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지구의 아픔

얀 베르트랑 사진으로 본 환경 이야기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시대 상징 중 하나로 들릴 뿐이다. 그런데 하늘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보면 어떨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15일까지 열리는 ‘하늘에서 본 지구-it’s my home’展은 우리의 홈(HOME)인 지구의 현실을 사진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 전시는 세계적인 항공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 Bertrand)이 지난 20년간 헬리콥터를 타고 고도 3~3천m 하늘에서 찍은 사진 중 대표 작품을 선보인다. 얀의 사진전은 ‘신의 시선’이라는 평을 받으며 그 동안 100여개 국에서 1억5천만명이 관람했다. 그의 사진을 통해 본 지구의 아픔과 현실을 알아보자.

▲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새물결출판사, 하늘에서 본 지구 조직위원회


위의 사진은 만년설로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현재 모습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킬리만자로하면 하얗게 눈으로 덮인 산 정상의 사진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상 부근의 만년설은 2㎢ 밖에 남아 있지 않다. 1900년 측정 당시에는 12㎢였다. 산 정상의 만년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킬리만자로의 눈과 얼음은 100년 전과 비교할 때 약 0%가 사라졌다.

킬리만자로란 이름은 스와힐리어(語)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이다. 아프리카 적도 부근에 위치한 산인데도 눈에 뒤덮여 있어 햇빛을 받으면 번짝거려서 이렇게 불렸다. 킬리만자로 정상의 눈을 만년설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눈의 나이가 1만1천 이나 되어서다. 그런데 만년이 넘은 눈을 간직하고 있던 번쩍이는 산, 킬리만자로가 100년 만에 더 이상 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됐다. 

과학자들은 지금 이 상태라면 2020년 이전에 킬리만자로의 눈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2025년이 되면 아프리카 인구 약 4억8천만 명이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본다. 킬리만자로는 지구에서 가장 큰 휴화산이고, 아프리카 최고봉(5천895m)으로서 위에 쌓여 있는 눈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주요 식수 역할을 해왔다. 눈은 우기엔 얼음 형태로 있다가, 건기엔 녹아서 식수가 되어 주었다. 

피해가 아프리카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이 녹으면 멀리 갠지스강, 인더스강, 니콩강에까지 흘러들어 아시아인들의 주요 식수 역할을 해왔다.    

▲ 아프리카의 가난, 근로아동의 모습 등을 보여주는 사진을 지나는 부자(父子) 관람객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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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층이 모래톱 주변에 얇은 눈 모양으로 형성된 것을 찍은 작품 ‘몰디브의 눈.’ 산호는 상대적으로 고온인 물 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다. 산호는 수백만 종의 바다생물이 사는 서식지이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몰디브의 눈’은 몰디브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산호가 줄어들어 점차 모양이 달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세계 산호의 30%가 이미 사라졌다고 전한다. 
 
‘몰디브의 눈’은 사람이 사는 몰디브섬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이 사진을 통해 몰디브의 현실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몰디브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로, 가장 높은 해수면이 2.5m를 넘지 않는다. 지금도 몰디브의 국토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20세기에 지구 해수면은 약 20cm가 높아졌다.

몰디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뉴욕, 도쿄 등의 대도시는 대부분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계속해서 상승한다면 이들 대도시 시민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베르트랑과 뤽베송이 제작해서 무료로 배포한 영화 ‘HOME(전시회에서 관람이 가능하다)’에서는 도쿄의 안전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부산은 안전할까?     

황량한 아파트 단지를 보여주는 사진. 이곳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이곳은 체르노빌 발전소에서 약3km 떨어진 도시 프리피아트의 모습이다. 1986년 4월, 당시 구 소련의 일부였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발전소에서는 사상 최악의 핵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엔지니어의 부주의로 일어난 인재였다.

사고의 여파로 원전 반경 30km 이내 지역은 2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 구역으로 묶여 있다. 지금까지 6천명의 아동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고, 암발생율은 전혀 낮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전자변형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 기형아와 거대 생물체가 지금도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다.

25년이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과 같은 수준의 사고인 7등급이다. 이 충격으로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는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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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기획한 홍미옥 총감독을 만났다. 
 
“92년부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왔지만 실제로 그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없었어요. 교과서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이 나오지만 이해하긴 어려웠죠.

하지만 얀의 작품을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어요. 이 전시는 미래 세대들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이기도 해요. 전시장에는 아름다운 사진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아름다운 사진을 감상하는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작품 옆에 텍스트를 통해 지구의 사연, 현실을 알게 되죠.”

▲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새물결출판사, 하늘에서 본 지구 조직위원회


마지막으로 볼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보의 하트무늬’다. 프랑스령인 누벨칼레도니 보지역에 생긴 사랑의 무늬. 맹그로브 나무는 해안선에 사는 나무로,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뿌리에 온갖 생물이 다 살아서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나무는 일정한 염도가 유지되어야 튼튼하게 살 수 있다.

이 사진의 하트는 해안선에서 조금 벗어나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라 물이 빨리 증발한 탓에 염도가 높아져 죽은 나무들이 형성한 모습이다. 얀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어가면서 사랑의 무늬를 보여주는 모습을 찍었다.

마치 죽으면서 지구인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죽지만 여전히 우리는 지구와 인간을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와 ‘우리가 이러한 지구에 어떤 해를 끼치고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하늘에서 보면 지구는 하나이며, 생태계에는 영토구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는 말한다.

“비관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 바로 미래의 희망을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사진 제공: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새물결출판사, 하늘에서 본 지구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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