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대 의과대학 연구팀, 감염자 15만 명 대상 1년간 추적연구
완치 후에도 심장에 남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후유증은 무엇일까 @GettyImagesBank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3억 8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2월 7일 네이처 메디슨 지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중 1,500만 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심장질환에 시달렸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팀과 세인트루이스 퇴역군인 보건부는 미국 퇴역군인의 보건정보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및 완치자를 대상으로 1년간의 추적 연구를 수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심혈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자료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그 영향을 장기적으로 추적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 데이터는 2020년 3월 1일 이래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30일 이상 생존한 약 15만 명의 1년 간 건강정보를 토대로 진행됐다. 또한, 같은 기간인 2020년 3월 1일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는 560만 명의 데이터를 확보하여 감염경험이 있는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20여 개의 심혈관계 질환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유의미하게 더 많이 발병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혹시 모를 표본오염을 방지하고 연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팬데믹 이전(2018년 3월~2019년 1월) 비감염자 데이터도 함께 비교하였으나, 비감염자 대비 코로나19 감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심장질환 위험도는 대동소이하게 높았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경우 주요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55% 증가했다. 코로나19 감염경력이 있는 경우 1년 이내에 심장을 둘러싼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길 위험도가 72% 증가했으며, 심장마비의 경우 63%, 뇌졸중의 경우 52% 증가했다.
주요 심혈관계 질환에 대해 코로나19 감염경력이 있는 그룹이 유의미하게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 ©Nature Medicine
스크립스 연구소의 심장병 전문의 에릭 토폴은 연구 결과에 대해 “예상보다 놀라울 정도로 나쁜 결과”라며 “코로나19가 독감과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근거 중 하나”라고 평했다. 또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심장병 전문의 라리사 테레첸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에 심장병 요인으로 많이 알려진 흡연과 비만보다도 코로나19 감염여부가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촉구했다.
바이러스가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장기적인 손상을 입히는지는 아직 모른다.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에 직접적으로 침입해 지속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일 수도 있고, 염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 사이토카인을 증가시켜 심장에 손상을 입히는 것일 수도, 면역 체계의 사각지대에 지속적인 바이러스 위해가 가해져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 가설에 불과한 단계이며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인지 장애나 피로, 후각상실을 포함한 장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위험과 같은 원인에서 기인했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연구의 주저자인 워싱턴대 지야드 알 알리 교수는 장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장기적인 심장 및 혈관 손상의 증거”라며 “이와 같은 손상이 뇌나 다른 장기에도 생기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것이라 말했다.
코로나19 감염경험자들의 심장질환 위험도는 나이, 인종, 성별, 비만 여부, 흡연 여부, 고혈압이나 당뇨 여부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높았다. 특히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가벼운 증상만을 앓았던 완치자에게도, 본래 건강했던 사람에게도, 기존에 병원 이력이 없고 심장에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심장질환 위험도마저 낮았던 사람들에게도 코로나19 감염 이후 심장질환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미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는 경우는 그 위험이 더욱 증폭되었다.
코로나19 경증환자에게서도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유의미한 수치로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중증 환자일수록 위험도가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따라서 추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경증감염경험자를 포함하여 충분히 관리하되, 중증감염경험자의 심장질환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증상이 심각할수록 심장질환 위험도 또한 올라가나, 경증 환자에게서도 유의미한 위험도를 나타낸다. ©Nature Medicine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경험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질환 발병자 비율이 4% 더 높았다. ‘4%면 적은 수치가 아닌가’는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연구팀의 알리 교수는 “전염병의 규모를 고려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4%라는 수치는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심장 합병증을 앓는 약 300만 명의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4%면 전 세계인 중 1,500만 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심장질환을 앓게 됐음을 의미하며, 한국을 기준으로 한다면 6만 5천 명이라는 수치가 된다. 한국에서 심혈관계 질환은 각종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며 사망률 또한 63%에 육박하는 질환이다.
연구에는 여러 보완점이 존재한다. 미국 퇴역군인 보건정보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데이터의 90%가 남성, 71%가 백인, 76%가 60대 초반이라는 데이터 편향이 존재한다. 물론 이를 통계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거치긴 했으나 성별과 인종에 따른 후속연구를 더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연구 데이터 수집 당시 아직 백신이 상용화되기 전이었으므로 연구는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백신 접종여부에 대한 후속연구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경험한 이들의 심장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이 추후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적인 후유증 특히 심혈관계 후유증을 남길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개인의 건강과 의료시스템에 큰 부담으로 지워질 것이다. 워싱턴 대 알리 교수는 “손상된 심장은 재생되거나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심장질환은 사람들에게 평생 영향을 끼칠 질환이다.”라고 우려를 표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있는 사람들의 심장건강관리가 필수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의료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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