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키가 커져도 걱정 없는 ‘늘어나는 신발’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31) 버클과 핀 사용하여 크기 조절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키가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옷이나 신발이 안 맞기 일쑤다.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 사는 어린이들의 부모는 이런 성장이 기쁘고 보람된 일이지만, 저개발 국가의 부모들에게는 근심거리일 뿐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때 옷이나 신발을 사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저개발 국가 부모들의 근심거리를 해소해 주기 위해 전 세계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몸이 성장할수록 그에 맞춰 크기를 늘릴 수 있는 신개념 신발과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의 개발을 통해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애쓰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을 위해 늘어나는 신발이 개발됐다 ⓒ TSTG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을 위해 늘어나는 신발이 개발됐다 ⓒ TSTG

버클과 버튼 등을 사용하여 늘어나는 신발 제작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신발 없이 살아가는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은 3억여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신발이 있다 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발육 상태 때문에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해서 신발을 신다가 찢어져서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거나, 아예 신는 것을 포기하고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찢어진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맨발로 다니다가 상처를 입게 되면, 질병에 감염될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냐의 나이로비에 위치한 한 고아원에서 자원봉사을 하던 ‘켄튼 리(Kenton Lee)’ 활동가는 자신의 발보다 작은 찢어진 신발을 신은 채 뛰노는 어린이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오랫동안 신을 수 있으면서도 어린이 스스로가 조작하여 신발의 크기를 늘릴 수 있는 간편한 신발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리 활동가에게 그런 신발을 만드는 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리 활동가는 다른 고아원을 방문했다가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줄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로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세계적인 신발제조업체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던 ‘게리 피트만(Gary Pitman)’ 디자이너였다.

5세 어린이가 신을 수 있는 크기의 신발(좌)을 늘려나가면 10세 까지도 신을 수 있는 신발(우)이 된다 ⓒ TSTG

5세 어린이가 신을 수 있는 크기의 신발(좌)을 늘려나가면 10세까지도 신을 수 있는 신발(우)이 된다 ⓒ TSTG

리 활동가의 아이디어를 들은 피트만 디자이너는 곧바로 그의 의견에 동조했고, 어린이들이 키가 커지고 체중이 증가해도 계속해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리 활동가와 피트만 디자이너는 곧바로 특수 신발 제조업체인 ‘TSTG(The Shoe That Grows)’을 설립했고, 공동 대표가 되어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에 돌입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침내 두 대표는 신발의 크기 조절을 할 수 있는 일명 ‘늘어나는 신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늘어나는 신발은 보기에는 일반 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양을 갖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5단계로 크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원리를 묻는 질문에 대해 피트만 공동대표는 “버클과 버튼, 그리고 고정핀을 사용하여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답변하며 “이렇게 크기를 늘릴 수 있는 신발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발에 맞춰서 적어도 5년 정도는 충분히 신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두 공동대표는 TSTG에서 개발한 제품이 머지않아 신발 없이 지내는 전 세계 3만여 명의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안겨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 공동대표는 “우리가 저개발 국가의 어린이들을 일일이 키워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발이 없어서 질병에 걸리게끔 놔두지는 않을 수 있다”라고 언급하며 “자라는 신발이 어린이들을 건강하게 만드는데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저개발 국가 환경 보호에 도움 주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

신생기업인 TSTG가 늘어나는 신발로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면, 유명 신발제조업체인 팀버랜드(Timberland)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신발의 소재가 되는 ‘RPET(Recycled Polyethylene Terephthalate)’을 개발하여 저개발 국가의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저개발 국가의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자체적으로 발생한 쓰레기들도 있지만, 잘 사는 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이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저개발 국가로 흘러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종이나 쇠붙이처럼 모아서 팔 수 있는 것들과는 달리 페트병 같은 폐플라스틱은 재활용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된 채 야적되기 일쑤였다. 이 같은 문제에 책임감을 느낀 팀버랜드 연구진은 전 세계의 저개발 국가에서 폐플라스틱을 수거한 다음, 이를 분쇄하여 RPET 원사를 뽑는데 성공했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 제작한 재활용 운동화는 품질이 시판 제품들보다 더 뛰어나다 ⓒ Timberland

버려진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 제작한 재활용 운동화는 품질이 시판 제품들보다 더 뛰어나다 ⓒ Timberland

이에 대해 팀버랜드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에서 뽑은 원사를 이용하여 신발과 의류, 그리고 가방 등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소개하며 “특히 최근에는 RPET 원사로 만든 재활용 소재인 ‘리보틀(ReBOTL)’이 고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놀라운 점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들이 기존 소재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 제품들보다도 내구성이 더 강하며, 편안함과 스타일까지 갖췄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는 RPET 원사를 처음 뽑았을 때만 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점이었기에 팀버랜드는 앞으로 리보틀을 브랜드로 하는 시리즈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신발은 저개발 국가의 환경 보호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살림살이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들에게 폐플라스틱 수거가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854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