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하반신마비 환자를 걷게 만드는 기술

[전승민의 미래 의료] 환자보조용 보행로봇 연구 급진전, 뇌파분석+신경전극 기술도 존재

걸음걸이는 일상생활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기능이다. 척수손상으로 홀로 걸을 수 없는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와 선박 등 다른 이동 수단조차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10만 명에 달하는 척수마비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체마비 환자를 걸을 수 있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아마도 의학적으로 ‘줄기세포’ 를 이용해 척수신경을 대신할 새로운 신경을 만들어 내는 방법일 것이다. 신경 자체를 되살려 내 건강한 몸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이다. 사람의 수정란에서 뽑아낸 배아줄기세포, 몸속에 있는 다른 세포에서 뽑아낸 ‘성체줄기세포’ 등을 이용하거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 등의 기술이 두루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방법으로 척수 신경을 되살려 낸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 대안으로 환자 보조용 외골격 로봇(Exoskeleton Robot)’을 이용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다리를 움직일 수 없으니, 로봇다리를 이용해 걷는 방법이다. 현재 하체마비 환자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걸음을 옮겨 볼 수 있는 방법은 외골격 로봇이 사실상 유일하다.

환자용 로봇, 군사·산업용 아이언맨 슈트와 달라

흔히 ‘아이언맨 로봇’으로 불리는 착용형 로봇은 군인이나 소방대원을 위한 ‘근력 강화’ 목적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이런 로봇을 그대로 가져다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 입어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겉보기엔 모양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종류의 로봇은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다. 우선 군사용, 혹은 산업용으로 쓰이는 외골격 로봇은 착용자의 운동 의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로봇이 정확한 동작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다. 즉 건강한 사람이 로봇을 입고 더 큰 힘을 내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팔다리의 근육이나 신경에서 신호를 얻어오는 형태로 개발된다. 이 경우 딱딱한 로봇 몸체 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일 때 생기는 피부 압력을 측정하는 ‘감압식’, 힘을 주면 근육이 딱딱해지는 것을 확인하는 ‘근육 경도 측정식’, 무릎이나 발목을 구부릴 때 생기는 힘을 감지하는 ‘토크 측정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쓰인다.

그러나 하체마비 환자용 로봇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돕도록 만들어진다. 이미 하체에 신경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운동 의지를 감지할 방법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혀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는데, 이 경우엔 체중 감지 방법을 주로 이용한다.

환자의 한쪽 발에 걸린 무게를 측정하고, 체중이 실리지 않은 다른 쪽 발을 옮겨주도록 만든다. 신발 바닥에 압력 센서가 있어서 어느 발이 땅을 디디고 서 있는지, 발의 앞꿈치나 뒤꿈치 중 어느 쪽에 체중에 쏠려있는지를 확인한다. 여기에 더해 끝부분에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붙어있는 ‘전자 목발’을 함께 사용한다. 두 팔에 전자 목발을 들고 걸어나가고 싶은 방향의 전자 목발을 땅에 짚으면 반대쪽 다리가 앞으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걸어나갈 수 있다.

실용화 목전, 넘어졌을 때 안정성 등은 추가 연구 필요

이 방식으로 개발한 하체마비 환자용 로봇은 이스라엘 연구진이 개발해 미국 법인이 시판 중인 리워크(Rewalk)가 유명하다. 국내에선 KAIST 연구진 및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워크온슈트(Walkon Suit)가 잘 알려져 있다. 하체마비 환자들이 다양한 장애물을 돌파하는 대회인 ‘사이배슬론’ 출전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 해당 분야에서 강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23일 하반신 마비 환자인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에게 외골격 로봇 기술로 새로운 걸음을 선사하는 프로젝트인 ‘두 번째 걸음마’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박 선수는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팀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H-MEX(Hyundai Medical Exoskeleton)의 힘을 빌려 휠체어에서 일어나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가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외골격 로봇 ‘H-MEX’를 착용하고 두 다리로 걷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런 환자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도 아직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다. 우선 넘어졌을 경우 혼자 일어나기 어려워 결국 주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몸을 감싸고 있는 금속 외골격 로봇과 함께 넘어졌을 경우 부상이 더 커질 우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파기술 각광, 끊어진 신경 연결하는 신경 전극기술도 연구 중

아직 실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더 먼 미래엔 ‘뇌파’를 이용한 기술이 빠르게 실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9년 10월. 프랑스 그르노블대학교 알림 루이 베나비드 명예교수팀이 팔과 다리를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전신 마비 환자용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 KAIST의 김래현 책임연구원팀은 EEG(의료용 뇌파측정장치)와 전자 목발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의 외골격 로봇을 개발 중이다. 다만 아직은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수준이다. 뇌파로 로봇 다리를 원활하게 움직이라면 인간의 신경신호를 더 깊이 분석해 내야 하므로 실용화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인간의 신경신호를 완전하게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신경 전극’을 이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게 된다. 뇌파와 신경 신호를 정확하게 분석해 끊어진 신경의 일부를 전기회로로 대체하여 신경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 다리의 감각과 운동능력을 되살려 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뇌파를 분석해 하체로 보낼 뿐 아니라, 하체가 느낀 감각을 다시 뇌로 돌려보내야 하므로 뇌 및 신경 기능에 대한 한층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전극 자체를 개발하는데도 많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체에 삽입해야 하므로 생체 내에서 화학적 부식 우려가 없는 소재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17년 인체 내에 장기간 삽입해 둘 수 있는 신경 전극을 개발해 발표한 바 있다. 뇌졸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나 아직 신경 전달률은 15~25%에 그친다. 신경 전극을 이용한 방법을 이용해 하체마비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되려면 완전한 실용화까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경 전극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1730)

태그(Tag)

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0년 9월 23일11:47 오전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는 장비를 활용해서 도움을 주고 있어서 그런 연구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뇌파와 신경 신호를 정확하게 연결해서 동작을 섬세하게 할 수 있는 연구가 더 진행돼서 실용화 하면 좋겠습니다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