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카메라에 담긴 별들의 세계

천체사진작가 권오철씨

권오철 작가는 천문사진 작가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네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한 권의 책을 출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전공한 후 소재를 찾는 사람이 있고, 소재가 좋아서 사진을 배우는 경우가 있죠. 저는 별이 좋아서 사진을 찍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요.”

▲ 권오철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오늘의 천체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권오철


권 작가가 천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책 때문이다. 출간하자마자 3일 만에 초판이 매진된 이 책은 별밤을 계절별로 관측해서 쓴 국내 최초의 별자리 안내서이다. 당시 천문 붐을 일으킬 정도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대학 새내기 때부터 천체사진 촬영을 시작한 그는 졸업 후 잠수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현실과 꿈 사이를 바쁘게 오가며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마침내 과감히 천체사진가로의 ‘전업’을 선언했다.

“인간은 지구가 태양을 100번도 못 도는 시간을 삽니다. 물리적 시간으로 보자면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천체사진가로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

별을 찍기 위해서는 높은 장소로 가야한다. 조금이라도 별과 가까워져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특별한 이유도 있다. 보통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 SF영화의 방어막처럼 뿌연 돔이 도시를 둘러싼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그 먼지 돔이 800-900m인데,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을 올라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낯선 장소, 어두운 밤. 이제까지 많은 별들을 관찰해왔지만 그는 매번 경외감이 든다. 특히 킬로만자로 꼭대기에서 본 밤하늘에 수 놓았던 별들은 잊을 수 없다. 킬로만자로는 별을 관찰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지만 적도여서 이론상으로 88개의 별자리, 약 9천개의 별을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참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가 있죠? 킬로만자로에서의 감동이 꼭 그래요. 좋다. 멋지다. 가슴이 벅찼다. 이 이상이었는데 적당한 표현이 없어요. 본 사람이 알 수 있는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최근 오로라의 매력에 빠져

▲ 킬로만자로에서의 권오철 작가 ⓒ권오철

요즘 권 작가의 가슴을 설레게는 하는 것은 오로라이다. 지난 1월에 2009년부터 3년간 캐나다 북부를 오가며 촬영한 오로라 사진을 모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오로라 신비전’을 열 정도로 오로라에 푹 빠져 있다. 특히 오로라 서브스톰(substorm)에 반해 있다.

보통 오로라는 산들바람에 너울거리는 운해라면, 자정을 전후해서 나타나는 오로라 서브스톰은 말 그대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격렬한 느낌을 전달한다. 하늘도 갑자기 밝아지기 때문에 카메라 노출을 조절하지 않으면 사진이 하얗게 나온다.

“태양에서 날아온 우주의 입자들이 대기권과 충돌하면서 형형색색 빛들의 향연을 펼칩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가슴도 덩달아 떨려오기도 하고 숨도 가빠진답니다. 오로라의 초록빛으로 온 세상이 형광색으로 변하는 순간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있는 듯 한 느낌입니다.”

최근 권 작가는 태양 흑점 폭발 뉴스가 나오면 즉각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날아가기 위해서 ‘우주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번개가 치면 곧 천둥소리가 나듯이 흑점 폭발 후 방출된 전기를 띤 입자들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는 하루나 이틀이 걸린다. 그래서 뉴스를 보자마자 항공기에 오르면 적정한 때 현장에 도착해 오로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 활동 주기는 11년이예요. 바로 올해가 태양 활동의 극대기로 흑점 폭발이 잦아 그만큼 화려한 오로라를 볼 수 있지요. ‘이번에는 얼마나 멋진 광경들을 볼 수 있을까, 우주의 신비함을 경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고 있어요. 이번에는 본 그대로의 감동을 조금 더 카메라에 꼭 담아보고 싶답니다.”

현재 권 작가는 개인 작품 활동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의 천문대를 방문해 소개하는 일과 ‘TWAN(The World At Nigh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유네스코에서 ‘세계 천문의 해’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한 ‘TWAN(The World At Night) 프로젝트’는 세계 32명의 유명 천체 사진가들이 모여 각국 명소의 밤하늘을 담는 작업이다. 한국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권 작가는 우리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별밤 사진을 찍고 있다.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별과 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거리를 점차 좁혀나가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작은 바람이라면 이 작업들로 인해 일반인들이 지금보다 더 별들과 가까워져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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