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성별은 어떻게 결정될까? 대부분의 상식대로 염색체에 의해서 결정된다. 염색체가 XX이면 여자아이, XY이면 남자아이다.
그러나 그게 다일까? 염색체가 XX가 되는지 혹은 XY가 되는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를 결정하는 실력자가 숨어있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 머독 어린이연구소(Melbourne’s Murdoch Children’s Research Institute)는 최근 어린아이의 성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했다.
그에 따르면, 단순히 X염색체와 Y염색체만이 아이의 성별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남녀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의 활동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조절기’의 작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SOX9이라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3개의 핵심 인핸서(enhancer, 증폭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핵심 인핸서의 중복이나 결핍에 따른 인간의 성 전환’(Human Sex Reversal is caused by Duplication or Deletion of Core Enhancers Upstream of SOX9)이다.
어린 아이의 성은 수정 때의 염색체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 X염색체 2개를 가진 배아는 딸이 되는 반면, XY염색체를 가진 배아는 사내아이가 된다.
이때 Y염색체는 아주 중요한 유전자인 SRY(serendipity gene)를 운반하는데, 이 유전자는 SOX9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유전자에 작용한다. 바로 이 SOX9 유전자가 배아에서 고환이 발달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SOX9 유전자의 수준이 높아야 정상적인 고환의 발달이 이뤄진다.
인핸서 변형이 생기면 성전환 발생
그런데 만약 SOX9의 활동에 어떤 변형이 일어나서 SOX9의 수준이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고환은 발달하지 않으므로, 성 발달의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인간 DNA의 90퍼센트 이상은 소위 말하는 ‘정크 DNA’나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는데, 바로 이 정크 DNA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 들어있다.
정크 DNA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유전자의 활동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조절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DNA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이 인핸서가 바로 태아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멜버른 대학 앤드류 싱클레어(Andrew Sinclair) 교수는 “이번 연구는 어떻게 SOX9 유전자가 인핸서에 의해 조절되며, 이러한 인핸서의 변형이 성 발달의 혼란을 가져오는지를 이해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태아가 XX 염색체를 가지면 난소가 발달해서 여성이 되지만, 이 인핸서가 추가로 복사돼서 SOX9 수준이 높아지면, 난소 대신 고환이 발달한다. 마찬가지로 XY 염색체를 가졌지만 SOX9수준이 낮으면 고환 대신 난소가 발달한다.
연구팀은 태아의 성을 결정하는 3개의 인핸서를 발견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브리타니 크로프트(Brittany Croft) 박사는 “인간의 성전환은 SOX9 유전자를 조절하는 이 핵심적인 인핸서를 획득하느냐 잃어버리느냐에 따라 결정되므로, 결과적으로 이 3개의 인핸서는 정상적인 고환 및 남성 발달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연구자들은 단지 성 혼란을 겪는 환자들을 진단하기 위해서 유전자만 들여다 보았다. 그러나 유전자 외에 인핸서를 볼 필요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중요하다는 크로프트 박사의 의견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인간의 유전체에는 약 2만2천 개의 유전자를 통제하는 약 100백만 개의 인핸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인핸서들은 주로 정크 DNA, 혹은 암흑물질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바깥’에 있다. 그러므로 여러 가지 질환을 진단하는 핵심은 DNA의 덜 알려진 곳에 숨어있는 이들 인핸서에서 발견될지 모른다.
정크 유전자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1991년에 과학자들은 생쥐의 배아에 SRY 유전자를 집어넣어서 암컷 생쥐를 수컷 생쥐로 바꾸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유전자 하나가 어떻게 동물의 성을 바꿀수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었다.
정크 DNA의 중요성 다시 부각돼
올해 6월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소개됐다.
과학자들은 DNA에서 인핸서 13을 제거하면 수컷 생쥐가 난소를 가진 암컷 생쥐로 변하는 실험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인핸서 13 역시 생쥐 배아가 난소를 가진 암컷으로 성장하는지, 혹은 고환을 가진 수컷으로 성장하는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스터 역할을 한다.
당시 이 논문을 발표한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로빈 로벨-뱃지(Robin Lovell-Badge) 박사는 27년전에 SRY를 발견한 과학자로서, 다시 한 번 정크 DNA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인핸서 하나가 이렇게 남녀의 성을 구별할 만큼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를 담고 있는 정크 DNA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암흑 속에 숨어있는 정크 DNA 속에 ‘선조들이 겪은 역사적인 경험’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습관’이나 ‘행동의 결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730)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주기적인 환기만으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총부유세균'의 실내 농도가 절반가량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경기북부 업무시설과 어린이집 1곳씩을 선정해 63회에 걸쳐 실내공기질을 조사·분석해 이런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19일 발간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전기전자공학과 김효일 교수팀이 하이퍼루프 내 무선 통신 전파(통신 채널)를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UNIST에 따르면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관인 '튜브' 안에 '포드'라는 객차를 한 개씩 가속해 시속 1천200㎞로 달리게 하는 차세대 교통수단이다.
오는 25일(미국 동부시간) 미국에서 한국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인 한컴인스페이스의 '세종1호'(Sejong-1)가 발사된다고 한글과컴퓨터가 18일 밝혔다. 세종1호는 25일 오후 2시25분(한국시간 26일 오전 3시 25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소재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9)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국내 연구진이 이미지 변환이나 음성 변조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으로 가상뇌파신호를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8일 한양대에 따르면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은 '신경 스타일 전이'(neural style transfer) 기술을 최초로 뇌파에 적용해 뇌파신호 변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신경망 모델(S2S-StarGAN)을 만들어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혈액·소변을 이용해 암과 같은 질병을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소변·혈액 생체시료에는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생체 지표)가 포함돼 있어 이를 분석하면 질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질병과 관련이 있는 바이오마커를 분리·정제해야 하나 현재는 대형 의료시설이나 실험실에서 샘플을 분석해야 해 시간·비용이 많이 든다.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꿀 발명 기술 1위로 '인공지능'(AI) 이 선정됐다. 특허청은 발명의 날(5월 19일)을 앞두고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내일을 바꿀 10대 발명 기술'을 18일 발표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이어 2위는 로봇, 3위는 미래차가 차지했으며 수소(4위), 에너지(5위) 등이 뒤를 이었다.
라오스 고대 동굴서 화석 인류인 데니소바인 소녀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가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네안데르탈인의 사촌 격인 데니소바인은 화석이 드문데다 동남아 열대 지역 거주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코펜하겐대학 고인류학자 파브리세 데메테르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라오스 북동부 안남산맥의 석회암 동굴 '탐 은구 하오(Tam Ngu Hao) 2'에서 발굴한 어금니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