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픽실레이션 애니메이션 ‘루미나리스’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애니메이션은 매우 다양한 소재와 촬영 기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이다. 이 가운데 픽실레이션(Pixilation) 기법은 사람의 움직임 자체를 기록하는 일반 영화(Live action film)와 달리 사람이나 사물의 정지 동작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분절적으로 연결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동작과 독특한 움직임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픽실레이션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노먼 맥라렌(Norman McLaren)의 ‘Neighbors(1952)’, 렌 얀슨(Len Janson)의 ‘Stop Look and Listen(1967)’, 라울 세르베(Raoul Servais)의 ‘Harpya(1979)’, 얀 쿠넹(Jan Kounen)의 ‘Gisele Kerozene(1990)’, 얀 슈반크마이에르(Jan Svankmajer)의 ‘Food(1992)’, Paul B. Cummings의 ‘Tony vs Paul(2007)’, 오렌 라비(Oren Lavie)의 ‘Her Morning Elegance(2010), PES의 ‘Fresh Guacamole(2012)’ 등이 있다.  <관련동영상1>  <관련동영상2>

Luminaris 포스터 Ⓒ JPZtudio

아르헨티나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인형제작자인 후안 파블로 자라멜라(Juan Pablo Zaramella, 1972~)가 2011년 제작한 ‘루미나리스(Luminaris)’는 픽실레이션 기법 특유의 독특한 움직임과 상상력 넘치는 영상을 보여준 6분 분량의 단편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루미나리스’는 유리구슬을 풍선껌처럼 입으로 불어서 전구를 만드는 공장을 다니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자는 전구를 만들고, 여자는 전구에 불이 켜지는지 확인하는 일을 한다. 남자는 공장에서 몰래 빼돌려 숨겨온 유리구슬로 뭔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지만, 상사에게 들켜 공장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함께 일하던 여자가 남자의 설계도를 발견하고, 남자가 만들려고 했던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많은 유리구슬을 가져온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을 나는 커다란 전구 열기구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남녀는 이를 타고 함께 밤하늘로 날아오른다. <관련동영상 3>

Luminaris Ⓒ JPZtudio

특히 ‘루미나리스’는 빛과 그림자에 의해 통제당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거리 모습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연출하였고, 이러한 초현실주의적인 공간 표현을 위해 2년 6개월이 넘는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다. 주인공 남자 역할은 구스타보 코르닐리언(Gustavo Cornillon)이 맡았고, 여자 역할은 마리아 알체(Maria Alche)가 연기하였으며, 배경음악은 오스마르 마데르나(Osmar Maderna)의 1948년 탱고 연주곡 ‘Lluvia de Estrellas’가 사용되었다.

Luminaris Ⓒ JPZtudio

‘루미나리스’는 2018년 기준으로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우드스탁 영화제, 브라질 국제 영화제, 스페인 유럽 영화제, 이탈리아 레지오 영화제, 중국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폴란드 국제 영화제, 독일 국제 단편영화제, 페루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불가리아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그리스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서 324개의 각종 상을 수상하였고, 기네스 세계기록 단편영화 부문 최다 수상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되어 있다.

연기자의 대사 없이 생략과 과장된 정지 동작 연출만으로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루미나리스’에서 가장 상상력 넘치는 명장면으로 꼽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남녀는 규격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전구로 만들어진 열기구를 타고 도시의 밤하늘을 날아간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1939)’의 키스신을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소시민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유쾌한 일탈을 잘 보여준다.

Luminaris Ⓒ JPZtudio

후안 파블로 자라멜라 감독은 이 밖에도 ‘At the Opera’, ‘Lapsus’, ‘Onion’, ‘Journey to Mars’, ‘The Challenge to Death’, ‘The Glove’, ‘Hotcorn’ 등 10편의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었고, 2009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 초대되어 특별 상영회와 픽실레이션 워크숍이 개최된 바 있다.

또한 그는 스톱모션 클레이 인형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TV 시리즈 ‘The Tiniest Man in the World’와 ‘The way things are’를 제작하였고, ‘Creation’, ‘F&F Kids’, ‘Plan Rombo’, ‘Pepitos’, ‘Espacios INCAA’ 등과 같은 상업 광고 애니메이션도 다수 제작하였다. 그는 현재 프랑스 Annecy MIFA 2020 Ciclic Prize 수상작인 장편 애니메이션 ‘CODA’를 준비하고 있다. <관련 동영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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