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0일, 5등급 허리케인 마리아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 섬을 휩쓸었을 때 전기와 인터넷도 끊겼다. 지상 및 지하에 설치되어 있던 광섬유 케이블을 포함한 섬의 인프라 상당 부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섬의 전력망과 인터넷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재건되기까지 꼬박 4개월이 걸렸다. 2012년 슈퍼 스톰 샌디가 덮쳤을 때는 뉴욕, 2017년 4등급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했을 때는 휴스턴 등의 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해 통신 인프라가 망가진 한마을의 모습. ⓒ Public Domain
이처럼 기후 재난으로 인한 인터넷 장애 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정부 및 전력회사, 긴급 구호기관들의 구호 등의 활동마저 차단돼 그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
그런데 폭풍이나 홍수, 폭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재난사고가 발생해도 전용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 장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세계 최초 인터넷 시스템 서비스가 최근에 출시됐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CRi(Climate Resilient Internet LLC)’라는 스타트업에 의해서다.
현재 인터넷의 모든 기반 시설은 지상에 설치돼 있어 폭풍이나 홍수 같은 기후 관련 재난사고나 정전에 취약한 상황이다. 하지만 CRi는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상 기반의 광섬유 케이블이 아닌 고주파의 밀리미터파 통신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재해 대비형 인터넷 시스템을 설계했다.
지상 인프라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 아메리칸’에 의하면, 이 시스템의 현재 목표는 비상 상황으로 광섬유 케이블이 끊길 경우 백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지상 및 지하로 연결된 광섬유 케이블을 차츰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Ri의 시스템은 가정이나 업무용 네트워크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을 허용하는 라우터와는 궁극적으로 다르다. 이 시스템은 오히려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인터넷 사용자 사이를 잇는 초고속 통신망이나 저장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인프라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데이터 전달 시스템에서 벗어나 무선을 지향하는 이 시스템은 두 명의 기술 기업가에 의해 개발됐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븐 켈리는 무선 통신 분야의 선두주자인 ‘팀버린 커뮤니케이션스’의 설립자로서, 수십 년에 걸쳐 허리케인이나 테러 상황 시 주요 항공사를 지원한 경력이 있다.
또 한 명의 공동 창업자이자 CRi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데이비드 테오도르는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ISP)와 통신사가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의 개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CRi가 개발한 시스템은 허리케인, 홍수, 가뭄,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재난사고가 발생해도 데이터가 계속 이동하도록 인터넷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위험은 특히 기후변화의 직간접적인 영향 하에 있으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와 대형 데이터 센터가 위치한 연안 도시에서 높아진다.
예를 들면 푸에르토리코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 중 하나인 에어로넷의 경우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해 수도 산후안의 네트워크가 95%나 파괴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에어로넷은 서비스 영역 전반에 걸쳐 무선 데이터 전달을 확대하기 위해 CRi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복원력에 대한 연구 증가 추세
뉴욕대학 무선연구센터 부소장인 선딥 랭건은 “많은 회사들이 극한 기후를 견딜 수 있는 무선 시스템 구축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터넷 복원력에 대한 민간 및 정부 지원의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선인터넷서비스제공자협회(WISPA)의 클로드 아이켄 회장은 “기후 변화와 극단적인 날씨는 통신 인프라를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모든 업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새로운 인터넷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CRi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KT 아현지사 화재사고 당시 불에 탄 채 노출되어 있는 광케이블. ⓒ 연합뉴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5일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이동통신 재난 로밍’ 서비스 시연 행사를 개최했다. 이동통신 재난 로밍은 화재 등으로 통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 망으로 음성이나 문자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3사는 각 사별로 약 100만 회선을 수용할 수 있는 재난 로밍 전용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용량 제한이 있어 인터넷처럼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서비스 제공은 힘들고 통화나 문자 등의 서비스 이용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통신관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 전화, 문자, 카드 결제 등이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233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거시와 미시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은 SF영화인 '앤트맨'의 세계관 실현과 관련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박혁규·쯔비 틀러스티(UNIST 교수) 연구진은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 물질에서 입자들이 짝을 지어 움직이는 현상을 실험·이론을 통해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천조분의 1초 동안 일어나는 나노입자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화학과 권오훈 교수 연구팀은 국내 유일 4차원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산화바나듐 나노입자의 매우 빠른 금속-절연체 상변화 과정을 펨토초(1천조분의 1초) 수준의 정확도로 직접 포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이 질환 억제·촉진 실마리가 되는 단백질의 수명을 결정하는 단백질 '번역 후 변형'(이하 PTM) 코드를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디옥시리보핵산(DNA)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통해 복사(전사·transcription)·번역(translation) 과정을 거쳐 단백질로 발현되는데, PTM은 최종 단백질로 번역까지 일어난 이후 추가로 생기는 현상이다. 단백질 구조·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로 알려졌다.
한국화학연구원은 김태호·안수민 박사 연구팀이 강원대 조용훈 교수팀과 공동으로 수전해(물 전기분해) 장치를 활용해 친환경 수소를 생산할 때 성능을 80% 향상하는 전해질막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수소 이온을 전달하는 부분과 막의 강도를 유지하는 부분을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분리된 구조로 설계했다.
올해 50주년을 맞는 대덕특구를 기념한 다양한 과학행사가 연중 이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대전 유성구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대덕특구 50주년 기념행사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어 기념행사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대덕특구 50주년을 맞아 성과전시회, 기술사업화박람회, 국제콘퍼런스, 50주년 기념식 등 기념행사를 열기로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지능형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와 서울대 고승환 기계공학부 교수, 미국 스탠퍼드대 제난 바오(Zhenan Bao)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전기·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9일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국내 개발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과 수학자 허준이의 필즈상 수상 등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한 해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사회적으로 주목받은 과학기술 등을 매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