연결) 기술을 활용해 웨어러블 로봇을 움직인 첫 사례로, 관련 기술 혁신의 전환점이 됐다.

이 성과는 곧바로 전 세계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나선 연구진도 많다. 2014년엔 한쪽 다리를 뻗어 공을 툭 건드려보는 데 불과했지만, 이제는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보인다.

국내에선 김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 팀이 BCI 기술을 이용한 하체마비 환자용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 비해 로봇이 훨씬 경량화됐으며 성능도 훨씬 높다. 압력센서가 붙은 전자 목발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면 환자 혼자서 어느 정도 보행도 가능하다. 이 기술은 지난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첨단기술 전시회인 ’CES2020‘에서 소개돼 많은 호평을 받았다.

2019년 10월에 발표된 프랑스팀의 연구결과 역시 괄목할 만하다. ‘알림 루이 베나비드’ 프랑스 그르노블대 생물물리학과 명예교수팀은 전신마비 환자용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팔과 다리를 모두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다.

‘티보’라는 이름의 28세 청년은 건물 발코니에서 12m 아래로 떨어져 척수를 다쳐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외골격 기술을 이용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실험에서 외골격 로봇을 입고 두 손과 팔 관절을 움직이고, 축구 경기장을 한 바퀴 걷는 데 잇따라 성공했다.

이 방식은 환자의 머리에 두 개의 전극을 심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두개골과 뇌 사이로 전극을 연결해 뇌를 직접 다치지 않고도 뇌파 신호를 더 정확하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환자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 실용화 머지않았다

최근 들어 BCI 기술을 적용한 외골격 로봇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뇌파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느 정도 실용화를 점쳐볼 단계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에만 성공하면 온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마비 환자도 최소한의 이동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

그러나 BCI 기술은 실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해 다양한 방식의 환자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군사용, 혹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은 건강한 착용자들이 입고 움직일 것을 생각하고 설계한다. 사람이 신체를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확인해 최대한 정확하게 따라 움직이며 같은 방향으로 힘을 내 근력을 보조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강한 힘을 내기 위한 유압식 구동장치를 쓰는 일도 많다.

반대로 환자의 재활, 혹은 장애인 보조 목적의 웨어러블 로봇은 처음부터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 혹은 다리 힘이 약한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든다. 이와 같은 이유로 로봇 스스로 사람의 몸을 보조해 한발 한발 안정적으로 걷는 기술이 더 중요해진다.

흔히 체중 감지 방식이 주로 쓰인다. 사람은 왼쪽 발이 걸어나갈 때는 저절로 오른쪽 어깨를 앞으로 내밀게 된다. 발만 계속 걸어나가면 엉덩방아를 찧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빌려와 무게를 느낀 것과 반대쪽에 있는 발을 앞으로 움직여 준다. 여기에 압력센서가 붙은 ‘전자목발’을 보조적으로 이용하면 어느 정도는 혼자 보행이 가능해진다.

국내 기업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워크온슈트’의 모습. © KAIST 제공

비슷한 방식의 로봇은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해 현재는 미국 법인에서 시판 중인 리워크(Rewalk)가 유명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KAIST와 공동 연구 중인 ‘엔젤로보틱스’가 ‘워크온슈트’가 유명하다. 대기업 중에는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진이 웨어러블 로봇 ‘H-MEX’를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척수손상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 ‘리워크’. © ReWalk Robotics 제공.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알려진, 노인들을 위한 재활용 로봇 ‘HAL’도 유명하다. 일본 기업 ‘사이버다인’이 개발했다.

HAL은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즉 ‘근전도’를 측정 방식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만 주로 노인이나 환자 재활용으로 쓰인다. 미약하더라도 근육의 기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다리에 신경이 완전히 통하지 않는 하체마비 환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보통은 몸의 근육에 접착 패드를 붙이고, 그 패드를 통해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를 측정해 환자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이 방식은 근력증강형이나 재활보조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으나, 일일이 정확한 부위에 접착 패드를 붙여야 하니 입고 벗기 불편한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능은 비교적 확실하다. 이에 의료용품으로 정식 승인을 받고 의료보험 대상에 포함한 것이 받은 것이 2016년이다. 루게릭병(ALS)을 포함해 근위축증과 척수성 근위축증 등의 치료에 쓸 수 있다.

이 밖에 이마센전기제작소(今仙電機製作所)는 노인들의 보행을 지원하는 로봇인 ‘알크(aLQ)’를 판매하고 있으며, 도요타 자동차도 재활지원 로봇 ‘웰 워크(Welwalk)’를 개발해 공급에 들어갔다. 미국도 리워크 로보틱스가 척수손상 환자를 위한 로봇을 시판하고 있다.

완전한 실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환자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은 빠르게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 장애가 있는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로든 성큼성큼 걸어갈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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