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와이어드’가 흥미로운 뉴스를 실었다. 소리의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데시벨이나 빛의 루멘처럼 촉각의 정도를 나타내는 계량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촉각은 아픔을 나타내는 통각, 압력을 의미하는 압각, 온도를 느끼는 냉온각으로 나눠지지만 기껏해야 말랑하다, 거칠다, 차갑다 등의 주관적인 표현으로만 묘사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 작업의 주인공은 남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스핀오프 기업 ‘신터치(SynTouch)’이다. 신터치는 거침에서 차가움에 이르기까지 15가지 차원에서 정밀한 촉각을 측정하는 단위를 만들고 있다. 재료의 질감, 탄력성, 온도 등 정보의 3요소를 조합해 ‘접착성 압착’, ‘열 지속성’ 등으로 단계를 표현하는 식이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겠지만 촉각을 측정한다는 발상은 큰 관심을 자아냈다.
신터치가 촉각 단위를 만들고자 한 이유는 바로 로봇에 있다. 로봇 팔 전문업체인 신터치는 로봇에 접촉 감각을 부여해 로봇이 모든 작업에서 매끄럽게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신터치의 CEO겸 공동창업자 제럴드 로엡(Gerald Loeb)은 “촉각은 로봇이 인간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할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몇 년동안 자율주행차, 홈로봇 개발에서 ‘로봇의 눈’에 해당하는 비전 시스템은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반해 터치 기술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태다. 그러나 로봇에 있어 촉각은 시각만큼이나 중요한 감각이다.
가령 컵은 부드럽게 잡고, 망치는 단단하게 쥐어야 한다. 그런데 망치를 느슨하게 잡아 떨어뜨려 누군가의 발등을 찍거나 컵을 세게 쥐어 부수는 일이 있다면 로봇은 인간 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방문 고객과 악수하면서 엄청난 악력을 발휘하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애완견을 들어올린다면 생각만해도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존 로봇은 공장이나 수술장 등 특정 공간에서 제한된 목적으로 활용돼 강력한 자동화와 정밀함 등이 중요한 요소였지만 앞으로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게 될 서비스 로봇은 감각, 특히 그동안 연구가 미진했던 촉각의 구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신터치의 로봇 손은 재료 위로 드래그하고 손가락의 힘과 속도를 변화시키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이미 돌, 섬유, 플라스틱 등 수 천가지 재료에 대한 촉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돔 형태로 내장된 19개의 초민감 전극이 실리콘의 피부에 뻗어 있어 그 역할을 수행해낸다. 그 사이 공간에는 식염수가 주입되는데 어떤 물체 표면을 누르면 전극은 식염수를 통해 변화하는 저항을 측정한다. 로봇이 얼마나 많은 압력을 가하는지 감지하고 압력을 가하는 재료의 양을 정량화할 수 있다는 것이 신터치의 설명이다.
질감을 측정하기 위해 손가락이 진동을 모니터링하고,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재료의 물체의 열전달률을 정확하게 인지된 온도를 파악한다. 상용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요 대학에서도 로봇 촉각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카네기멜론대학은 산업용 로봇 팔에 부착해 손 감각을 부여하는 핑거비전(finger vision)을 선보였다. 3D 프린팅된 이 로봇 그리퍼 장치는 백스터 산업용 로봇 팔 끝부분에 장착해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손바닥에 해당하는 부분에 검은 반점이 모여있고 투명한 실리콘햅이 이를 덮고 있는 형태로 다양한 터치 감각을 부여해 바나나 껍질을 벗기거나 상자를 집어드는 등의 작업이 가능하다.
핑거비전의 장점은 상용 부품을 조합해 매우 저렴하다는 점. 카네기멜론대 연구팀은 이 장치를 활용하면 300파운드의 대형 로봇이라도 깨지기 쉬운 물체를 감각으로 인식해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며 물체가 미끄러져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전체 로봇 스킨으로 이 기술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어서 다양한 응용 솔루션 개발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KAIST 연구팀은 올 초 실리콘과 탄소 소재를 활용한 촉각 센서 개발에 성공해 로봇 피부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기계공학과 김정, 박인규 교수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촉각 센서는 다양한 형태의 촉감을 구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해 복합재를 만들고 이를 전기임피던스영상법(EIT)라는 의료 영상 기법과 결합했다.
이를 통해 개발된 로봇 피부는 망치로 내려치는 충격도 견딜 수 있으며 센서 일부가 파손돼도 파손 부위에 복합재를 채운 뒤 경화시키면 재사용이 가능한 등 획기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로봇신문에 따르면 이 기술은 촉각 센서, 3차원 컴퓨터 인터페이스, 로봇 피부 등에 적용할 수 있으며 나노 및 센서 전문가인 박인규 교수와 바이오 로봇 전문가인 김정 교수의 공동 연구로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에서도 사람 손가락처럼 촉각 기능을 갖춘 인공 센서를 올초 선보였다. 국제소프트로봇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택팁(TacTip)’은 3D 프린터로 제작됐으며 내부에 웹카메라를 탑재해 사람의 촉각 수용체처럼 내부 핀을 트래킹하는 방식으로 물체를 느낄 수 있다. 인공센서는 물체가 내부 핀에 접촉하면 형태가 변화는데 서로 다른 핀의 패턴을 통해 물체의 형태, 위치, 접촉시 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로봇 손에 적용하면 사람처럼 촉각 기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코넬 대학 연구자들은 바깥에 센서를 장착하지 않고 부드러운 로봇 손에서 곡률, 연신율(인장시험 때 재료가 늘어나는 비율) 및 힘 센서에 따라 늘어나는 광 도파관을 사용해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몸 바깥 부분에 센서를 갖추고 있으나 이번에 개발한 센서를 신체 내부에 통합돼있어 로봇의 피부 두께를 통해 전달되는 힘을 실제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광 도파관은 1970년대 초반부터 촉각, 위치 및 음향을 포함해 수많은 감지기능에 활용돼왔으나 최근 소프트 리소그래피와 3D 프린팅 기술 발전으로 더욱 쓰임새가 늘고 있다. 연구팀은 4단계 소프트 리소그래피 프로세스를 사용해 인공 손이 더 많이 변형될수록 코어를 통해 더 많은 빛이 손실되는데 이런 빛의 손실을 통해 로봇 손이 주변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코넬대의 로버트 셰퍼드 교수는 “우리가 손을 구부릴 때 빛이 손실되지 않으면 센서의 상태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구부러진 방법에 따라 손실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 실험에서 로봇 손이 토마토 3개를 스캔해 부드러움에 따라 가장 잘 익은 토마토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농업에서 가장 노동집약적인 작업 중 하나인 과일 수확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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