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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변화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0’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10) 의사소통 언어에 과학기술을 더하다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바일 메신저나 SNS, 이메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전화기를 통해 음성을 주고받는 통화(通話)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를 주고받는 채팅이 훨씬 편리하고 익숙해진 까닭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2019년 기준)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2000년 후반부터 문자 데이터 사용량이 음성 통화량을 앞질렀다. 그리고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 등 문자 메신저 프로그램과 이메일 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앱의 이용자 수와 사용 빈도는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왓슨군, 이리로 와주게. 자네가 필요하네”라는 음성이 전화선을 타고 처음 흐른 지 150년이 채 되지 않았건만, 현대인들은 음성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더욱 선호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대인들은 음성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이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새로운 형태로 변화되었고, 커뮤니케이션 언어 또한 음성에서 문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문자의 모양새가 ‘글’에서 보아온 그것과는 다르다. 심지어 PC 통신 보급기에 사용했던, 통신선에 올라앉은 ‘인터넷 문자’와도 다르다.

화자의 감정을 담고 있으되, 키보드를 두드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언어. 내 얼굴을 닮았지만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언어. 바로 이모지(emoji)의 등장이다.

이모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뜻하며, 케임브리지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https://dictionary.cambridge.org

언어의 ‘0’, 진화의 과정은 과학적, 기술과 함께 발전

파스칼 피크(Pascal Picq)는 ‘언어의 기원(Les origines du langage)’ 첫 장, 첫 문장을 통해 “분절 언어의 기원에 대한 연구들은 ‘필요성’의 암초를 피하지 못한다.”라고 전제한다. 결국, 언어란 환경 선택이라는 압력 때문에 뇌와 구강 기관이 반응했다는 취지다. 또 존 닐(John Niels)은 ‘호모나랜스(Homonarrans)’에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하고, 듣고 싶어한다고 주장하며, 언어 사용을 본능에 의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워낙 언어의 기원에 대한 가설과 연구가 인류의 문화와 역사, 현대 과학의 뇌 연구, 인지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며, 다각적이니 무엇 하나를 정설이라 확정하긴 곤란하나, 분명한 점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황과 환경, 문화와 가치관에 따라 그 언어의 모양새를 변화시켜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로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외 없이, 언어 진화의 과정은 과학적이며 기술의 발전과 호흡을 같이 한다.

문자로는 부족한 표현, 이모티콘·이모지로

이제 현재의 이야기를 해보자.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모바일 메신저나 SNS, 이메일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그리고 수많은 대화의 창에는 여지없이 얼굴 표정, 손 모양, 물건, 음식, 동물 등 제법 많은 이모티콘과 이모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가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입고, 대화 역시 그 패러다임에 맞춰진 이후부터 우리의 대화에는 신종 언어인 이모티콘과 이모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1982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스콧 팔먼(Scott Fahlman) 교수는 문자와 숫자, 키보드 기호를 조합하여 컴퓨터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림,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텍스트로는 부족한 감정이나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아스키(ASCII) 코드를 활용한 :-), :-(, ^^, ㅜㅜ, (๑˃̵ᴗ˂̵)و 등의 보조언어, 비언어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이모티콘은 현재 컴퓨터에 쓰이는 표준 언어(유니코드)에 입력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컴퓨터 언어가 되었다.

이후 1999년에는 이모티콘보다 그림에 가까운 이모지가 개발되었다. 이모지(emoji)는 일본의 NTT 도코모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구리타 시게타카(栗田穣崇)가 이메일로 보낼 수 있는 그림문자를 만들고, 그림문자를 뜻하는 에모지(絵文字)라 이름 붙인 데서 시작됐다. 개발 초기에 176종을 포함한 한 세트에 불과했던 이모지는 2000년대 이후 구글과 애플에 이모지 입력 기능이 추가되면서 스마트 기기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되었다.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엄밀한 의미로 언어가 아니지만, 컴퓨터·모바일에서는 통용 가능한 언어인 셈이다.

텍스트로는 부족한 감정이나 표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모티콘과 이모지가 등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적극적인 자아 표현, AR 이모지의 등장

최근에는 AR 기술과 3D 얼굴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개별화된 이모지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기존의 이모지는 기기에 미리 탑재된 알고리즘이 적용돼, 특정 코드가 그에 맞는 이미지로 변환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의 기술은 얼굴 사진의 눈·코·입 등 얼굴 부위를 인식하고, 각 부위의 특징을 분석하여 3D 모델에 적용한 후 이용자와 가장 닮은 AR 이모지를 만들어낸다.

물론 초상화나 자화상같이 실제 얼굴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자신을 닮은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의 탄생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나’는 ‘현실의 나’를 대변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된다.

언어는 변한다. 언어의 역사성으로 통칭하는 이 특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가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과거에는 없었던 단어이기도 하고, 모양이 바뀐 사례도 있다.

이처럼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 언어. 종전에는 언어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진화론 등의 관점에서 논의되었지만, 이제는 점차 기술의 영역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두고 혹자는 언어의 파괴를 우려하고, 음성통화의 종말을 고하기도 한다. 명백히 우려되는 이슈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의 스펙트럼이 넓어짐으로써 의사소통 방식에 다가올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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