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들음병은 바나나에서 진화했다?

70년 전 냉동 보관한 샘플 부활시켜 유전자 조사

커피 시들음병(Coffee Wilt Disease)을 유발하는 곰팡이가 바나나를 포함해 다양한 농작물에서 시들음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로부터 유전자를 얻어 커피 작물을 감염시키는 능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시들음병이란 식물 뿌리줄기 밑부분의 도관이 곤충 등으로부터 침해를 입어 수분의 운반이 잘 되지 않아 잎과 줄기가 시들어 마르는 병이다. 커피 시들음병은 1920년대 이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유행병을 일으킨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현재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가지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커피 시들음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의 포자. ©CABI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옥스퍼드대학, 비영리 농업단체 CABI(Centre for Agriculture and Bioscience International )의 연구진이 발표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유전체학(BMC Genomics)’에 게재됐다.

커피 시들음병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 사이 두 번의 심각한 유행을 일으켰으며, 현재도 여전히 커피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일례로 2011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5만 5,000그루의 로부스타 커피나무가 말라죽었는데, 이는 2,200만 잔이 넘는 커피에 해당한다.

커피 시들음병이 발생한 것은 1920년대부터였다. 이에 따라 1950년대에는 감염된 커피나무를 불태우고, 내성이 강한 품종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다시 발생한 이 병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였으며, 두 개의 다른 곰팡이 집단이 각각 특정 유형의 커피만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나는 에티오피아에서 아라비카 커피를 감염시키고, 다른 하나는 동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에서 로부스타 커피를 감염시킨 것. 연구진은 이 두 가지 변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조사하기 위해 1950년대에 수집되어 CABI 균주 컬렉션에 기탁된 곰팡이 냉동 샘플에서 두 종류의 균주를 다시 소생시켰다.

커피와 바나나를 함께 재배하지 않아야

그 후 곰팡이의 게놈을 시퀀싱하고 특정 커피 품종을 감염시키는 유전적 증거를 찾기 위해 DNA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새로운 곰팡이가 이전 균주보다 더 큰 게놈을 지니고 있으며, 식물 내에서 생존하여 질병을 유발하게끔 유도하는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바나나를 포함해 120개 이상의 다른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곰팡이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진 것. 문제의 곰팡이류는 상업적 바나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바나나마름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곰팡이는 유전자를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의 유전자가 다른 종류의 곰팡이로 전이될 가능성은 아직 관찰된 적이 없다.

커피 시들음병에 걸려 말라 죽어가고 있는 커피나무. ©CABI

이에 대해 연구진은 커피와 바나나 작물의 뿌리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커피 곰팡이가 바나나를 기반으로 하는 이웃으로부터 그런 유전자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 작물은 키가 큰 바나나 작물이 제공하는 그늘을 좋아하므로 커피와 바나나는 함께 재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바나나와 커피를 함께 재배하지 않는 것이 커피를 죽이는 곰팡이에 대해 새로운 변종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샘플 연구하면 미래 작물병 예방 가능해

또한 연구진은 CABI가 보관하고 있는 오래된 균주 샘플을 연구하면 농작물 질병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풍부한 통찰력과 함께 농작물 질병과 싸우기 위한 새롭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곰팡이가 어떻게 식물을 감염시키는지 정확히 연구하기 위해 재생시킨 균주를 이용해 CABI의 격리된 실험실에서 커피 작물을 감염시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진은 지난 100년간 전 세계에서 채취해 3만여 개의 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CABI의 균주 컬렉션을 이용해 다른 작물의 질병에 대해서도 똑같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학의 진화생물학자 티모시 배러클라우(Timothy Barraclough) 교수는 “역사적 접근법은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기 전과 후의 식물 병원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준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많은 식물 병원균에 대해 이 연구를 재현해 미래의 발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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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케미 2021년 6월 8일11:34 오후

    농작물의 질병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감염되어 걸리는 병처럼 어떤 균이 변이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볼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채취한 균의 표본을 연구하는 것이 농작물 질병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아는 방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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