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침몰한 원자로들은 과연 안전한가?

[밀리터리 과학상식] 소련 잠수함, 침몰 30년 후에도 방사능 누출돼

소련 원자력 잠수함 ‘콤소몰레츠’. 지난 1989년 심하게 파괴된 상태로 침몰한 후, 현재까지도 방사능이 방출되고 있어 연구자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Wikimedia

다른 에너지도 그렇지만 원자력 에너지는 특히나 안전 문제가 더 신경 쓰인다. 스리 마일 원자력 발전소 사고(미국),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소련),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일본)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자로의 파괴는 크고 오래가는 환경적 재난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는 일들이 있다. 바로 침몰한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들이다. 1954년 인류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미국의 ‘노틸러스’함이 취역한 이래 근 70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에서 2척, 구 소련과 현 러시아에서 7척의 원자력 잠수함이 침몰했다. 이 중 잔해가 인양된 2척(소련/러시아의 K-429, K-141)을 제외한 나머지 7척은 아직도 원자로와 함께 바닷속에 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침몰한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어, 큰 환경적 재난을 일으키지 않을까?

이미 침몰한 원자력 잠수함의 잔해에 대해서는 다양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 해군의 원자력 잠수함이던 ‘스레셔’, ‘스콜피온’은 각각 1963년과 1968년에 침몰했다. 각각 129명과 99명의 순직자가 발생했다. 물론 싣고 있던 원자로와 함께였다. 미 해군과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는 이 두 잠수함 잔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했다. 방사능 누출의 위험성을 우려해서였다. 특히 ‘스콜피온’함에는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배에는 핵탄두를 탑재한 마크 45 어뢰 2발이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 두 배에서는 방사능이 방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원자력 잠수함의 원자로는 매우 철저히 보호받는 시설이다. 매우 두꺼운 강철 방호벽이 있다. 잠수함이 침몰하더라도 제대로 원자로가 폐쇄된다면 이론상 안전하다. 그리고 바다에서는 원자로를 냉각시켜 주는 냉매인 물이 사실상 무한정으로 존재한다. 이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의 가능성을 낮춘다. 핵탄두의 소재를 이루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은 시간이 지나면 바닷속에서 자연히 산화되며, 바닷물 속에 잘 녹지 않는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으로 선체의 부식이 진행되어도 이론상으로는 안전하다.

그러나 또 다른 침몰 원자력 잠수함인 구 소련의 K-278 ‘콤소몰레츠’에 대한 탐사 결과는 우려를 자아내는 구석이 있었다. 지난 1989년 4월 7일 화재로 침몰한 이 배의 선체는 노르웨이령 바렌츠 해 수심 1700m 깊이에 가라앉았다. 이 배에는 2기의 원자로 및 핵어뢰 최소 2발이 실려 있었다. 2019년 노르웨이 해양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이 잠수함의 환기 덕트에서는 분명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누출되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방사선량은 자연 수치(시료 1리터당 0.001베크렐)의 80만 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는 노르웨이 정부가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정한 안전 기준(시료 1리터당 600 베크렐)의 1/6 이하이므로 일단은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K-278 ‘콤소몰레츠’는 앞서 말한 미국 잠수함들에 비해 비교적 심하게 파괴된 상태로 가라앉았다. 화재 시 원자로실을 포함한 티타늄 선체에 여러 군데 파열을 일으켰던 것이다. 원자로 냉각 파이프도 파열되었다. 또한 지난 1994년에도 어뢰에서 플루토늄이 누출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일단 어뢰의 플루토늄 누출은 자연적으로 멈췄다. 또한 ‘콤소몰레츠’의 침몰 수심은 매우 깊기 때문에,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희석될 공간이 충분하다. 그러나 ‘콤소몰레츠’는 노르웨이 영해의 유일한 방사능 오염원이다. 때문에 노르웨이 해양연구소에서는 잠수함 잔해 주변의 해수는 물론 해저 퇴적물, 주변 해양 생물 등을 채집하여 방사능 오염 정도를 앞으로 다년간에 걸쳐 조사할 계획이다.

‘콤소몰레츠’ 이외에도 구 소련산 원자력 잠수함들은 급하게 만들어진 탓에 사고가 빈발했다. 자칫했으면 더 큰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던 원자로 관련 사고만 해도 10여 건이다. 참고로 핵연료인 우라늄 235의 반감기는 약 7억 년, 핵탄두 소재인 플루토늄 239의 반감기는 2만4000년에 달한다. 원자력 잠수함의 개발과 건조, 운용에 철저한 안전 관리가 필요한 원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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