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미래의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까 ⓒGettyImagesBank
지난 2월 4일 사이언스 어드밴스 저널에는 현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하는 것이 아닌, 미래에 다가올 ‘다음’ 팬데믹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을 논하는 연구가 게재되었다. 21개 기관의 역학자, 경제학자, 생태학자 및 생물학자들은 연구 및 계산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손실의 20분의 1을 예방에 투자함으로써 미래 팬데믹의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스, HIV, 에볼라 등 많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지기 전 야생동물에게서 유래했다.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은 많은 전염병의 주요 원인임이 잘 알려져있다. 연구진은 1918년 이래로 10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의 발병과 그로 인한 사망, 전파 및 경제적 손실을 조사했다.
그림에서 원의 크기는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세계은행 추산 경제적 손실을, 원의 색깔은 푸른색에서 붉은색에 가까울수록 대륙간 전염도를 의미한다.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인수공통감염병의 추세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예견된 일이었다. ⓒNature Advances
최근 수십 년 인수공통감염병은 훨씬 잦은 주기로 발병했다. 발병이 있는 연도가 없는 연도가 더 많으며, 더 많은 대륙으로 확산되고 경제적 손실 또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관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측 가능했으나 예방되진 못했다”고 말한다.
현재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인한 세계 연간 사망률은 330만여 명이며 연간 세계국민총소득 손실은 2,120억 달러이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위험을 줄이는 것은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을 함께 줄일 수 있는 필수적인 조치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 아직 전파되지 않은 수많은 바이러스가 아직 야생동물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것과, 야생동물을 접촉할수록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성이 명백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60여 개의 바이러스가 알려진 익룡박쥐의 경우, 400마리와 접촉한 사람에게서 익룡박쥐 보유바이러스의 50%가 검출됐다. 박쥐거래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미 대부분의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이다.
400마리만 접촉해도 한 동물 종이 가진 바이러스의 50%에 노출된다. ⓒNature Advances
연구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종합적인 계산을 통해 구체적 예산을 제시하고, 고안한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바이러스가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지는 단계를 예방 및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인류는 야생동물 사냥, 거래, 축산, 삼림개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광범위하게 야생동물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기에, 이 과정에서 접촉을 줄이고 설령 바이러스의 전파가 이루어졌더라도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빠른 진단을 통해 전염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 전파가 이루어질 만한 곳을 면밀히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야생동물이 거래되는 규모를 생각했을 때, 야생동물 거래 관련 종사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인수공통감염병을 보유한 포유류의 경우 전체 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종이 거래되고 있으며, 종뿐만 아니라 2010년 콩고와 아마존 유역에서 연간 포획 야생동물이 130만-450만 톤을 기록할 만큼 거래량도 엄청나다.
실제로 에볼라 바이러스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영장류 동물의 무역을 통해 타국으로 퍼진 사례가 있기에 야생동물 거래를 통한 감염에 유의해야 한다. 야생동물 거래 상인, 사냥꾼, 소비자, 축산농부 등 종사자들을 우선적으로 주기적 혈청 검사를 통해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혹시 모를 감염이 이루어졌을 때 빠르게 발견한다면 전파억제조치와 예방조치 또한 빠르게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조치를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연구진은 혹시 모를 감염이 이루어졌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한다면 수십만 개의 잠재적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식별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독성과 유출률은 물론, 숙주 선호도와 지역분포를 분석하여 집중예방 및 방역지역을 선정할 수도 있을 것이고, 발병 시 진단과 백신 개발을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에서는 이런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수의사 양성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수의사가 적고 야생동물 거래가 많은 국가일수록 인수공통감염병 발병률이 높은 것도 이유지만, 수의사 중에서도 소수만이 야생동물과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기에 새로운 바이러스 발병을 모니터링할 인력이 부족하다. 특히 아프리카 등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서 수의사가 거의 없다는 현실은 바이러스가 더없이 쉽게 침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비좁은 곳에서 대량사육을 하는 축산업은 야생동물에서 가축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기에 매우 적절한 환경이다. 특히 야생동물 사육농장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크다. 또한 농업과 축산 등의 이유로 숲을 개간하는 것은 탄저병, 브루셀라증, 살모넬라증 등의 병원균이 재유행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농업을 위해, 목재를 얻기 위해,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숲으로 들어갈 때 인간은 동물이 가진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된다. 특히 열대우림에는 인수공통감염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야생박쥐와 영장류, 설치류의 종이 가장 다양하다. 이는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대유행의 요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실제로도 숲의 25%를 벌목하고 개간한 열대우림의 가장자리는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여러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구진은 삼림보호 외에도 탄소배출 감축 등의 조치를 함께 논한다. 연구의 저자인 듀크대의 스튜어트 핌 교수는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런 전염병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바이러스 게놈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삼림보호를 위해 세계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GettyImagesBank
연구에서는 “현재의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전염병이 일단 자리 잡으면 그 어떤 기술과 조치도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치료법과 백신 등 개발에 열을 올렸음에도, 역사적으로도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면서 결국 통제에 실패했으며 현재까지도 종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미래에 같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질병이 발생한 후가 아닌 예방에 답이 있음을 시사한다.
비용적으로만 생각했을 때에도 예방을 통해 발병 위험이 1%만 감소하더라도 예방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 연구에서 계산한 결과로는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발병으로 인한 인명손실 관련 비용의 5%, 경제 손실의 10% 미만을 예방에 투자함으로써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이는 경제적 가치 외에도 연간 160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10조 달러의 통계적생명가치(VSL)를 줄이는 일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삶에 지장을 겪거나, 직업을 잃거나, 가족을 잃은 이들이 겪은 심리적 영향까지 정량화할 순 없다. 또한, 매년 수십억 달러가 HIV 관련에 지출되듯이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출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정량적 가치와 비정량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다음 팬데믹을 막기 위한 예방을 위한 세계적인 협력이 필수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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