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7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안토니 휴이시 연구팀은 쌍극 안테나를 도입한 전파망원경의 설치를 마치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외계로부터 방출되는 전파에 미치는 태양 코로나의 영향을 조사하는 게 그들의 첫 번째 목표였다.
그런데 24살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은 전파망원경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그래프 같은 형식으로 출력되는 데이터 중에서 기묘한 꺾임이 나타나 있었던 것. 그녀는 전자기적인 잡음일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데이터를 보고 있던 조슬린 벨과 지도교수 안토니 휴이시는 그 기묘한 꺾임에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황소자리에 있는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에서 그 신호는 약 1.337302088초마다 반복하여 0.04초가량의 펄스를 방출하고 있었다.
우주에서 보내오는 그 규칙적인 신호는 외계 문명이 지구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었다. 그들은 농담조로 가상의 그 외계 문명에 ‘리틀 그린 멘-1( Little Green Men-1)’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슬린 벨은 3개의 리틀 그린 멘을 더 찾아냈다. 우주의 다른 구역에도 그런 신호를 보내오는 천체가 많다는 의미였다. 다음해인 1968년 2월 안토니 휴이시 연구팀은 ‘네이처’지에 자신들이 발견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천체물리학에 혁명을 가져온 그 획기적인 발견은 바로 펄서(맥동전파원)였다. 펄서란 짧고 규칙적인 펄스 상태의 전파를 일정 주기로 방사하는 천체다. 그들이 발견한 최초의 펄서는 ‘CP 1919’로 명명됐다.
천체물리학에 혁명을 가져온 획기적 발견
1969년에는 게성운에서 발견한 펄서가 중성자별임이 밝혀졌다. 중성자별이란 보통의 항성이 초신성으로 폭발한 후 중심핵이 내부로 붕괴하면서 압축돼 성분이 모두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천체다.
따라서 중성자별은 밀도가 엄청나게 높아 각설탕 하나 크기의 무게가 약 수억 톤에 달할 정도다. 지름이 약 10㎞에 불과한 중성자별일지라도 질량은 태양과 거의 같다. 중성자별의 존재를 발표한 이는 1934년 월터 바데와 프리츠 츠비키였는데, 펄서의 발견으로 이론적으로만 예견된 중성자별이 확인된 것이다.
펄서의 발견은 극단적인 물리적 조건에서의 물질을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학적으로 대단히 의미가 크다. 안토니 휴이시는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스승이자 동료인 마틴 라일과 함께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안토니 휴이시는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 왕립 항공연구소와 통신연구센터에서 복무했다. 통신연구센터에서 마틴 라일과 함께 일한 인연으로 그는 학업을 마친 후 캐번디시연구소의 마틴 라일 연구팀에 합류했다.
안토니 휴이시가 전파천문학을 연구한 것은 그의 영향 덕분이었으며, 펄서를 찾아낸 쌍극 안테나 역시 마틴 라일과 함께 디자인한 것이다. 마틴 라일은 거대한 안테나를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안테나들의 신호를 조합하는 방법을 창안하는 등 전파망원경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벨이 없는 노벨상’ 조슬린 벨 수상 제외 논란
그런데 안토니 휴이시와 마틴 라일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천문학계에서는 큰 논란이 일어났다. 펄서를 최초로 발견한 조슬린 벨이 공동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특히 휴이시의 동료 천문학자이자 그들이 펄서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주 빠르게 회전하는 중성자별일 거라고 예측한 프레드 호일은 그에 대해 크게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로 인해 노벨상을 ‘벨이 없는(No Bell) 상’이라고 빈정대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여기서 벨이란 조슬린 벨을 가리킨다.
조슬린 벨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이 발표한 논문의 저자 명단과도 관련이 있다. ‘네이처’지에 발표된 논문의 저자 명단에는 휴이시가 첫 번째, 벨은 두 번째로 올라갔다. 당시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대학원생이었고 여성이라는 점도 조슬린 벨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전파천문학에 대한 그간의 공로를 생각할 때 휴이시와 마틴 라일이 공동 수상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펄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신비한 존재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우주의 저주파 중력파를 감지하거나 우리 은하의 구조를 측정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해 9월엔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 질량이 가장 큰 중성자별이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심핵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2배를 넘어서면 중성자별 대신 블랙홀이 되는데, 그처럼 큰 중성자별은 블랙홀의 경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 것이다.
한편, 조슬린 벨은 펄서를 최초로 발견한 지 44년 만인 2018년 9월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았다.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이 상은 상금이 노벨상의 3배가 넘는 300만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조슬린 벨은 수상 직후 자신이 받은 상금을 여성과 소수 민족 등 보이지 않는 편견을 물리치기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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