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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폴리에틸렌을 만든 세 번의 우연

[노벨상 오디세이] 노벨상 오디세이 (132)

플라스틱의 종류는 수만여 종에 달하며, 그 성질 또한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인 폴레에틸렌(PE)은 세 번의 우연한 발견이 겹쳐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첫 번째 우연은 독일의 화학자 한스 폰 페크만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디아조메탄을 연구하던 중 1898년에 우연히 폴리에틸렌을 합성했다. 하지만 페크만은 이 물질의 엄청난 잠재성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로부터 35년이 흐른 1933년 영국 ICI 사의 연구진은 에틸렌과 벤즈알데하이드를 합성하던 중 우연히 밀랍 같은 백색 물질을 만들었다. 두 번째의 우연한 발견이다. 하지만 그 실험은 재현하기 어려웠고, 2년 후 ICI 사의 다른 연구원인 마이클 페린에 의해 폴리에틸렌을 만드는 방법이 발견됐다.

저압법으로 폴리에틸렌을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196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카를 치글러. ⓒ www.nobelprize.org 캡처 화면

그런데 플라스틱은 거대분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본 단위를 구성하는 보통 크기의 분자들을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촉매인데, 플라스틱 합성법의 획기적 개선은 이 같은 촉매의 개발로 시작되었다.

촉매를 이용하면 고온, 고압이 아닌 상온, 상압에서도 플라스틱을 합성할 수 있으며, 물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1950년대 들어 촉매가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업적을 낸 이는 독일의 화학자 카를 치글러였다.

청소 불량으로 우연히 탄생한 생성물

카를 치글러는 1898년 11월 26일 독일 카셀 부근의 헬자에서 태어났다. 1923년 마르크부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10년간 강사 생활을 했다. 1936년에 할레대학의 교수 및 화학연구소 소장이 되었으며, 시카고대학의 객원교수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5년부터 막스플랑크연구소(구 카이저빌헬름연구소)의 석탄화학 분야에서 근무하며 유기금속 화합물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삼에틸알루미늄과 에틸렌을 가열해 사에틸알루미늄을 만드는 실험을 하던 중 예기치 못한 생성물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다른 실험을 할 때 촉매로 썼던 니켈이 실험 장치에 극소량 남아 있어서 생긴 일이었다. 바로 세 번째 우연이 일어난 순간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삼에틸알루미늄과 사염화타이타늄을 조합한 촉매를 사용하면 고분자화 반응을 제어하고 원하는 길이의 분자 사슬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처음에 만들어진 폴리에틸렌은 곁가지가 많고 고압을 필요로 했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였다. 하지만 치글러의 촉매로 합성된 폴리에틸렌은 곁가지가 없는 곧은 사슬로 이루어지며 저압에서도 만들 수 있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이다.

유연한 LDPE에 비해 HDPE는 강성이 높다는 특성을 지닌다. 저압법으로 폴리에틸렌을 제조할 수 있는 길을 연 이 기술은 고분자화학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폴리프로필렌 촉매 시장 지배

치글러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킨 이는 이탈리아의 줄리오 나타 교수다. 나타는 치글러 촉매가 공간적으로 균일한 구조를 갖는 거대분자를 만들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통의 탄화수소 사슬은 지그재그 모양인 데 비해 치글러 촉매를 사용하면 곁가지가 밖을 향하는 나선형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나타는 치글러 촉매를 변형해서 그때까지 중합이 어려웠던 프로필렌을 삼에틸알루미늄과 삼염화타이타늄계에 의해 쉽게 중합시켰으며, 매우 규칙적인 구조를 가지는 폴리프로필렌을 만들었다. 이를 치글러-나타 촉매라고 한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치글러와 나타는 1963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폴리프로필렌은 폴리에틸렌, PVC, 폴리스티렌과 함께 4대 범용수지로 꼽힐 만큼 상업적으로 가치가 높다. 폴리프로필렌은 포장용 필름, 섬유, 의류, 카펫, 파이프, 일용잡화, 완구, 공업용 부품, 컨테이너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천연고무가 발견된 것은 11세기 남미에서였다. 입체규칙성의 고분자를 생산하는 천연고무의 능력은 효소라고 알려진 바이오 촉매 덕분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발명가인 찰스 굿이어는 고무와 황을 결합시켜 사용하기 더 편리한 합성고무를 개발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박사 역시 말년에 인조 고무 연구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후 고무와 비슷한 물질들이 많이 생산되었으나 자연이 만든 바이오 촉매를 대신한 치글러 촉매만이 천연고무보다 더 우수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폴리프로필렌 촉매의 잠재적인 용도는 주사용 유리용기, 수술용 봉합 재료를 비롯해 범퍼면, 계기 패널, 도어 패널 등 자동차 내장 부품의 사출성형 제품이 꼽힌다. 치글러-나타 촉매 부문은 제품이 저가이므로 세계 폴리프로필렌 촉매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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