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carbon)는 지구상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다.
모래알에 듬뿍 들어있는 규소(silicon)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흔한 원소이다.
산업계에서는 탄소와 규소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서 매우 다양한 현대문명의 재료를 생산한다. 의약품, 텔레비전 스크린, 농업용 화학품, 페인트, 반도체, 컴퓨터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을 만큼 두루 사용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제품들은 모두 사람이 비싼 촉매를 사용하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서 만들어 왔다.
생물학적으로 탄소-규소 결합 이끌어 내
그런데 만약 생물학적으로 규소와 탄소의 결합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훨씬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의 프란시스 아놀드 (Frances Arnold) 교수 연구팀은 바로 이같은 일을 하는 단백질을 합성했다. 탄소-규소 결합을 만들어주는 단백질, 그러니까 공장 대신 미생물이 공해없이 공산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대장균을 이용하여 시토크롬 c 효소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변이를 이끌어냈다. 시토크롬 c 효소는 아이슬란드의 온천에서 발견된 단백질이다. 이렇게 3번에 걸쳐 인공적으로 변이를 유도해서 기존의 산업적으로 하던 탄소-규소 결합보다 무려 15배나 효율적으로 탄소-규소 결합을 이끌어내도록 했다. 더구나 이 단백질을 끓여도 작용할 만큼 강한 성질을 가졌다.
아마도 화학적인 방법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이 기사를 읽는다면 오늘 읽는다면 내일 당장 이 제조법을 이용한 공장을 세우려 할지 모른다.
11월 24일자 과학전문 저널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프랑시스 아놀드 교수는 “화학자만이 하던 일을 자연이 더 잘하게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공대가 제정한 다우지속가능혁신학생도전상(Dow Sustainability Innovation Student Challenge Award SISCA) 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는 화학자들이 화학반응을 통해서만 생산했던 것으로 알려진 화학제품을 이제는 생물학을 이용해서도 할 수 있으면 엄청난 효과가 난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공해나 환경파괴 같은 부산물과 부작용이 원천적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계의 생명을 만드는 기본 단위가 탄소 계열의 분자 이외에서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추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 동안 ‘만약 지구상의 생명이 탄소 계열 대신 규소 계열에 바탕을 두고 진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큰 궁금증을 가져왔다.
공상과학 작가들 역시 규소를 바탕으로 한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상상을 해 왔다. 미국의 유명한 공상과학 텔레비전 시리즈인 스타트랙 같은 공상과학 소설이 대표적이다. 탄소와 규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하며,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기다란 분자 체인을 형성하는데 매우 적절한 원소이다.
인공선택 이용, 기존 방식보다 15배 효과적 .
이번에 연구팀은 유도진화(Directed Evolution)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비교해서 인공선택(artificial selection)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아놀드 교수가 1990년대 처음 채택한 유도진화는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변이를 유도해서 새롭거나 더 나은 효소를 생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옥수수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소 또는 고양이를 개량하는 것과 비슷하다. 효소는 화학적 반응을 쉽게 하거나 촉매작용을 하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과학자들은 유도진화로 효소의 DNA를 바꿔서 더 나은 효소를 얻는다.
유도진화는 지금까지는 세척제 같은 가정용 제품의 성능을 만드는데 사용되어왔다. 오염이 적은 그린(green) 의약품이나 농업용 화학제품 또는 연료를 사용하는데도 이용되어 왔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나라 카이스트의 이상엽 교수가 세계 최초로 대장균에서 가솔린(휘발유)을 생산하는 기술을 발표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3년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대사공학을 이용해 대장균에서 직접 사용 가능한 가솔린을 만들어내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화합물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인 대사공학을 이용해 대장균에서 지방산 합성을 촉진한 뒤, 새롭게 발견한 효소로 대장균의 탄화수소 사슬을 짧게 끊어냈다. 이어 짧은 탄화수소 사슬 모양의 지방산에 추가적인 대사반응을 가하는 등 3단계 공정을 거쳐 가솔린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연구들은 미생물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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