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퇴역한 ‘F-117’의 비행 장면이 포착되는 이유는?

[밀리터리 과학상식] 실전 배치된 최초의 스텔스 항공기…연구·훈련 목적으로 사용되는 듯

F-117 나이트호크 스텔스 전투기 ⒸPublic Domain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스텔스) 항공기인 미국 록히드 마틴 사의 F-117 나이트호크. 1981년부터 실전 배치가 시작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실용 스텔스 항공기인 이 기체는 마치 데생 연습용 석고상 마냥 곡선도 곡면도 하나 없는, 공기역학적으로 0점짜리인 직면체의 외모를 자랑한다. 이는 이 기체가 개발되던 1970년대 당시 항공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스텔스 성능이 있으면서도 공기역학적으로 세련된 기체 형상을 뽑아낼 기체 설계 기술이 미국에도 없었던 것이다.

뒤를 이어 등장한 차세대 스텔스기인 B-2, F-22, F-35 등은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유선형의 기체 형상과 뛰어난 비행 성능을 자랑한다. 그 점을 비교해 보면 F-117에 그만큼 낡은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대번에 알 수 있다. F-117은 당장 초음속 비행도 불가능한데다, 컴퓨터를 이용한 비행 제어 기술인 플라이 바이 와이어 방식으로 조종 제어됨에도 공기역학적으로 너무 불안정해 조종하기 어려운 항공기에 속한다.

1989년 파나마 침공, 1991년 걸프 전쟁을 시작으로 스텔스의 위력을 강렬하게 선보인 F-117이지만, 1999년 코소보에서 세르비아 군의 지대공 미사일 사격으로 1대가 격추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니 2008년을 기점으로 잔존한 모든 기체가 공식 퇴역 처분, 전투 임무에서 물러난 것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

현재까지도 목격담 꾸준히 들려

그러나 그 이후로 무려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비행 중인 F-117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F-117은 아직도 여러 미군 기지 인근에서 비행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때로는 다른 군용기와 함께 비행하기도 한다. F-117 하면 생각나는 검은색 도색 대신, 다른 위장 도색을 칠해놓은 기체도 있다. 미국 본토뿐 아니라 중동에서도 목격담이 들려오고 있다. 분명 미군은 아직 F-117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양산된 F-117은 총 59대. 이 중 퇴역 이후 전시 목적으로 활용되는 8대를 제외한 잔여 기체는 51대다. 이 중 대부분은 분명 아직도 해체되지 않고 건재한 상태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사용된 기술이 아무리 오래되었다지만 엄연히 스텔스 항공기로 상당 부분이 아직도 비밀에 부쳐져 있는 항공기다. 안전과 보안이 유지되는 환경하에서 이 항공기를 비군사화하는 데만 해도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이 항공기의 외부에 칠해져 있는 페인트는 일반적인 군용 도료가 아닌, 레이더파 흡수 물질(radar-absorbent material, RAM)이다. 이 페인트를 희석하거나 세척하기 위해 사용되는 솔벤트는 매우 독성이 강해, 도장 및 페인트 제거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또한 비밀에 부쳐져 있는 내부 장비 제거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2017년 미국 의회는 연간 4대씩의 F-117을 해체 처분할 것을 명령했지만, 해체에 드는 비용은 비군사화에 드는 비용보다도 더욱 비싸 이 명령은 현재까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퇴역된 F-117 중 최소 4대는 현재까지도 감항성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 훈련, 작전에 아직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 높아

이런 가운데 2019년, 미 공군이 드디어 소수의 F-117이 현재까지 연구용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F-117은 현재로서 스텔스 플랫폼의 연구용으로 매우 이상적이다. 우선 구형 기종이라 그 성능이 대부분 공개되어 있다. 때문에 그 보유 사실을 구태여 숨길 필요도 없고, 설령 비행 중 추락하더라도 비밀 유지를 위해 애쓸 필요도 적다.

또한 신형 RAM과 스텔스 엔진을 시험하는 플랫폼으로도 이상적이다. 실제로 퇴역 후 목격된 F-117 중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위장색을 칠한 기체가 있었던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또한 퇴역한 F-117은 항공 기술 연구 이외에도 전투 훈련 시 가상 적기로도 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잠재 적국인 러시아와 중국 역시 스텔스 군용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한 스텔스 순항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F-117은 이들 적기를 구현하기에 이상적인 플랫폼이다. 물론 F-22, F-35 같은 신형 스텔스기를 가상 적기로 쓸 수도 있지만, F-117은 이들 신형기보다 훨씬 운용비가 저렴하다. 무엇보다도 잔존 가치가 얼마 남지 않은 퇴역 기체다. 퇴역 기체이기 때문에 훈련에 사용하기도 쉽다.

실제로 퇴역 후 목격된 F-117 중에는 꼬리날개에 의미 불명의 다크 나이츠(Dark Knights)라는 문자를 그려 넣은 기체가 있는데, 이것은 F-117로 구성된 가상 적기 비행대의 부대 표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미 공군은 2019년 제65가상적기 비행대대를 재창설, 부대의 주장비로 F-35 스텔스 전투기 9대를 배치한 바 있다.

한편 2016년부터 2019년 사이에 F-117이 시리아를 비밀리에 폭격했다는 소문도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을 확증할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미군의 군용기를 사용할 수 없는 모종의 은밀 작전에 아직 운용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2011년 오사마 빈 라덴을 그의 자택에서 사살한 미군 특수부대도 목적지까지 스텔스 헬리콥터를 타고 갔으며, 해당 기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F-117이 해체되거나 박물관에 기증되지 않는 한, 어디선가 F-117의 비행 장면을 봤다는 목격담은 꾸준히 들려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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