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자는 98.5%까지 일치하지만 사는 모습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람은 문명사회를 이루었지만 침팬지는 여전히 원시적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야생 침팬지가 사람을 만나면 비참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그 결과 침팬지는 사람을 피해 더 깊은 숲속으로 피신해 들어갔으며, 사람은 벌목, 사냥 등을 통해 침팬지 거주지를 조여들어갔다. 그리고 지금 침팬지들은 아프리카 중부 지역 등에 조금 남아있을 뿐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침팬지 가족. 과학자들이 최근 이들 침팬지의 고유한 문화적 행동이 사람과 접촉으로 인해 소멸되고 있다며 생태보존을 우려하고 있다. ⓒWikipedia
31개 문화적 속성들 사라지고 있어
그동안 과학자들은 생존 측면에서 침팬지의 삶의 모습을 다뤄왔다. 그러나 최근 문화 측면에서 침팬지의 삶을 다룬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침팬지 문화에 대한 내용과 함께 인간이 침팬지의 서식지를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침팬지 고유의 문화를 빼앗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침팬지는 다른 동물들이 지니고 있지 않은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이런 문화적 행동들을 후손에게 계속 물려주고 있었다.
문제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거나 사람의 영향을 받고 있는 침팬지들이 이런 고유한 문화들을 저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에 의해 그동안 유지돼온 문화적 속성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동물학자들이 침팬지 문화로 분류하고 있는 행위는 31개다. 그동안 침팬지 144개 군락을 통해 다른 동물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침팬지 고유의 문화를 수집해왔다.
지금까지 수입한 침팬지 문화 중에는 연못 등에서 조류를 건져 먹거나, 견과류를 돌과 같은 도구로 깨뜨려 먹으며, 흰개미를 잡아 한데 모아서 먹는 등 지능을 활용한 사냥 방법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침팬지들이 사람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을수록 이런 다양한 문화적 행위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침팬지의 경우 이전의 관습적 행위들을 88% 가량 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람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침팬지의 경우 자신의 문화적 행위들을 15~20% 가량 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영장류 동물학자 엠미 케일런(Ammie Kalan) 박사는 “그동안 논란에 싸여 있던 침팬지에 대한 인간의 문화적 영향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침팬지 외에 고래, 철새 등도 연구해야
2년 전 스위스 쥬리히 대학의 영장류 동물학자 캐럴 반 샤익(Carel van Schaik) 박사는 오랑우탄을 대상으로 한 문화 연구에서 “인간의 영향이 오랑우탄의 고유한 문화적 행위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콜라 너츠(kola nuts)와 같은 열매를 어떻게 채취해 먹고 있는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이런 문화적 행위들을 후손에게 계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 샤익 박사는 당시 “침팬지 역시 사람과 구별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침팬지 수가 줄어들면서 사람과 다른 침팬지 고유의 문화적 행위들을 보존할 수 없게 됐다”며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학술적으로 인정받을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고, 가설로서 그 역할을 마감해야 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이번 연구 결과는 반 샤익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케일런 박사 등 막스플랑크 연구소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논문을 통해 “침팬지 종(種)의 다양성,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침팬지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46가지 사례가 제시돼 학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며, “침팬지 문화 보존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사는 또 “이런 문화적 행위가 영장류 외에도 고래, 돌고래, 코끼리, 철새 등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동물들이 문화적 활동을 통해 생존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의 생태보존을 위한 연구 방향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케일런 박사 등 동물학자들은 현재 다른 대학, 연구소 등의 학자들 70여 명과 함께 침팬지 문화를 연구하기 위한 국제 공동 프로젝트 ‘PanAf(Pan African Programme: The Cultured Chimpanzee)’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PanAf’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동물의 종(species)과 유전적(genetic) 다양성 외에 행위(behaviour)의 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3000km를 탐사하면서 39개 침팬지 거주지에서 1만1000여 침팬지를 대상으로 39만 여 편의 비디오를 제작했으며, 2만1000여 유기체 샘플을 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그동안 이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면서 침팬지의 문화적 행동 사례를 수집해왔다. 관련 논문은 8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지에 게재했다. 논문 제목은 ‘Chimps in the Wild Show Stirrings of Cultur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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