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풍자 애니메이션의 거장 ‘브루노 보제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Allegro non Troppo Ⓒ Bruno Bozzetto

핑크 플로이드의 충격적인 더블 음반 ‘The Wall’을 영상으로 옮긴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The Wall’, 비틀스 음악을 소재로 만든 애니메이션 ‘옐로 서브마린’ 등과 함께 음악을 모티브로 한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알레그로 논 트로포(Allegro non Troppo)’는 이탈리아의 애니메이션 작가 브루노 보제토(Bruno Bozzetto) 감독의 1976년 작품으로 ‘West and Soda’(1965), ‘The SuperVips’(1968), ‘Mr. Rossi Looks for Happiness’(1976)에 이은 그의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관련 동영상>

이 유머러스하고 대담한 옴니버스 장편 애니메이션 ‘알레그로 논 트로포’의 첫 곡은 드뷔시의 관현악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시작하는데, 감독은 디즈니 ‘판타지아’의 ‘전원 교향곡’ 에피소드를 패러디하여 젊고 아름다운 목신(牧神)이 아닌 늙은 목신의 여성을 향한 관능적 몽상을 허망하게 그리고 있다.

Allegro non Troppo Ⓒ Bruno Bozzetto

이어지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7번’이 흐르고,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독재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가 빛을 발한다. ‘알레그로 논 트로포’의 대표적인 이미지인 콜라병이 등장하는 세 번째 에피소드는 라벨의 ‘볼레로’를 배경 음악으로 하여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충격적으로 패러디한 영상이 펼쳐진다.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네 번째 에피소드는 철거로 파괴된 황량한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음악과 어우러진 서정적인 화면은 아마도 ‘알레그로 논 트로포’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스러운 장면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Allegro non Troppo Ⓒ Bruno Bozzetto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비발디의 ‘협주곡 C장조’를 소재로 하였는데, 식사 준비를 방해받은 벌의 반격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애니메이터까지 싸움이 벌어져 온통 난장판이 되는 이야기이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로 시작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을 등장시켜 자본주의 사회의 온갖 병폐와 모순을 거침없이 들춰내고, 다시 한번 디즈니를 풍자하는 피날레로 이어진다.

이탈리아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브루노 보제토 감독은 1938년 밀라노 태생으로 10대 시절 만든 8미리 단편 애니메이션 ‘도널드 덕 카툰(1953)’을 시작으로 하여, 20세가 되던 해에 만든 단편 ‘Tapum! Weapons History!(1958)’를 계기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브루노 보제토 작품집 Ⓒ Bruno Bozzetto

그 후 그는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Mister Rossi Buys a Car(1966)’, 바르셀로나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Pickles(1971)’,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Opera(1973)’,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Sigmund(1983)’, 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한 ‘Mister Ta(1988)’,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Grasshoppers(1990)’, 카툰스 온 더베이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Spaghetti Family(1996)’ 등 지난 60여 년 동안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발표해왔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180여 회에 달하는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2008년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특별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갈수록 화면은 거대해지고 화려해지는데 기존 작품들의 단순한 반복이나 리메이크에 그치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이나 결국 중요한 것은 스토리이다. 금고 비밀번호가 기억 안 나면 열릴 때까지 계속 여러 번호를 눌러 시도하는 것처럼 스토리를 찾기 위한 노력도 그처럼 계속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창작 의지로 일생을 바쳐 만든 70여 편의 단편 애니메이션과 일곱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특유의 풍자를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브루노 보제토,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관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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