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꿀벌은 왜 사라졌을까?

[과학자의 연구실] [인터뷰] 권형욱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교수

토종벌 유전체 서열 해독. 토종벌 유전체 해독을 통하여 1만600여 개의 유전자를 규명하고, 약 2,200개의 토종벌 고유 유전자를 규명했다. ⓒ 서울대

토종벌 유전체 서열 해독. 토종벌 유전체 해독을 통하여 1만600여 개의 유전자를 규명하고, 약 2200개의 토종벌 고유 유전자를 규명했다. ⓒ 서울대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거의 전역에서 수천 년 동안 양봉과 화분수정 등에 중요하게 이용된 토종벌. 그러나 토종벌에 대한 유전체 정보 및 이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체계적인 육종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2006년 서양벌의 유전체 해독에 관한 연구가 세계 최초의 연구였다.

토종벌의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 virus) 이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95% 정도 감소를 보였으며, 이에 따라 토종벌에 대한 연구는 이를 보존하고 우리나라 고유 생물자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선행될 필요가 있다.

국내 토종벌 유전체 서열을 해독하다

권형욱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교수 연구팀 ⓒ 권형욱

권형욱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교수 연구팀 ⓒ 권형욱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국내 고유 토종벌의 유전체 서열을 해독해 주목을 받고 있다. 권형욱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교수팀이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꿀벌속(Apis)에 속하는 꿀벌 중 세 번째로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whole genome information)을 완성, 약 1만600여 개의 유전자를 규명했다.

“인간 유전체인 게놈은 1999년에 시작해 2004년경에 이르러 완전히 밝혀졌습니다. 이후부터 인간의 건강과 대사 및 질병의 원인이 되는 많은 분자지표들을 찾아내고, 결과적으로 좀 더 과학적인 연구 접근과 유전체를 이용한 의학의 발달이 가능해지게 됐죠. 이제는 각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모두 알아내는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정도니까요. 이번 토종벌 연구는 게놈 지도에 대한 연구가 그러했듯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꿀벌의 사라짐 현상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을 얻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토종벌은 바이러스로 인해 95~99%가 사라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유전자들을 밝히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사례입니다. 토종벌의 전체 유전체 지도를 해독함으로써 향후 질병의 원인에 대해 궁극적인 해답을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권형욱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벌(Apis cerana)은 삼국시대부터 당(꿀)과 화분(단백질)을 공급했던 중요한 산업의 일부분이었다. 19세기 후반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벌(Apis mellifera)이 도입되면서 그 세력이 많이 밀려났지만 2014년 2월 농림부로부터 토종가축으로서의 인정을 받았고 2010년 생물다양성협정 이후로 각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큰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토종벌 및 토종양봉산물의 잠재적 가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토종벌꿀과 봉침 그리고 종 다양성에 대한 유전자원의 가치에 대한 공정한 이익분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경제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토종벌(아시아꿀벌)은 아프카니스탄을 경계로 동쪽 아시아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토종벌이 유전자원으로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향후 토종가축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대한 구체적인 논리를 펼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다. 따라서 이번 토종벌의 유전체 분석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토종벌 유전자원 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체계를 만드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것에서 상당한 경제적․자원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남부 및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북아에 널리 분포하는 화분매개곤충인 토종벌의 유전체를 차세대염기서열법(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이용해 토종벌에 있는 1만 600여개의 유전자의 위치와 서열을 해독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유전체 전체에 대한 서열을 분석해 토종벌의 유전체 크기가 2억3800만 염기쌍으로 사람보다 약 12분의 1 정도보다 작은 크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죠. 꿀벌의 사회성 유지에 중요한 화학감각수용체 중에서 냄새 감각을 맡은 후각수용체는 119개, 미각수용체는 10개, 신맛을 담당하는 이온수용체는 10개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면역에 관련되는 유전자는 160개 정도로 사람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토종벌의 유전체 분석이 이루어지면서 기존 서양벌의 유전체와 비교 연구가 가능해지고 토종벌에 문제가 되는 바이러스병과 사회성 행동의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 토종벌, 화학감각 뛰어나고 사회성 높아

그렇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는 우리나라 토종벌의 특이사항은 무엇일까. 권형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서양벌과 달리 토종벌에서 특이 유전자 2000여 개를 발굴했다”고 운을 뗐다.

