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피부 부착식 전투식량의 허와 실

[밀리터리 과학상식] 패치형 전투식량, 피부를 통해 영양소를 전달

전투식량 업계에서 그야말로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얘기가 바로 패치형 전투식량이다. 마치 근육통이 있을 때 몸에 파스를 붙이는 것처럼,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체내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전투식량을 개발하자는 얘기다. 이는 과연 과학적으로 어떤 근거를 띠고 있을까? 어떠한 장단점이 있을까?

파스처럼 붙이는 전투식량이 나올 날도 머지 않은지도 모른다. ⒸWikipedia

 

더욱 효율적인 영양 공급이 가능

패치형 전투식량의 근간을 이루는 아이디어는 경피 전달 체계다. 그 원리는 대략 이렇다. 피부 세포 간에는 미세한 틈이 있다. 바로 이 틈을 이용하여 외부 물질의 세포 투과 흡수가 가능하다. 또한 피부에는 모낭, 한선, 피지선 등의 부속기관이 있는데, 이들 부속기관에서도 외부 물질의 흡수가 가능하다. 이 루트로 들어온 외부 물질들은 진피층, 피하층을 거쳐 혈관, 심지어는 근육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경피 전달 체계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의외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근육통을 잡는 파스, 니코틴 패치,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패치도 있고, 심지어 마약성 진통제 패치도 있다.

경피 전달 체계의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유효성분의 전달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물질을 경구(입)로 투여할 경우, 이 물질은 일단 간을 거쳐 분해된 다음 혈관을 통해 몸의 필요한 부위로 전달된다. 물질이 간이라는 장벽을 거치고, 혈관을 통해 몸의 불필요한 부분에까지 전달되므로 효율이 낮다. 반면 경피 전달 체계는 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혈관으로 물질을 전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패치를 몸의 원하는 부위에 붙일 수도 있으므로 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경피 전달 체계는 소화 기관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에도 물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소화 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 또는 질병 등으로 인해 소화 기관의 기능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패치형 전투식량은 기존 전투식량에 비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 외에도 유효성분의 제공량을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 가능한 점과 여타 비경구 방식에 비해 덜 침습적이라는 점, 시술 횟수가 최대 하루에 한 번 정도면 족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존 전투식량의 대체재로 매우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유효물질의 전달 효율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이는 즉 군장에서 전투식량이 차지하는 무게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인 식사를 조리 및 취식할 수 없는 경우(화생방전 및 차량 탑승 시 등)에도 병사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쓰레기 발생이 크게 줄어들어 이동시 그 흔적이 적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점도 패치형 전투식량의 장점 중 하나이다.

 

의외의 단점도 무시 못해

여기까지만 들으면 패치형 전투식량이야말로 정말 대단해 보이지만 의외의 결점도 숨어 있다.

바로 유효성분이 인간의 피부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피부는 본질적으로 흡수기관이 아니라 배설기관이며, 인체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지키는 최전선이다. 때문에 이런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물질은 분자량이 작아야 한다. 피부 외피의 두터운 각질층은 그중에서도 최전선이다. 유효성분을 변질시키지 않으면서도 각질을 통과할 수 있게 작게 만들어야 한다. 세포 통로에 있는 지질과 지방 역시 물질의 침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때문에 전기장, 고주파 초음파를 적용해 크기가 큰 분자도 피부를 통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연구 중이다.

전투식량은 유리병, 통조림, 발열팩, 그리고 패치형에 이르기까지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위키미디어

피부 자극도 문제가 된다. 인체의 피부 중에는 다른 부위보다 매우 자극에 민감한 곳도 존재해 지나친 자극을 주는 물질은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음식을 씹는 동작과 음식의 맛이 주는 미감은 공복감의 해소와 뇌 기능의 활성화에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씹는 과정을 생략한 패치형 전투식량을 사용할 경우 이러한 장점들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전투원의 사기 및 판단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패치형 전투식량은 아직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취식이 가능하다는 엄청난 이점 때문에,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계속 연구 중이며 많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기사>

2014.04.30. ‘먹지 않고 몸에 붙이는 전투식량’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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