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옷처럼 입고 다닐 수 있을까?

금요일에 과학터치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옷을 자유자재로 입고 다니는 것을 종종 봤죠? 현실에서도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저녁. 대전교육과학연구원에는 과학 지식을 얻기 위한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강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지난 21일 진행된 ‘금요일에 과학터치’ 시간에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응용나노 연구실의 고승환 교수가 ‘컴퓨터를 옷처럼 입고 다닐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것.

이날 고 교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사람들은 컴퓨터로 된 옷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통신수단으로 사용한다. 현실은 이와 다소 다르지만, 각종 전자기기들의 다양한 기능이 휴대용 전자기기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조만간 사람들이 컴퓨터를 옷처럼 입고 다닐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21일 ‘금요일에 과학터치’ 수업을 학생들이 듣고 있다. ⓒ황정은


현재 ‘컴퓨터 옷’은 군사목적 위주로 개발되고 있다. 전투 중 상대편의 위치와 무기의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군사력의 효율을 높이고 전투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옷을 만들 때 필요한 것

그렇다면 컴퓨터로 옷을 만들 때 무엇이 필요할까. 고 교수는 “정보입력장치와 정보출력장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중앙연산장치와 메모리,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장치 등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원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장치들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들이다. 입력장치의 경우, 마우스나 키보드 등으로 원하는 정보를 입력했지만 최근에는 터치스크린 등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한다면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정보를 입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원은 모든 컴퓨터 장치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컴퓨터 옷’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 컴퓨터가 전선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되는 것은 태양전지와 연료전지다. 스스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충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컴퓨터 옷이기 때문에 깨지는 소재를 옷에 넣을 수는 없다. 그래서 태양전지를 종이처럼 유연하게 만드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옷에 붙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기술들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가 공급되는 도선을 제작하는 것은 유리나 실리콘 등 무기물질 기판 위에 금속 도선을 까는 것이 일반적인데, 해당 물질은 잘 깨지고 파손되므로 옷에 활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이러한 기판의 경우 제작이 완료돼도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컴퓨터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플라스틱이나 옷감, 종이 등 유기물질 기판 위에 도선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구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유연한 컴퓨터 옷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은 낮은 온도에서 제작할 수 있는 ‘저온공정’이다. 저온공정이 필요한 이유는 금속도선을 유연하게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자제품을 분해하면 금속 도선이 연결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도선이 곧 금속이라는 것으로, 유연한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선도 유연해야 하고 금속을 녹여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딱딱한 금속을 물처럼 녹인다든지 더 나아가서는 증기화해야 컴퓨터 옷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금속 도선을 녹이는 과정을 ‘증착 공정’이라 부른다.

하지만 금속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열을 가하면 옷이 다 녹아버리게 된다. 낮은 온도에서 장치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 옷에 필요한 장치, ‘저온공정’

▲ 고승환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황정은

그렇다면 저온공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물질을 나노단위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같은 금속물질이라고 해도 크기가 작아지면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내게 되므로, 이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 교수의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내용도 나노물질을 이용해 저온공정을 개발하는 것이다.

고 교수는 “물질의 크기가 클수록 녹는점이 높아지고, 작아질수록 녹는점이 낮아진다. 크기가 달라지면 같은 물질이라도 굳이 1천도까지 온도를 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금속을 녹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녹는점뿐만이 아니다. 색도 변하게 돼 금나노의 경우 투명한 색부터 빨간색, 보라색까지 매우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중세시대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선명한 색깔을 나타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당시 사람들은 나노 크기의 입자가 다른 색을 구현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발색효과를 갖게 된 셈이다.

고승환 교수는 “컴퓨터 옷의 가장 발전된 형태는 뇌 기계 인터페이스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 뇌파가 생겨 기계가 이를 인식, 작동하게 되는 장치다. 이 장치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다. 단순한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면 뇌파가 이를 명령어로 받아들여 컴퓨터에 입력한다. 단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컴퓨터 옷 기술은 영화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기 때문에 추후에는 영화에서 보는 것과 더욱 근접한 기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여기 참석한 학생들이 컴퓨터 옷의 기술을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강의를 들은 김미현(대덕고, 1년) 학생은 “강의를 통해 영화로만 보던 일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 내 후손들은 빨리 저런 기술을 더욱 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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