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컴퓨터라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수학이나 컴퓨터를 두려워할 필요도, 어려워할 필요도 없죠.”
30일 서울시립과학관 ‘멘토링의 제왕’에서 청소년 과학 멘토로 나선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박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의 말을 건넸다.
서울시립과학관은 지난 23일부터 오는 1월 27일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 중인 전문가들이 직접 청소년들과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진로 프로그램 ‘멘토링의 제왕’을 개최하고 있다. 30일 열린 ‘멘토링의 제왕’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김찬수 박사가 멘토로 나섰다.
우리 일상의 모든 것, 컴퓨터로 이뤄지는 세상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세상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영화 특수효과, 출퇴근 차량 혼잡도, 질병의 예측 시뮬레이션 등 우리는 컴퓨터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김찬수 박사는 바로 이 컴퓨터로 계산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가 속한 곳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한국과학기술원(KIST)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란 말 그대로 정부에서 투자를 한 연구기관이라는 뜻이다. 공공자금을 지원받아 민간부문에서 담당할 수 없는 사회의 공익 증대에 기여하는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다.
김 박사가 속한 KIST 계산과학연구센터에서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사람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슈퍼컴퓨터가 한 번에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집단에 있는 슈퍼컴퓨터들이 계산한 자료를 통합해야 전체적인 계산 결과를 알게 된다.
“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원자 수준으로 잘게 잘라서 봐야 합니다. 그래야 미시적 현상에서 거시적 현상을 찾을 수 있죠.”
그가 생각하는 계산과학이란 하나의 커다란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가 모여서 만든 거대한 물고기의 모습이다. ‘나락 한 알 속 우주’라는 말에는 계산과학이 이뤄야 할 목표가 담겨있다. 아주 작은 현상에서 가장 큰 것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작은 동기가 모여 거대한 사회현상으로 바꾸는 마법
컴퓨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는 공간, 사람들의 이동, 사람들의 특성을 연구하는데 사용된다. 사람들의 정보를 많이 알수록 더 좋은 계산 결과가 나온다.
김 박사는 자동차 정체를 예로 들었다. 자동차의 행동은 ‘간다’와 ‘서다’ 두 가지로 압축된다. 특징은 ‘공격적으로 운전하는 사람’과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컴퓨터들이 계산해 출퇴근길이나 명절 귀성길에 어느 길이 어떤 시간대에 혼잡하고 한산한 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인간의 행동은 복잡한데 과연 이런 것들을 전부 컴퓨터가 함수화해서 계산할 수 있나요?”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되는 만큼 참관객들의 궁금증도 즉석에서 터졌다. 한 참관객의 질문에 김 박사는 “사람들 사이의 행동을 함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계산해 수치적인 계산 결과만 본다”며 궁금증을 해소했다.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도 컴퓨터 계산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계산과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질병 시뮬레이션이다. 김 박사 연구팀은 구제역, 신종플루, 코로나 등의 질병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김찬수 박사 연구팀이 지난 4월 계산해 발표한 ‘사회적 거리두기’ 모형은 계산과학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구하고 실효성을 가져다주는지 알려주는 강력한 결과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자체 개발해 온 감염병 확산 모델링 기술과 KIST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다양한 사회적 거리 효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계산 결과는 지난 3월 강력한 사회적 거리를 하지 않았다면 하루 4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과 함께 최고의 방역은 ‘개개인의 사회적 거리두기’다. 계산과학이 작은 동기가 모여 만들어낸 커다란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한 명이 침 튀기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 순간 전체 코로나 확진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작은 동기가 큰 행동을 만들어 사회 전체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계산 결과를 나타낸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의미 있는 연구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어떤 공부를 해야 취업할 수 있을까. 김 박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범위가 넓다. 다양한 일들이 있다. 목표를 자리 혹은 직장에 두는 것보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연구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 그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수학을 잘하지 못해도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을까. 김 박사는 “수학을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논리적인 생각은 필요하다.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 수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수학이 우습게 생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두고 과정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따스한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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