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코로나19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금요 포커스] 폐쇄적 생활로 시간 왜곡 현상 일어나

프랑스의 지질학자이자 동굴 탐험가인 미셸 시프르는 23세 때인 1962년 깜깜한 빙하 동굴에 들어가 생활하기로 결심했다. 빛도 없고 시계도 없는 곳에서 살면 신체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적인 생활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시간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동굴 안은 발전기로 전기가 공급됐고, 외부와 연결된 전화로 동료들과 연락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평소대로 먹고 자며 35일 동안 동굴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동굴 밖으로 나와서 날짜를 확인한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이 35일이라고 생각한 동굴 속의 시간이 실제로는 60일이나 지난 후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느끼는 주관적인 시간 감각은 이처럼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1시간짜리 강의 시간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만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연설 시간이 짧다고 느끼지만 그 연설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시간을 길게 느낀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위축된 사회 활동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오늘이 며칠이고 무슨 요일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치 미셸 시프르가 동굴 속에서 살 때처럼 시간 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다.

격리 중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 경험해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적인 생활은 정말로 시간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대학의 실비 드로와 볼레 교수팀은 코로나19로 인해 본의 아니게 폐쇄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격리자들을 대상으로 개별 시간 경험에 대한 감정적인 영향을 조사했다.

즉, 격리 생활 전과 비교해 격리 생활 중의 시간 경험에 대한 설문 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 것.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격리 생활 상태에서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시간의 경과에 대해 관심을 많이 쏟을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갈 수밖에 없다. ⓒ S. Hermann & F. Richter(Pixabay)

이러한 시간 왜곡 현상은 스트레스나 불안 정도에 의해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격리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지루함과 슬픔 같은 감정의 증가와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학 분야의 출판전 논문 자료 저장소인 ‘사이 아카이브(PsyAxive)’에 발표됐다.

심리학자들은 시간 왜곡 현상이 회고적 시간과 미래적 시간이라는 두 개념의 충돌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회고적 시간 인식은 과거 사건의 기억 및 그 지속 기간이 관련이 있으며, 미래적 시간은 현재 시점에서 사건의 지속 시간을 판단하는 것이다.

회고적 시간의 경우 과거에 특정 기간 동안 발생한 사건을 더 많이 기억할수록 그 기간은 더 길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하루하루가 다음날과 구별되는 사건이 없을 경우 마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는 미래적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즉, 회고적 시간은 빨리 지나간 데 비해 현재 시점에서 사건의 지속 시간을 판단하는 미래적 시간의 경우 더 늦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시간의 경과에 대해 관심을 많이 쏟을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갈 수밖에 없다.

시간 감각은 건강과 관련 있어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시간 감각의 왜곡 현상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시간 감각은 대부분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갈 때는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징후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심한 시간 왜곡 현상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자 앨리슨 홀먼 교수팀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생각하거나 느린 동작으로 움직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앨리슨 홀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정신질환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현재 코로나19의 심리적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시간 왜곡 현상과 관련한 볼레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접한 앨리슨 홀먼 교수는 외신을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코로나19 이후 중대한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해 이 대유행병이 결정적인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코로나19가 길어질수록 우리의 시간은 더욱 느리게 흐르고 그만큼 정신적인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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