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까지 이어지는 고대인들의 인연
우리에게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크레타 섬. 유로파의 아들 미노스(Minos)는 이 섬의 왕이 되었다. 왕국은 주변의 바다를 지배하는 강력한 해양 왕국으로 성장했고 아테네마저 속국으로 삼았다.
미노스는 온 세상이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는 기고만장했고 오만방자했다. 아버지인 제우스 외의 신들에겐 존경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크레타를 에워싼 바다의 신 포세이돈(Poseidon)은 부아가 치밀었다.
어느 날 포세이돈은 파도의 거품을 이용해 ‘흰 소’ 한 마리를 빚어 미노스에게 주면서 말했다. ‘엎드려 절 받기’이긴 하지만, 그것을 제물로 자신에게 제사를 지내라는 것. 제우스가 유로파 공주를 납치할 때 변신했던 흰 소는 크레타의 상징이었다.
미노스는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못이기는 척 소를 받아왔다. 그런데 미노스는 소에게 갑자기 묘한 감정이 생겼다. 소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졌다. 그래서 흰 소를 숨기고 다른 소를 잡아 얼렁뚱땅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흰 소는 잘 감추어두었다.
문제는 미노스 만큼이나 소를 사랑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왕비 파시파에(Pasiphae)였다.
파시파에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Helios)의 딸이었다. 포세이돈은 대놓고 무시하던 미노스지만 어쩐 일인지 헬리오스에겐 제사도 잘 챙겨주었다. 인간들에게 제삿밥 얻어먹기가 힘든 헬리오스는 미노스가 고마워서 딸을 선뜻 내주었다.
마음에도 없는 결혼, 그것도 미노스 같이 거만한 인간과 결혼한 왕비는 행복할 리가 없지만 그래도 7남매를 낳아 길렀다. 그런 파시파에가 남편이 끔찍이 아끼는 소에게 반해버렸다. 이를 어쩌나!
당시 크레타에는 그리스 신화계의 에디슨이라 할 다에달로스(Daedalos)가 그 아들 이카로스(Icaros)와 함께 살고 있었다. 왕비는 다에달로스에게 애원했다. 인간과 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뭐든 못 할 것이 없는 다에달로스는 왕비의 청을 받들어 나무로 암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왕비가 그 안에 들어갔고 하얀 소는 왕비에게 생명을 잉태시켰다. 그렇게 왕비의 몸에서 여덟 번째 아기가 태어났다. 소머리에 사람 몸을 한 하이브리드(hybrid) 괴물이었다.
소머리 괴물은 크레타를 쏘다니며 사람을 잡아먹었다. 백성들은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이 괴물을 ‘미노타우로스’라 불렀는데, ‘미노스의 황소’란 뜻이다. 출생의 숨겨진 비밀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미노타우로스/미노타우루스 Minotauros/Minotarus ← Minos + tauros 소 (그리스어)/taurus(라틴어)
타우린 taurine ← taurus 황(숫)소; 1827년에 황소의 쓸개즙에서 발견된 물질에 붙은 이름이다. 라틴어로 황(숫)소는 타우루스(taurus), 암소는 바카(vacca)다.
백신 vaccine ← vacca 암소; 최초의 예방 접종 약은 암소에서 얻었기에 vaccine(백신) 이라 불렸다.
백성들이 소머리 괴물 때문에 아우성을 치자 미노스는 일단 괴물을 잡아들였다. 하지만 죽일 생각은 없어서 괴물을 가두어 놓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괴물을 잘 가두어 놓지? 다시 다에달로스가 불려간다. 다에달로스는 소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되 절대로 밖으로는 빠져나오지 못할 아주 기발한 공간을 만들었다. 바로 라비린토스였다.
라비린토스/라비린투스 Labyrinthos/Labyrinthus → labyrinth 미궁, 미로
당시 사람들은 방이나 통로들이 복잡하게 연결된, 그래서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가 대단히 어려운 구조물을 라비린스라 불렀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에서는 이를 본따 정원에 높은 울타리로 갈래를 이룬 미로를 만들었다(maze). 오늘날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만난 경우에 ‘미궁’에 빠졌다(be in maze)고 말한다.
한편 미로는 교회에서도 사용됐다. 교회는 먼 거리의 순례길에 오르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제자리를 뱅뱅 도는 미로를 이용해 묵상의 길을 만들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 소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정을 가진 미노스는 괴물이 굶어 죽지 않도록 산사람을 먹이로 주었다.
그런데 자국민인 크레타인을 먹일 수는 없으니 속국인 아테네인들을 먹이기로 했다. 그래서 아테네에선 매년 7명의 청년과 처녀들이 괴물의 먹이로 끌려갔다.
그러자 왕자 테세우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스스로 라비린토스에 들어가 괴물을 죽여 아테네인들을 구하기로 했다.
물론 테세우스가 헛된 용기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크레타 아드리아네(Adriane) 공주의 도움을 받기로 미리 약속되어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왕자는 공주가 조국을 배반하고 자신을 도와주면 그녀를 아테네로 데려가 결혼하기로 굳은 약속을 했다.
공주는 왕자에게 실타래와 칼을 쥐어주었고, 테세우스는 실타래 끝을 입구에 묶어 놓고 라비린토스에 들어가 괴물을 찔러 죽인 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것은 마치 그리스식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이야기가 아닌가!
한편 그리스인들의 질긴 인연은 우주까지 이어진다. 교착 상태에 빠진 유로파(Europa) 프로그램을 대신해 개발된 아리안은 아리아드네의 프랑스어다.
아리아드네 공주가 테세우스를 도와주었던 것처럼 난관에 빠진 ESA의 로켓 프로그램을 구원해 달라는 바람을 담아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유로파는 그녀의 할머니가 된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문제 해결의 실마리(!)
아리안 로켓 Ariane Rocket: 유럽우주국(ESA)이 1979년에 처음 발사한 일련의 로켓 시리즈의 이름이다. 현재 아리안 5호가 사용되며 다수의 우리나라 위성들을 실어 보낸 발사체다. 연말에 있을 천리안 2A호 위성 발사에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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