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알아야 이긴다”

생명연, ‘생명공학자가 들려주는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이야기’ 강연 진행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의 가장 유명한 문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피지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전 세계가 질병에 신음하는 현재도 마찬가지. 코로나19를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병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바이러스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지난 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진행한 온라인 특강 ‘생명공학자가 들려주는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이야기’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날 강연에 나선 전문가들은 주로 학생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바이러스와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다양한 명언과 비유 등을 통해 강연 중간중간 시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많은 호평을 얻기도 했다.

“코로나19, 기막힌 우연과 돌연변이의 만남”

먼저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장이 ‘감염병 길라잡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하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해 감염을 시키게 되었을까’에 대한 것이다.

류 센터장은 이에 대해 한 마디로 “기막힌 우연과 돌연변이의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박쥐 안에서 증식하던 ‘끝부분이 뾰족하게 생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에 의해 우연히 ‘끝부분이 둥글게 변화’하면서 사람의 세포 속으로 침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를 촉진시킨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자연환경의 변화 등이 꼽힌다.

지난 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온라인 특강 ‘생명공학자가 들려주는 코로나19와 바이러스 이야기’를 진행했다. ⓒ 유튜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채널 캡처

이렇게 인간에게 해를 끼치게끔 진화된 바이러스는 발달된 교통망을 타고 전 세계로 쉽게 퍼져나가게 된다. 때문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이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 류 센터장의 설명.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이는 진단, 치료제, 백신이다. 류 센터장은 “‘진단’을 통해 먼저 건강한 사람과 감염자를 분리한 후 건강한 사람에게는 ‘백신’을, 감염자에게는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기본적인 감염병 대책”이라고 전했다.

류 센터장은 이어 “감염병 연구는 군대와도 같다”는 비유와 함께 ‘선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군대의 존재 이유는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감염병 연구 역시 병원체가 어떤 형태로 공격할지 모르기에 다각도로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후 진행된 강연에서는 세 가지 요소인 진단, 치료제, 백신에 대한 세부적 내용이 소개됐다.

“한발 앞선 진단기술, 과학기술 한류 이끈다”

이규선 바이오나노연구센터장은 ‘K 키트, 세계가 놀란 한국의 진단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진단기술의 이모저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먼저 방탄소년단의 인기,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석권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도 우리의 진단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의 한류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류 센터장이 강조했던 적극적인 선제 대응의 결과다. 이 센터장은 “국내에서 1호 확진자가 나온 것이 1월 20일인데, 첫 키트 공급이 2월 4일에 이뤄졌다”라며 “1월 28일 질병관리본부에서 긴급사용승인공고를 발표하는 등 정부와 기업,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경륜 실험동물자원센터 선임연구원은 감염 과정의 각 단계를 설명하며, 그에 필요한 조건들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이 바이러스 치료제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 유튜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채널 캡처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일까. 류 센터장은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분자진단’과 ‘면역진단’이다.

이중 분자진단은 가래, 콧물 등 몸에서 채취한 검체를 진단해 관련 유전자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다만 실제 바이러스가 검체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극히 소량이기에 실시간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이라는 작업을 통해 그 신호를 증폭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센터장은 이에 대해 “30회 정도 증폭 작업을 진행하면 95%까지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1~2일이 소모되던 진단 작업이 6시간 내로 가능해지면서 확진자 파악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항원진단이라고도 불리는 면역진단은 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해 갖고 있는 방어 기전을 바탕으로 한다. 특정 바이러스 항원에 잘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어 이를 진단에 활용하는 것이다.

류 센터장은 “진단키트에 코로나19 표면에 위치한 특정한 단백질을 잡을 수 있는 항체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를 통과하면서 바이러스가 반응하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라며 “유전자 증폭 장치나 핵산추출 장비 없이 현장에서 간편하게 15분 내로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장점을 기술했다. 다만 정확도에 있어서는 분자진단에 비해 떨어지기에 신속한 진단이 필요한 현장이나 감염 이후 역학조사 등에서 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류 센터장의 부연 설명이다.

한편 이 두 가지 방법 이외에도 새로운 방식의 진단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류 센터장은 “미세유체역학을 활용해 아주 작은 관으로 바이러스를 뽑고 핵산을 증폭시킬 수 있는 일체형 키트,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진단법 등 진단기술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료제 개발의 해결책은 생략하기”

이경륜 실험동물자원센터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 ALL KILL!’ 강연을 통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해답은 감염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세포막 결합, 핵산 방출, 복제, 조립, 증식이라는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이 선임연구원은 “세포막 결합을 통해 바이러스들이 인체 세포에 핵산을 방출하고, 이를 복제 및 조립한 후 세포 밖으로 방출해 퍼지도록 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각 단계에서 필요한 조건들을 막거나 방해하는 것이 바이러스 치료제의 원리”라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도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 이 선임연구원은 “임상실험 등의 절차로 인해 치료제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변종을 일으키기 쉬운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대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략하기’를 내세웠다. 이미 안정성이 확보되어 있는 약물 중 바이러스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을 활용해 임상실험에 대한 시간을 줄이자는 방안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약물 재창출이라 불리는 이 방법이 지금 현재로선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치료제 개발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김두진 감염병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백신의 원리와 역사에 대해 강의하며 ‘관찰-가설-검증-결론’이라는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유튜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채널 캡처

한편 김두진 감염병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백신의 원리와 역사에 대해 강의하며 ‘관찰-가설-검증-결론’이라는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백신의 창시자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에 걸렸던 사람은 천연두에 안 걸린다’는 사실을 ‘관찰’한 다음, 이를 통해 ‘우두에 있는 무엇인가가 천연두를 막아주는 물질을 우리 몸에 만들어 준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8세 소년의 팔에 접종하는 ‘검증’ 과정을 통해 백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김 선임연구원의 설명.

그는 이어 “감염병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간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와 같은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원리는 세포 침투 과정에 관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것인데, 이 역시 분석을 통해 관련 유전자를 알아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중간숙주에 대한 최신 가설, 완치 후 양성반응에 대한 해석, RNA 바이러스의 존재에 대한 진화학적 의미, 날씨와 바이러스와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내용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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