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과연 무엇일까?

[과학기술 넘나들기] 과학기술 넘나들기(152)

코로나19(COVID-19)라고 명명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또한 중국은 물론 거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과 특효를 지니는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각국의 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 가능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전인류적인 과제가 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를 보다 확실히 알아야만 한다. 코로나19의 여러 특성 등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 즉 코로나19를 인간에게 처음 전염시킨 동물, 즉 중간 숙주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초의 발병 시점과 정확한 감염 경로 역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처음에는 ‘우한 폐렴’이라 불렸듯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위치한 수산물 도매시장이 최초 발생지라 여겨졌지만, 이마저도 논란이 적지 않다.

이번 코로나19 이전의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들, 즉 2002년에 발생한 사스(SARS),  2012년에 발생한 메르스(MERS)의 감염원 및 중간 숙주들을 알아보고, 최근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라 발표되었던 동물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사스,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의 감염원인 자연 숙주는 박쥐로 여겨진다.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뿐 아니라 수십여 종의 바이러스를 직, 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전파하여 가히 ‘인수공통 전염 바이러스의 제왕’이라 할만하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사람과 같은 포유류이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박쥐의 속성, 즉 높은 대사율과 면역반응 특이성 등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숱한 인수공통바이러스의 감염원인 박쥐(과일박쥐)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바로 사람으로 옮겨가서 감염증을 일으키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다시 변이·증폭하여 매개할 다른 동물, 즉 중간 숙주가 필요하게 된다. 이와 같은 중간 숙주 동물로서 사스의 경우에는 사향고양이, 메르스의 경우로는 낙타가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전체 분석 결과 가장 유력하게 추정되는 정설 수준이며, 여전히 완벽하게 밝혀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2002년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사향고양이를 거쳐 변이되어 인간에게 감염된 것으로 여겨진다. 값비싼 루왁커피를 얻을 수 있는 동물로 잘 알려진 사향고양이는 외형만 고양이와 다소 유사할 뿐, ‘사향고양이과’라는 별도의 과(科)에 속하는 동물이다. 즉 실제로는 고양잇과에 속하는 사자나 호랑이보다도 고양이와 더 먼 관계인 셈이다.

그러나 사향고양이가 정말 사스의 중간 숙주인가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었다. 즉 도리어 인간으로부터 사향고양이가 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어서, 사스가 창궐할 당시 중국 광둥성에서만 수만 마리가 도살된 사향고양이가 애꿎은 누명을 쓰고 희생된 것 아닌가 하는 일각의 주장도 있었다.

사스의 중간숙주로 알려진 사향고양이 ⓒ Siddharth Biniwale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메르스의 경우 박쥐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를 매개·변이 시켜 인간에게 감염시킨 중간 숙주는 낙타로 알려져 있다. 낙타가 많은 중동지방에서 메르스가 먼저 전파된 점,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간과 낙타 간의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점 등을 감안하면 이는 타당해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처음에 발표된 ‘후보 동물’은 뱀이었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여러 야생 동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우한의 수산물 도매시장에서도 많이 팔리던 야생 뱀을 먹은 사람에 의해 코로나19가 처음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그러나 뱀은 사람 및 앞서 언급한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 등과는 달리 포유류가 아닌 파충류에 속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이 논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물론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역시 포유류가 아닌 조류와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이기는 하지만, 조류 또한 온혈동물이다. 지금까지 냉혈동물인 파충류로부터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감염되기는 극히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제시된 동물은 천산갑(穿山甲, pangolin)이다. 천산갑은 온몸이 비늘로 덮인 유일한 포유류로서 주로 개미를 핥아먹고 사는 작고 귀엽게 생긴 동물이다. 그러나 그동안 고급 식재료와 한약재 등으로 쓰이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처한 보호종이기도 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천산갑과 비슷하게 생긴 아르마딜로(armadillo)라고 잘못 보도가 되었는데, 이 둘은 전혀 다른 동물이다. 즉 천산갑은 유린목(有鱗目)에 속하고 아르마딜로는 빈치목(貧齒目)의 동물로서 서식지도 전혀 다르다. 유사해 보이는 외견의 등껍질 역시 아르마딜로는 갑옷처럼 튼튼한 뼈와 같은 재질인 반면에, 천산갑의 비늘은 사람의 손톱이나 코뿔소의 뿔처럼 단백질의 일종인 케라틴 성분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중간숙주라는 주장이 제기된 천산갑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그러나 천산갑이 중간 숙주일 가능성 역시 반론이 적지 않다. 즉 중국 화난농업대학의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염기 서열이 천산갑에서 분리한 샘플과 99% 일치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다른 연구기관 등이 잇달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의 실험 결과로는 유사성이 90% 이하로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셈인데, 중간 숙주 동물 및 감염 경로 등이 속히 명확하게 밝혀져서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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