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컴퓨터 활용교육…세계로 확산

[창조 + 융합 현장] 영국 내년 9월 정규 교과과목으로 채택

구성주의(Constructionism) 교육이론이 있다. 천재 수학자이자 MIT 교수인 시모어 패퍼트(Seymour Papert) 박사가 창안한 이론으로, 교육을 수행하는 데에 ‘교사보다 학습자에게’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과거 교육 방식은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만큼 교사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 반면 패퍼트 교육이론은 학생 중심이다. 마치 레고(Lego) 게임을 하듯이 학습 현장에서 자신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지식을 쌓아올릴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컴퓨터 활용 사고 국제세미나’에서 미국 찰스톤 대학의 퀸 버크(Quinn Burke) 교수가 미국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6개주에서 컴퓨터 활용교육을 채택하고 있는 중이다. ⓒScienceTimes


컴퓨터도 그 중의 하나다. 언어・과학 등 기존 과목을 가르치면서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미국, 영국 등 세계 교육현장에서 이 학습방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 활용해 학습하고, 사회문제 해결

브루넬(Brunel) 대학 로렌스 윌리엄스(Lawrence Williams) 교수는 지난 6일 서울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컴퓨터 활용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국제세미나’에 참석해 지난 7월 영국 정부가 이 ‘컴퓨터 활용 사고’ 교육을 중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부터 중등학교를 시작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등으로 ‘컴퓨터 활용 사고(이하 컴퓨팅)’ 교육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컴퓨터를 활용해 사고력을 키우는 이 학습방법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채택되기는 영국이 처음이다.

▲ 브루넬(Brunel) 대학 로렌스 윌리엄스(Lawrence Williams) 교수 ⓒScienceTimes

새 교과과정에 따르면 5~6세 어린 학생들에게는 컴퓨터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디버깅 교육 등이 수행된다. 7~10세 학생들에게는 컴퓨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디자인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

11~14세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컴퓨터 지식을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폭넓은 융합교육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14~16세 단계에서는 자신의 지식을 컴퓨팅 교육과 접목시켜 능력과 창의성 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총체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그동안 배운 학생들의 지식이 모두 총동원된다. 교육의 초점은 컴퓨터를 최대한 활용해 학생들의 분석능력, 문제해결능력, 디자인 능력 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사회, 문화 상황을 이해하고, 동시에 온・오프라인으로 연결된 정보라인을 적절히 적용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새 교과과정에 편입된 컴퓨팅 교육이 기존의 지식 중심의 컴퓨터 교육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왔던 컴퓨터 교육은 컴퓨터을 이해하고, 사용법을 배우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컴퓨팅 교육은 컴퓨터에 대한 이해를 다른 과목, 혹은 다른 사회적 차원에 연결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거나, 문제 등을 해결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산업이 요구하는 ICT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6개 주 컴퓨터 활용교육 채택

미국에서도 컴퓨팅 교육 도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찰스톤(Charleston) 대학의 퀸 버크(Quinn Burke) 교수는 “3년 전 LA 지역 중등학교에서 컴퓨팅 교육을 시작한 이후 현재 6개주에서 8~9학년을 대상으로 컴퓨팅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뉴욕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R. Bloomberg) 시장은 20개 중등학교에서 ‘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파일럿(The New Software Engineering Pilot Program)’을 시작했는데 컴퓨팅 교육의 일환이다.

미국 주요 도시들이 컴퓨팅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일부 보수적인 주를 제외한 대다수 주들이 컴퓨팅 교육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아나 대학의 카일 페플러(Kylie A. Peppler) 교수는 풍부한 미디어 환경을 기초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스크래치(Scratch) 사례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학습용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다.

기존의 컴퓨터 학습 프로그래밍과는 달리 마우스로 블록을 끌어와 쌓으면서 재미있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이트다. 프로그래밍 자신이 없는 학생들도 혼자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페플러 교수는 그동안 이 스크래치를 통해 정말로 학습효과가 일어나는지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5살 정도의 어린 학생이 과거에 보지 못했던 창의적인 과정을 컴퓨터에 접목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교수는 학생들이 이 스크래치(http://scratch.mit.edu/)를 통해 자신을 외부 환경과 연결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어린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릴리 폰드(Lily Pond)’와 같은 패션 프로그램에 접촉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컴퓨팅에 참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페플러 교수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크래치와 같은 컴퓨팅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컴퓨터의 본질을 쉽게 이해하고 있었다며, 컴퓨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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