“특히 화학감각이 서양벌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비행근육 및 에너지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더 많이 분포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이러한 결과는 토종벌이 어디서 왔으며 어떤 진화과정을 거쳐 한반도에 정착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낭충봉아부패병이 서양벌에 비해 토종벌에 유독 치명적인 이유를 찾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꿀벌의 사회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헌데 바로 이 점이 연구를 통해 보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사회성을 갖는 토종벌의 화학감각능력이 풍부하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상관관계라고 할 수 있다.

“화학감각능력은 후각수용체, 미각수용체, 동료의 몸이나 병원균등에서 나오는 산(acid)에 대한 맛이나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입니다. 특히 사회성 곤충은 거대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화학감각능력을 필수로 지니고 있죠. 행동적으로 접근했을 때 토종벌은 행동적으로 서양벌에 비해 상당히 민감할 뿐 아니라 외부의 적에 대해 더욱 발달된 방어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토종벌의 유전체에서 화학감각능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이 더 많이 분포한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화학감각수용체의 기능분석 및 유전자 변이를 통한 국내외 분포와 계통을 분석하는데 좋은 유전지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권형욱 교수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꿀벌을 통해 사람의 질환까지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면서 시작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서양의 경우 19세기 중엽부터 꿀벌을 사람의 뇌 연구를 위한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특히 1973년에는 독일 과학자 칼폰프리쉬(Karl von Frisch)는 꿀벌의 사회성행동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바 있다. 이것만으로도 꿀벌을 통한 연구와 인간사회의 비교연구와 신경과학으로의 연구는 상당한 매력이 있는 분야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서양벌과 토종벌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진행된 서양벌에 비해 토종벌은 유전체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준 높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토종벌 유전체 분석 연구는 중국이 5년 전부터 북경유전체기관(BGI)과 여러 중국내 대학들과 진행하던 연구입니다. 때문에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번 연구를 더욱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했어야 했어요. 단기간 내에 성과를 이루기 위한 물적․인적 집중이 필요했죠. 중국 측에서 연구가 거의 완료 상태였기에 처음 2~3개월은 연구에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서양벌 연구와 수준을 맞추려면 전체 유전체 분석이 필수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 이후부터 다방면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집약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시작부터 논문 출판까지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매우 열악한 국내 연구 환경에서 이례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빨리 연구 결과가 나와야 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유전체 분석을 하는 회사와 학계 연구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유전체 분석에 대한 논리적인 전략을 시도하는 것과 거액의 연구비가 일시에 투입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있었죠. 많은 유전체 연구들이 초기 시료준비 단계에서 잘못 돼 애를 먹거나 아예 분석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습니다. 결국 공동연구진들의 소통과 열정으로 유전체 분석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분석팀은 여러 개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훌륭한 팀워크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꿀벌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권형욱 교수. 그는 “아인슈타인은 꿀벌의 화분매개활동이 없다면 인간은 3~4년 정도면 멸종할 것이라고 했다”며 “여러 과일이나 고단백 농산물이 모두 화분매개로 이뤄진다. 그만큼 꿀벌의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아시아에서 중요한 화분매개곤충인 토종벌(Asian honey bee)에 대한 유전정보를 해독한 것입니다. 때문에 서양벌과의 여러 비교연구와 꿀벌의 진화와 기원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벌써 꿀벌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스웨덴의 학자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더 깊은 연구와 토종벌의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의 양봉 연구와 꿀벌의 질병, 꿀벌의 사라짐, 그리고 꿀벌의 동물모델로 한 응용 연구들이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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