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로 바이러스 감염 확인

원스톱 검사로 기존 방법 대체할 전망

피 한방울로 인체의 바이러스 감염 내력을 알 수 있는 신기술이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버스캔(VirScan)이라 명명된 이 방법은 한번에 특정 바이러스 하나씩만을 검출해 내는 기존 진단방법을 대체할 효과적인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환자가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알기 위해 특정 바이러스들을 일일이 분석할 필요 없이 단 한번의 검사로 현재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는 물론 과거에 감염됐던 바이러스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 또 포괄적인 분석을 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외의 위험인자 발견이 가능하고, 대규모 환자군에 확대 적용해 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혈액 샘플 하나의 종합 분석 비용은 25달러로 책정돼 있다.

VirScan 개발을 주도한 스티븐 엘레지 HHMI 연구원 겸 하버드대 브리검 앤드 위민스병원 석좌교수 ⓒ HHMI

VirScan 개발을 주도한 스티븐 엘레지 HHMI 연구원 겸 하버드대 브리검 앤드 위민스병원 석좌교수 ⓒ HHMI

Virscan 개발을 주도한 스티븐 엘레지(Stephen Elledge) HHMI 연구원 겸 하버드대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교수(유전학)는 “우리는 사람의 혈장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떤 바이러스들이 들어왔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검사 방법론을 개발했다”며 “한번에 한 개의 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노동집약적인 방법 대신 원스톱 쇼핑을 하듯 한번에 모든 바이러스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엘레지 박사와 동료 연구진은 이미 Virscan을 활용해 미국과 남아프리카, 타이와 페루에서 모두 569명의 혈액을 뽑아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개발 관련 내용은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5일자에 실렸다.

Virscan을 이용한 바이러스 항원결정기 스캐닝. 열 도표(heatmap)에 나타난 각 세포의 색깔을 보면 각 혈액샘플(가로줄)에서 검색한 바이러스(세로)에 대한 항원결정기가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 Credit: Figure from the print summary of Xu et al., “Comprehensive serological profiling of human populations using a synthetic human virome” SCIENCE, 348:1105 (5 June 2015). ⓒ ScienceTimes

Virscan을 이용한 바이러스 항원결정기 스캐닝. 열 도표(heatmap)에 나타난 각 세포의 색깔을 보면 각 혈액샘플(가로줄)에서 검색한 바이러스(세로)에 대한 항원결정기가 얼마나 많은가를 알 수 있다. Credit: Figure from the print summary of Xu et al., “Comprehensive serological profiling of human populations using a synthetic human virome” SCIENCE, 348:1105 (5 June 2015).

DNA 조각 9만3000개 합성해 박테리오파지에 넣어

Virscan은 인체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206종의 바이러스에 대한 혈액 속의 항체를 검출해 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처음 바이러스와 맞닥뜨리면 각 병원체 별 항체를 생산해 내기 시작하고, 이 같은 항체 생산은 감염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수년이건 수십년이건 계속된다. 이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Virscan 분석을 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감염에 맞서 활발하게 작동함으로써 어떤 바이러스가 침입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과거의 감염 이력까지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연구진은 이 검사법을 개발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바이러스 단백질을 인코딩하는 DNA 작은 조각 9만3000개 이상을 합성했다. 그리고 이 DNA 조각들을 박테리오파지에 집어넣었다.  각 박테리오파지들은 단백질 조각의 하나인 펩타이드를 만들어 이를 표면에 진열하게 된다. 하나의 집단으로서 박테리오파지들은 모든 단백질 시퀀스를 진열하게 되는데, 그 수는 인간 바이러스 종으로서 1000개가 넘는다. 우리 몸의 항체는 이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에 내장돼 있는 독특한 항원 결정기(抗原決定基)를 인지해 타겟 바이러스를 찾는다.

Virscan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펩타이드를 진열하고 있는 모든 박테리오파지를 혈액 샘플과 혼합시켜야 한다. 핏속의 항체들은 진열된 펩타이드 안에 있는 항원 결정기를 찾아내 결합하게 되는데, 연구자는 이때 그 항체들을 회수하고 항체에 붙어있는 몇몇 박테리오파지 이외의 모든 것은 씻어내 버린다. 이 후 남아있는 박테리오파지의 DNA를 시퀀싱함으로써 어떤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들이 혈액 샘플 안의 항체와 결합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분석자들은 어떤 바이러스가 이전에 인체의 면역체계와 맞닥뜨렸는지, 감염을 통해서인지 아니면 백신을 맞았기 때문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엘레지 박사는 시퀀싱이 최적으로 가동된다면 100샘플을 분석하는데 2~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분석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4개국 569명의 항체 분석…1억회의 상호작용 시험

엘레지 박사팀은 Virscan을 이용해 4개국 569명의 항체를 분석했는데, 항체와 항원 결정기 사이의 약 1억회에 달하는 상호작용을 시험한 셈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한 사람당 평균 10개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종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예견했던 것과 같이 어떤 바이러스들에 대한 항체는 성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됐으나 어린이들에게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이는 어린이들이 아직 그런 바이러스들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아프리카와 페루, 타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미국 거주민들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HIV에 감염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반응은 개인차가 없이 거의 동일했고, 다른 사람의 항체는 바이러스 펩타이드의 아미노산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레지 박사는 “이번 논문에 언급된 바이러스 프로테인에 대한 항체/펩타이드 상호작용의 수가 이전의 모든 바이러스 탐색사를 통해 확인된 숫자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항원 결정기에 대한 연구팀의 발견은 향후 바이러스 백신 디자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엘레지 박사의 실험실에서는 현재 암과 연관된 한 자가면역질환에서 스스로의 신체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찾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접근법을 활용해 다른 형태의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검출하는 연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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