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칸막이 없애고 실패 용인해야”

[창조+융합 현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의 21세기 대학교육론

2014.04.17 08:09 이강봉

김용민 포항공대 총장이 전공한 것은 전자공학이다. 서울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김 총장이 몰두해온 연구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전자공학에 컴퓨터 아키텍처, 이미징 시스템, 의료 이미징, 컴퓨터 그래픽,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그는 이 분야에서 36개의 특허와 20개 실용화 특허를 가지고 있다. 연구 성과의 대부분이 실용화된 점이 높게 평가되어 지난 2003년에는 호암상(공학상)을 수상했다.

김 총장은 16일 STEPI 27층 회의실에서 ‘창의와 혁신을 주도하는 과기인재 양성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374회 과학기술정책포럼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최근 대학 상황이 “어디를 보나 큰 위기”라고 말했다.

21세기 대학들 큰 위기에 봉착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학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재정이다. “지난 5년 간 교수 월급이 오른 대학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고등) 교육이 보편화되고, 대학 간의 차별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민 포항공대 총장이 16일 STEPI 과학기술정책 포럼에 참석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STEPI

김용민 포항공대 총장이 16일 STEPI 과학기술정책 포럼에 참석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STEPI

전통 대학들과는 달리 취업률, 창업 등 비전통적인 특성을 들고 나오는 대학들도 잇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학문 중심의 전통을 중시하는 대학들에게 있어 전통적인 방식의 학교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총장은 “이런 상황에서 많은 대학이 지나칠 정도로 ‘연구’ 활동에만 치중해 대학의 사명인 ‘교육’을 희생해왔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취업을 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데, 이들 학생이 사회에 나가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잘 가르치는 미션을 간과해왔다는 것.

더구나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사회가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대학교수들이 대학(고등교육)의 미션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학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위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말하는 ‘기본’이란 ‘교육’을 말한다. “연구중심대학으로 연구를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래도 대학 역할의 기본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교육과 연구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 교수의 역할은 학생이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에 나가서 스스로 배워가면서 일할 수 있는 기초를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학사 과정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 역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교육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 지나칠 정도로 연구 성과에 치중하는 흐름이 있다고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학생들 역시 연구 성과를 올리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교수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 교육 절실

과연 대한민국의 대학이 21세기 선진국에 걸 맞는 고등교육 시스템인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아직도 교실(classroom) 형태의 티칭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교수의 역할에 대해 “강의만 하는 것이 교수가 아니라”고 말했다. 교실 밖에서 멘토,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1~2학년 시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도와주면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교수법인 교수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종, 문화, 종교, 성별 등을 넘어서는 다양성의 파워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제 간 협력 역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중심이 돼 협력과 다양성을 추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교수들 개개인이 학생들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는 것. “(교수의) 말과 행동이 일치했을 때 (학생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이 협력과 다양성의 문화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수와 교수, 학생과 학생, 학과와 학과, 연구소와 연구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이 벽을 하루빨리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미래 글로벌 리더들은 영감(inspiration)과 열정(passion)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창의성(creativity)과 호기심(curiosity), 모험심(risk-taking)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읽고 쓰는 능력과 함께 융합·협업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성·실패를 존중하는 환경 조성해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역시 21세기 리더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항목으로 꼽았다. 김 총장은 이 같은 리더십이 ‘창의적 환경’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교육학자이면서 영국 작가, 연설가, 예술분야의 국제 석학인 켄 로빈슨(Sir Ken Robinson) 경의 말을 인용했다. “학생들에게 있어 창의성을 말살하는 일이야말로 국가 교육 시스템에 있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창의적인 교육환경을 거듭 강조했다.

김 총장은 또 실패를 존중하는 교육환경을 강조했다. 수천 번의 실패 과정을 거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의 사례를 인용, 이 문화를 학교 안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자신이 처음 초음파진단기(untrasound machine)을 개발하고 있던 1992년 당시 참담한(spectaular) 실패를 맛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험을 기초로 1996년 지멘스(Simens)사의 초음파 진단기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실패를 용인하고, 격려해주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교수들이 나서 학생들 사이에서 이 실패를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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