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구역의 도로시(3)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사이언스타임즈는 우수 과학문화를 국민들에게 소개하고 다채로운 콘텐츠 제공을 통한 대중의 과학 흥미 및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문학 분야의 유망 신예 작가 '김초엽' SF 작가의 소설을 기획·연재하고자 합니다. 약 4개월에 걸쳐 연재될 '통제구역의 도로시'는 인류가 우주 여러 행성으로 진출한 시기, 우주선 불법 정비소를 운영하는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으며, 약 4개월간 격주(월, 화 2편씩)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김초엽작가 썸네일

김초엽 작가의 SF 이야기 – 통제구역의 도로시 ⓒ https://unsplash.com/photos/W8KTS-mhFUE

 

[로딘, 침입자야. 1층을 폐쇄해.]

다나는 뉴런 칩을 통해 보안 시스템을 가동하고 경비 로봇을 깨웠다. 평소라면 그다지 쓸 일이 없는 데다가 맛이 갔는지 요즘 자꾸 헛소리를 해대서 대기 상태로 해둔 로봇이었다.

[알겠습니다.]

발소리는 서재를 향하고 있었다. 벽 뒤의 통로는 서재에서 끝이 난다. 1층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지만 아마 저 도둑도 섣불리 걸음을 옮기지는 못할 것이다. 살인 로봇 경고가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붙어 있으니까.

다나는 약간 열려 있던 서재 문을 발로 차서 활짝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환한 스크린이다. 기억 칩을 로딩하던 스크린에 오류 메시지가 떠 있었다. 그 밖의 조명은 전부 꺼져있다. 조금 전까지 작업하느라 켜두었던 보조 조명까지 모두. 서재로 들어온 게 분명했다. 어디 있는 걸까? 깜깜한 탓에 잘 보이지 않는다. 커튼을 걷어 놓은 커다란 창밖으로 이브의 가게가 보였지만, 창문이 열린 흔적은 없었다.

갑자기 2층 전체에 위압적인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짓이야, 깡통.]

[사이렌이요. 경고를 하는 거죠.]

[미쳤어? 당장 꺼.]

시끄러운 사이렌 때문에 발소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서가 사이에 있을까? 다나는 어둠을 향해 신중하게 총을 겨눴다. 작은 움직임이라도 포착되면 바로 대응할 생각이었다. 그때 창문 너머에서 비명 같은 소란이 시작되었다. 새벽에 잠이 깬 이브였다.

“이 노친네야, 잠 좀 자자고! 또 무슨 짓이야!”

이브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순간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서재 가장 안쪽 창문이었다. 다나가 황급히 뛰어갔지만, 도둑은 이미 밖으로 뛰어내린 이후였다.

복잡한 골목과 낮은 지붕들.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로등도 모두 꺼져있었다. 이브의 가게 옆 쓰레기통이 언뜻 움직이는 것 같았으나, 도둑이 아닌 취객일 수도 있다. 확인도 없이 쏠 수는 없다.

다나는 허탈한 심정으로 총을 내렸다. 그제야 2층을 터뜨릴 것처럼 울리던 사이렌이 꺼졌다. 이브가 들으란 듯이 잔뜩 투덜거리는 소리가 창문을 건너왔다. 한 층 아래에서 덩치 큰 경비 로봇이 타박타박 바쁘게 움직이는 진동이 느껴졌다.

[1층에는 이상 없나?]

[그렇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1층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간이 큰 도둑이라고 해도 에보니움 창고에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다. 뼈도 못 남긴 채 폭발하고 싶지 않다면. 혹은 정비소에 있는 값비싼 부품을 훔치러 온 것일 텐데, 그렇게 보기에는 아까 그 도둑은 너무 덩치가 작았다. 우주선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부피가 꽤 큰 데다가, 저중력 구역에서 무사히 훔쳤다고 해도 거주 구역으로 가는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되고만다.

무엇보다 도둑은 다나가 거주하는 2층에, 그러니까 별달리 중요한 물건은 보관하지 않는 곳에 있었다. 설마 창고 선반 위 시리얼이나 말라비틀어진 육포를 노린 건 아닐 테고. 대체 뭘 노린 걸까?

경비 로봇 로딘이 1층에서 올라와 육중한 문을 열고 나타났다. 로딘은 불빛을 깜빡이며 서재와 복도를 스캔하고는 멍청해 보이는 눈을 다나에게 돌렸다.

“깡통. 앞으로 내 허락 없이 사이렌을 울렸다간 죽을 줄 알아.”

“저는 깡통이 아니라 로딘인데요. 사이렌은 침입 대응 시스템에 포함이 되어 있고요. 처음부터 정확히 지시하셨다면 좋았을걸요.”

저 한 마디도 안 지는 로봇을 왜 아직 데리고 살고 있나 모르겠다. 다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폐기당하고 싶어?”

“로봇 복지부에 신고할 겁니다.”

“그럼 신고하든지. 폐기가 더 빠를 텐데.”

로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확히는 정서를 표현하는 스크린의 색이 변했다. 그놈의 로봇 복지부, 로딘이 매번 들먹이지만 실제로 있는 부서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로딘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창밖을 한 번 더 내다보았다.

방금의 요란한 소음으로 잠이 깬 이웃들이 있었는지 불이 하나둘 켜졌는데, 그밖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여기서 두 블록만 더 나가면 새벽 세 시에도 소란스러운 도박장과 암시장이 펼쳐지지만, 이곳은 일찍 잠이 드는 성실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다.

그 도둑, 나이는 10대 초중반쯤 되었을까. 실루엣으로 보아 몸집이 성인보다 훨씬 작고 날래 보였다. 피투성이였는데도 그렇게 빠르게 움직일 줄이야. 다나는 서재의 조명을 모두 켜고 창문, 바닥에 남은 발자국을 살폈다. 혈흔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지만 뜻밖에 많은 자국이 남지는 않았다. 로딘에게 흔적을 모두 조사하게 시켰으나 이것만으로 범인을 쫓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그러고 보니 창고에서는 포댓자루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그건 어디 갔지?

다나는 2층 복도와 통로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더욱 이상한 것은 집 안에 사라진 물건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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