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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코호트란 무엇인가?

이름들의 오디세이(79)

2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14일 동안 병원과 시설에서 격리되었던 60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추가 확진자 없이 격리 해제되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이 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이유로 지난 2월 4일 ‘코호트 격리’되었다. 의료진과 환자 70명이 격리된 채, 출입문은 밧줄로 공공 묶였다. 그것도 부족해 경찰 기동대가 삼엄한 경비를 폈다고 언론은 전했다. 다행히 다음 날 ‘부분 격리’로 수위가 낮아졌다.

그렇다면, ‘코호트 격리’란 무엇이고 ‘코호트’는 또 무슨 뜻일까?

통계학에서 쓰는 용어인 코호트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뜻한다. 이 병원이 하룻밤 코호트 격리가 되었다는 말은 다른 환자들, 보호자들, 의료진들, 직원들 모두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인  SARS-CoV-2에 노출된 것으로 간주하고 병원을 통째로 폐쇄했다는 말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전국에서 10여개의 병원이 14일간 코호트 격리된 적이 있다.

이렇듯 ‘코호트 격리’란 단어는 사람을 놀래키지만 ‘코호트 연구’란 단어는 꽤 익숙하다. 공통된 특성을 가진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나눈 다음 일정 기간 추적하며 특정한 사건의 발생을 비교해보는 연구라고 보면 된다.

코호트 연구는 현대 역학(疫學; epidemiology) 연구에서 가중 중요한 조사방법 중 하나다. 코호트 연구를 통해 특정 질병의 발병률이나 특정 치료법의 효과를 많이 알게 되었다. 이 결과들은 비단 환자의 치료 환경뿐 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코호트 연구란 명칭은 1935년에 있었던 출생 시기에 따른(세대별) 질병 발병률 비교 연구에 처음 등장했다. 코호트(cohort)의 어원은 라틴어로 ‘울타리’를 뜻하는 cohortem이고 중세 프랑스어로 군대 단위인 ‘소대’를 뜻하는 cohorte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몇 년 후 영국에서는 아주 중요한 코호트 연구가 시작된다. 힐(Sir Austin Bradford Hill) 등이 주도한 ‘흡연과 폐암과의 관련성’을 알아보는 연구다. 힐은 25년 동안 폐암 환자가 급증한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했고 환자의 99.7%가 흡연자란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흡연이 폐암이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른 암 환자의 95.8%도 흡연자였다. 이 정도면 폐암을 흡연 탓으로 돌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힐은 현재의 환자가 아닌 미래의 환자를 연구하기로 한다. 그는 영국의학저널(BMJ)에 회원들의 흡연 이력을 기록해 자신에게 보내달라는 호소문을 실었다. 6만 명의 의사들 중 4만 명이 답장을 보내주었고, 1951년에 시작해 2년 반이 지나 그동안 사망한 789명의 사인을 조사했다. 페암으로 죽은 의사는 36명이었고 한결같이 ‘골초’들이었다. 일단 흡연이 폐암의 중요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연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회원들을 계속 추적하여 1993년에 40년(!) 코호트 결과가 나왔다. 그 사이 2만 명이 세상을 떠났고, 883명이 폐암으로 죽었다. 폐암사망자들의 흡연량과 폐암 발병의 관련성을 분석해보니 하루에 25개비를 피면 폐암 발병이 2.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폐암 발병에 대한 흡연 효과 연구에 이 정도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참가한 코호트는 없다. 그러므로, 흡연과 폐암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믿는 이들은 영국 골초 의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욕되게 하는 망언으로 간주할 수 있다(!).

폐암의 원인이 공해가 아닌 흡연이라는 주장을 제기한 힐의 논문(1950년). 런던 위생-열대의학교. ⓒ박지욱

 

한편 미국에서도 이에 필적하는 코호트인 프래밍검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가 진행 중이었다. 프래밍검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지명이다. 이곳에서 국립 심장연구소(NHI)등이 주도하여 심-혈관질환이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30~62세의 주민 5,209명을 대상으로 1948년부터 코호트 연구를 시작했다.

주민들의 생활 습관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미리 조사 기록하고, 그 중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중에 심-혈관질환에 잘 걸리는지 알아보았다. 연구는 현재진행형으로 대를 이어 후손들까지도 대상자로 참여하고 있다.

프래밍검 연구를 통해 알려진 팩트는 혈압이 높을수록, 혈중 콜레스테롤/중성 지방이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남자일수록, 폐경 여성일수록, 비만일수록, 심장이 클수록 심-혈관질환(심장동맥질환, 뇌졸중, 동맥경화증 등등)에 잘 걸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운동을 할수록, HDL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에 덜 걸린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 사실들이 놀랍지 않은가! 이미 다 아는 상식이라고? 맞다. 이미 이 사실들이 상식이 된 것이 프래밍검 코호트 연구의 가장 큰 성과다.

아울러 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10년/30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률을 알 수도 있다. 본문 끝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한번 도전해보시라!

마지막으로 알아볼 코호트는 악명(!)이 높은 터스기기 연구(Tuskegee Study)다. 1932년에 미국 앨러바마주 터스기기에서 공중보건국이 주도한 연구로 매독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어떻게 되는지 관찰하는 연구였다. 코호트에 잡힌 환자는 전원 흑인 남성으로 모두 399명이었다.

사실 연구가 시작될 때 매독 치료는 수은이나 살바르산 같은 부작용이 많은 치료제 밖에 없었지만, 연구가 진행하던 중에 페니실린이 개발되어 효과적인 매독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매독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연구를 중단하고 즉시 페니실린으로 치료를 시작했어야 했다.

 

매독의 조기 치료를 독려하는 포스터. 하지만 터스기기 연구에 참여한 환자에겐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미국 대공황기. ⓒ위키백과

하지만 연구자들은 환자들에게 매독 감염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척추천자(허리 물 빼는 검사)같은 힘든 검사를 치료라고 속였으며, 심지어는 환자들이 페니실린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했다. 1972년에 언론에 폭로 기사가 나면서 중단되었다.

그 사이에 28명이 매독으로, 100명은 매독 합병증으로 치료도 못 받고 죽었다. 또한 환자의 아내 40명도 매독에 감염되었고, 아이들 19명이 선천성 매독으로 출생했다. 이들은 모두 매독 치료법이 있다는 이야기조차 듣지 못하고 살았다.

인종차별과 비윤리적인 연구 소식에 미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미국 정부는 900만 달러의 보상금과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무료 진료를 약속했다. 연구 65년이자 폭로 25년 후인 1997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생존자들과 그 후손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공식 사과까지 해서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한편으로는 터스키기 연구의 비윤리성은 국가 인권 조사 위원회(NHIB) 설립을 이끌었고, 1979년에는 임상 의료 연구의 윤리성을 사전 검증하는 임상시험위원회(IRB)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지금도 임상 연구자들을 쩔쩔매게 만드는 ‘IRB’는 바로 터스기기 코호트의 비윤리성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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