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같이 RNA를 유전체로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는 짧은 세대기와 높은 복제력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초고속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감염병 역사상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인해 치명률이 높아진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치면서 독성은 낮아지고 전파력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규칙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주시할 필요는 있으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나온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최종현학술원의 ‘코로나 3차 대유행과 백신’ 주제 웨비나에서 안광석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RNA 바이러스에 있어서 돌연변이는 운명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 이유는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 달리 중합 효소에 수정이나 교정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4개의 염기 조합 서열로 되어 있는 유전체는 A=T, G=C로 염기가 짝을 맞춰서 복사본을 만든다. 그런데 염기서열이 잘못 맞춰졌다고 해도 RNA 중합 효소에는 에러를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돌연변이가 되기 쉽다는 것.
11일 최종현학술원에서는 ‘코로나 3차 대유행과 백신’을 주제로 웨비나를 열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앞으로 남은 과제를 과학적 측면에서 집중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웨비나 영상 캡처
코로나19 돌연변이의 진실은?
또 바이러스의 1세대가 짧은 것도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즉 바이러스는 불과 수 시간, 수일에 한 세대가 지나가고 그때마다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평균적으로 1개 입자가 생성될 때마다 1개 염기의 돌연변이가 생겨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수억 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생겨났어야 한다. 하지만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자체에도 대부분 해로운 것이기 때문에 후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 결과 “지구상 전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 돌연변이는 한 달에 두 개, 지난 1년 동안 24~5개 정도의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지금의 변이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니라 변이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변이체는 단순히 일부 염기서열이 변한 것뿐이고, 변종은 변이가 심해져서 바이러스의 속성이 완전히 바뀌고 면역학적으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지금 나오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는 3만 개 염기 중 겨우 29개만 바뀌었고, 그것은 현재와 99.9% 똑같은 바이러스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변종’이 아니라 ‘변이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영국발 B.1.1.7 변이체는 어떻게 출현하게 된 것일까. 가장 확률이 높은 이유로 안 교수는 면역이 약화된 만성질환자의 장기간 감염을 꼽았다.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 감염된 바이러스는 한번 복제하고 반드시 외부로 나가게 된다. 즉 1회밖에 돌연변이 기회가 없는 셈이라 대부분의 변이 바이러스는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영국발 B.1.1.7 변이체가 면역이 약화된 만성질환자의 장기간 감염으로 변이가 가속화되어 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안광석 교수의 설명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20주 동안 감염된 만성 기저질환자의 경우는 변이가 가속화됐다. 안 교수는 “만성 기저질환자는 면역이 약하기 때문에 한 사람 안에서 바이러스가 20주 동안 계속 복제를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변이가 일어났고, 그것이 20회 누적되면서 아주 의미 있고 심각한 돌연변이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12주 동안 감염된 암환자에게 혈장치료제를 투입했더니 변이가 가속된 경우도 있다”며 이것이 바로 장기 요양자를 백신 접종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즉 면역이 약한 장기 요양자들이 코로나19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오래도록 앓게 되면 급속한 돌연변이의 원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체가 생겨나게 된 또 다른 가능성은 동물과 인간의 순환 감염이다. 예를 들어 밍크가 사람에게, 사람이 다시 밍크에게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기는 순환 감염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에 핀란드에서 수백만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 한 바 있다. 이것은 인플루엔자가 조류와 돼지, 사람으로 옮기며 섞여서 급격한 대변이를 일으키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변이 바이러스, 전파력 높고 병독성은 약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돌연변이가 과연 전파력과 병독성에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초기의 영국에서는 돌연변이의 전파력이 56% 증가한 것으로 발표했다. 한 사람이 전염시키는 평균 사람 수를 나타내는 Ro값도 1.1에서 1.4로 상승했다. 하지만 환경이나 방역에 따라 Ro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 절대적이지 않다”며 “수학적 모델과 체외 실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파력 증가는 동물모델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웨비나에서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돌연변이의 진실’을 주제로 발표했다. ⓒ 웨비나 영상 캡처
아울러 “의료체계만 유지된다면 전파력 증가 자체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돌연변이가 사람을 더 아프게 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독성 결정인자는 바로 외피 단백질이다. 그런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 3군데에서 결손이 발견됐다. 특히 안 교수는 “외피 단백질 말단의 Y73C 변이는 염증 단백질 리크루트에 지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감염자의 증상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 시작된 시점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생물들이 해당 서식처에 살아남도록 하는 압력’인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의 작용이다. 일단 감염이나 백신으로 면역이 생성되면 선택압이 작용해 숙주의 면역을 회피하려고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백신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안 교수의 지적이다.
다행인 것은 RNA/DNA 백신의 업데이트가 쉽다는 것. 염기만 바꿔주면 된다. 안 교수는 “백신 접종 후에도 손 씻기와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등 지금의 방역 지침을 계속 타이트하게 가져감으로써 돌연변이 시계를 늦춘다면 돌연변이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며 “과학적 사실에서 벗어난 대중 언론의 보도는 팬데믹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불안만 가중할 뿐”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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