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전승일의 과학융합예술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아기, 마을 축제에 흐르는 탱고 음악의 선율, 전쟁터로 나가는 군사들과 남겨진 여인네들, 질주하는 기차, 텅 빈 식탁과 날아드는 전사(戰死) 통지서, 혼자 노는 아기 늑대, 눈 덮인 공원에서 사과를 먹는 아이, 평화로운 어촌 마을을 지나가는 나그네, 작은 보자기에 싸인 아기를 돌보는 아기 늑대.
Tale of Tales Ⓒ Yuri Norstein
29분 분량의 중편 애니메이션 ‘이야기 속의 이야기(Tale of Tales)’는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유리 노르슈테인(Yuri Norstein) 감독의 1979년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영상시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내러티브 전개 방식이나 직설법이 아닌 다양한 은유와 상징, 전편에 걸쳐 흐르는 러시아 민요와 클래식 음악, 그리고 시적 영상과 몽타주로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 경험한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애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관련 동영상>
‘이야기 속의 이야기’는 1980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World Festival of Animated Film Zagreb)에서 그랑프리, 같은 해 캐나다 오타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Ottawa International Animation Festival)와 프랑스 릴 국제 영화제(Lille International Festival of Films)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다.
특히 유리 노르슈테인은 자신만의 독창적인 애니메이션 영상미학을 창조하기 위하여 멀티플레인(multiplane) 촬영 시스템을 활용하여 컷-아웃 이미지로 분절된 조각들을 한 프레임씩 움직여가며 촬영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컷-아웃 애니메이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질감과 깊이를 보여준다. 멀티플레인은 애니메이션 영상에서 원근감의 깊이를 주기 위하여 카메라 밑에 여러 장의 유리판을 놓고 그 위의 피사체에 초점을 조절하면서 촬영하는 기법이다.
The Battle of Kerzhenets Ⓒ Yuri Norstein, Ivan Ivanov Vano
1941년에 태어난 유리 노르슈테인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소유즈멀트필름(Soyuzmultfilm)에서 애니메이션 과정을 수련하고, 1968년 아르카디 츄우린(Arkadiy Tyurin)과 공동으로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 ‘The 25th, the First Day’을 통해 애니메이션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유리 노르슈테인은 그의 스승이자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반 이바노프 바노(Ivan Ivanov Vano)와 공동으로 1971년에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70미리 시네마스코프(2.39:1 화면 비례) 영화로 제작한 ‘케르제네츠 전투(The Battle of Kerzhenets)’를 통해 컷-아웃 애니메이터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창출하기 시작했다. <관련 동영상>
‘케르제네츠 전투’는 과거 키예프 공화국이 스라프 지방의 국가 통일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침공에 맞서 투쟁하는 러시아 민중들의 모습을 통해 반전과 평화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의 음악에 맞춰 숨 가쁘게 전개되는 화면, 사건의 주체가 아닌 결과만을 보여주는 ‘수동태형 몽타주’ 기법, 전통 프레스코(fresco) 벽화를 응용한 질감이 풍부한 컷-아웃 이미지로 연출된 역동적인 움직임 등 유리 노르슈테인 특유의 기법과 연출로 전쟁의 비애와 평화에 대한 갈구를 보여주고 있다.
The Fox and the Hare Ⓒ Yuri Norstein
그 후 유리 노르슈테인은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여우와 토끼(The Fox and the Hare, 1973)’,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왜가리와 학(The Heron and the Crane, 1974)’, 테헤란 아동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안개에 싸인 고슴도치(Hedgehog in the Fog, 1975)’ 등 러시아 우화에 토대를 둔 작품들을 연이어 만들면서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다. <관련 동영상>
컷-아웃 애니메이션 촬영 장면 Ⓒ Yuri Norstein
프레드릭 백, 얀 슈반크마이에르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인 유리 노르슈테인. 그는 2003년 일본의 가와모토 기하치로(Kihachiro Kawamoto) 감독에 의해 기획되어 세계 각국의 독립 애니메이터 36명이 참여하여 제작된 일본 전통 시문학 장르 ‘렌쿠(連句’에 기초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겨울날(Winter Days)’에서 첫 번째 에피소드를 맡아 연출하였다. <관련 동영상>
유리 노르슈테인은 현재 니콜라이 고골(Nikolai Gogol)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장편 컷-아웃 애니메이션 ‘외투(The Overcoat)’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제작 과정을 담은 DVD가 일본판으로 출시되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컷-아웃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시적 영상 작품들은 ‘The Complete Works of Yuri Norstein’ DVD와 아트웍 북 ‘Yuri Norstein and Tale of Tales: An Animator’s Journey’으로 출간되어 있고, 국내에서도 ‘유리 노르슈테인 작품집’ DVD를 통해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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