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족의 이름이 붙은 토성의 위성

[이름들의 오디세이] 이름들의 오디세이(46)

최근 NASA는 목성의 위성 타이탄(Titan)에 새로운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발표했다.

‘드래곤플라이(Dragonfly)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타이탄의 생명체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탐사선은 2026년에 발사되어 2034년에 도착할 예정이며, 탐사선은 타이탄 지표면에 ‘드론’ 형태의 탐사 로봇 ‘드래곤플라이’를 착륙시킬 계획이다.

물론 화성 지표면에도 차량 형태의 탐사 로봇들이 활동 중인데, 드래곤플라이는 차량이 아니라 잠자리처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타이탄 위성은 1655년에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호이겐스(Christiaan Huygens,  1629~1695)가 발견했다. 호이겐스는 이 위성을 ‘토성의 달(Luna Saturni)’로 불렀다. ‘토성의 달’은 지구의 달, 목성의 네 번째 달에 이어 다섯 번째로 확인된 위성이다.

약 20년 후인 1673년에 이탈리아 천문학자 카시니(Giovanni Domenico Cassini, 1625~1712)는 토성 위성 2개(이아페투스와 레아)를 더 발견했다. 1686년에도 2개(테튀스와디오네)를 더 추가한다. 이렇게 토성의 위성이 5개가 되자 호이겐스가 붙인 ‘토성의 달’이란 이름은 부적절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토성 제1 위성(Saturn I), 토성 제2 위성, 토성 제3 위성, 토성 제4위성, 토성 제5위성으로 불러 구별했다. 타이탄은 토성 제4위성에 해당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위성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1789년 윌리엄 허셜(Frederick William Herschel, 1738~1822)이 2개를 추가해 토성의 위성이 모두 총 7개가 되었다(현재 최소 62개가 발견되었다).

1847년에는 존 허셜(John Frederick William, 1792~1871. 윌리엄 허셜의 아들)이 숫자로 불리는 토성의 위성들에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타이탄(Titan)’의 이름을 붙여주자고 제안한다.

‘타이탄’이란 이름은 특정 신의 이름이 아니라 신들이 속하는 집단(神族)의 이름이다. 타이탄은 땅의 여신 가이아(Gaea)와 하늘의 신 유러너스(Uranus)의 12자녀들과 그 자손들로, 한결같이 거대하고 힘이 센 존재들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좀 더 익숙한 올림푸스 신족(神族)도 아니고 타이탄을 토성의 위성에 붙였을까? 우리는 ‘토성(土星)’으로 부르고 영어로는 ‘새턴(Saturn)’이라 부르는 행성이 그리스-로마 신화의 ‘크로누스(Cronus)/사투르누스(Saturnus)’에 해당하며, 그는 타이탄족(族)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태양계의 수많은 위성들 중 타이탄족의 이름으로 불리면 바로 토성의 위성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성에 해당하는 크로누스/사투르누스는 낫을 든 신으로 묘사된다.  ⓒ 위키백과

토성에 해당하는 크로누스/사투르누스는 낫을 든 신으로 묘사된다. ⓒ 위키백과

이렇게 해서 호이겐스가 발견한 것은 타이탄, 카시니가 발견한 것은 테튀스, 디오네, 레아, 이아페투스, 윌리엄 허셜이 발견한 것은 미마스와 엔켈라두스로 이름이 붙여졌다.

1848년에 발견된 제8위성은 하이페리온이 되었고, 이후 포이베, 아틀라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판도라, 칼립소, 테미스(나중에는 오류로 밝혀져 삭제), 미마스, 엔켈라도스, 오케아누스, 텔레스토의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20세기가 되자 타이탄족 이름이 바닥이 났다. 하는 수없이 다른 민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키비우크, 이지라크, 팔리아크, 시아르나크는 이누이트(에스키모) 신화에 나오는 거인들이다. 스카디, 나르비, 수퉁거, 트리므르, 이미르, 문딜파리는 스칸디나비아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다. 알비오리스, 에리아포, 타르보는 골(프랑스)족의 신화에 나오는 이름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타이탄 족이 아니라 도새턴(크로누스)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이름으로 사용됐다.

야누스가 그런 예다. 흥미롭게도 토성 궤도까지 날아간 카시니-호이겐스 탐사선도 새로운 위성을 발견하는 바람에 위성 목록에 추가하면서 팔레네, 메톤, 폴리데우케스, 다프니스, 애게온로 명명되었다.

한편, 1791년에 영국 목사이자 아마추어 지질학자인 그레고르(William Gregor)는 새로운 금속을 발견했고, 1795년에 프러시아의 화학자인 클라프로트(Martin Heinrich klaproth)도 이 금속을 발견했다.

‘화학계의 작명(作名)장이’ 클라프로트는 이 금속을 티타늄(titanium)으로 명명한다. 티타늄은 불순물 상태에서는 잘 부스러져 쓸모가 없지만 높은 순도에서는 매우 강한 금속으로 타이탄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티타늄은 타이탄 위성과는 아무 관련 없이 지어진 이름이다.

티타늄은 항공기, 우주선, 전함, 미사일, 인공 관절 등에 사용되었다.

티타늄은 미 공군의 초음속 정찰기 SR-71 블랙버드에 쓰인 후 현재 군용기는 물론이고 여객기의 뼈대로 쓰이고 있다. 장거리 여객기인 보잉 777에는 59톤의 티타늄이 들어간다. 항공기의 엔진에도 들어간다. 제트 엔진의 엔진 날이나 덮개 등도 티타늄으로 만든다. 선박의 프로펠러 축에도 쓰이고, 심지어는 머큐리 프로젝트의 캡슐에도 티타늄은 쓰였다.

티타늄이 사용되는 제트 엔진의 팬 블레이드(fan blade). 제주 정석항공관. ⓒ 박지욱

티타늄이 사용되는 제트 엔진의 팬 블레이드(fan blade). 제주 정석항공관. ⓒ 박지욱

미국이 개발한 대륙 간 탄도탄 발사체로 개발되어 나중에 제미니(Gemini) 계획과 화성 탐사선 바이킹(Viking)을 쏘아 올린 로켓의 이름에도 타이탄이 명명되었다. 당시에 미국이 개발한 강력한 로켓에는 아틀라스, 새턴, 타이탄, 주피터, 주노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티타늄이 들어간 인공 관절.여수 애양원 사관. ⓒ 박지욱

티타늄이 들어간 인공 관절.여수 애양원 사관. ⓒ 박지욱

티타늄은 의료계에서도 인기가 좋다. 인체에 무해하며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강하기 때문에 인공 관절, 치아 임플란트 등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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