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는 재앙이 아닌 축복”

[강석기의 과학에세이] 부작용 과장, 이익이 더 많다

사회가 환경에 대해 요구하는 것을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구감소다.

프랑크 괴트마크 등, ‘생태학 및 진화 경향’에 기고한 논문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고 한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7% 이상)에 들어간 지 17년 만이다. 아마도 2030년쯤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가 돼 있지 않을까.

이처럼 사회구조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 건 수명 증가와 함께 출생률의 급감도 한 몫 한다. 상대적인 비율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게 확실시 된다. 이민을 받지 않는다면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민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4000만 명 수준이 될 것이고 2100년에는 30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한 세대 전만해도 별 생각없이 산아제한정책을 유지하던 정부는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출산장려정책으로 전환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생률이 1명 수준으로 세계 최저다. 합계출생률이 2명은 돼야 나라의 인구수가 유지되므로 이러다가 지구에서 한국인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온다. 아무튼 노인 비율이 높아지는 것과 인구가 줄어드는 건 그 사회의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90%인 조사대상 136개국 가운데 2015년에는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만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위), 2050년에는 43개국에서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아래).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을 것이고 현재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중국도 보인다. 세계 2위인 인도도 인구가 정체되는 것으로 나온다.  ⓒ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지난해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90%인 조사대상 136개국 가운데 2015년에는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만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위), 2050년에는 43개국에서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아래).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을 것이고 현재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중국도 보인다. 세계 2위인 인도도 인구가 정체되는 것으로 나온다. ⓒ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초고령사회 부작용 과장돼 있어

학술지 ‘생태학 및 진화 경향’ 10월 18일자 온라인판에는 이런 우려가 편견의 결과일 뿐이고 사실은 인간이나 지구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생물학・환경과학과 프랑크 괴트마크 교수 등 저자들은 오늘날 여러 선진국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정부나 대중매체의 우려와는 달리 좋은 일이며 비용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오늘날 정부나 언론이 걱정하는 초고령사회의 경제적인 문제 세 가지가 사실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노동력 부족으로 이는 터무니없이 과장된 예측이다. 로봇과 AI로 대표되는 자동화로 실업률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아무리 젊은이가 줄더라도 노동력이 부족할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노인들 가운데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일을 하면 오히려 삶의 질이 높은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다음으로 의료비 급등이다. 이 역시 일종의 착시로 현재 여러 나라에서 의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노인 인구의 급증에 따른 현상이지 한 사람 당 의료비 증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수명이 늘어나도 집중적인 의료가 필요한 기간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측 그래프를 보면 65세 인구의 비율은 급격히 늘어도 성인 가운데 돌봄이 필요한 인구의 비율은 거의 차이가 없는 걸로 나온다.

끝으로 연금인데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것 때문에 나라가 파산할 일은 없을 것이다. 즉 연금수령시기를 늦추거나 지급률을 줄여 부담을 낮추고 노인이 계속 일하게 해 재정부담을 줄이면 해결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15~6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인구의 비율이 급등하는 구조적인 변화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보라색). 그러나 기대수명이 15년 이상인 인구에 대한 15년 미만인 인구의 비율(파란색)이나 독립적인 성인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비율(주황색)을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왼쪽은 미국 오른쪽은 일본이다.  ⓒ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초고령사회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15~64세 인구에 대한 65세 인구의 비율이 급등하는 구조적인 변화만을 고려하기 때문이다(보라색). 그러나 기대수명이 15년 이상인 인구에 대한 15년 미만인 인구의 비율(파란색)이나 독립적인 성인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비율(주황색)을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왼쪽은 미국 오른쪽은 일본이다. ⓒ 생태학 및 진화 경향

재야생화 프로젝트 진행되고 있어

반면 인구 고령화와 감소로 인한 혜택은 막대하다.

먼저 노동자 수 감소로 노동자의 처우가 개선되고 실업률이 떨어진다. 또 계속 일하고 싶은 노인들은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 노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지구가 누리는 혜택은 훨씬 더 크다. 노인들은 젊은이에 비해 활동이 적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적다. 무엇보다도 절대 인구가 줄면 인류가 내보내는 온실가스와 각종 유해물질의 양도 줄어든다는 건 당연한 얘기다.

또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은 재야생화(rewilding)를 거쳐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이미 몇몇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다.

2100년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한다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이루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현재보다 16~29% 줄이고 2100년까지는 37~41% 줄여야 한다. 재생에너지 개발 등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인구 자체를 줄이는 ‘질과 양’의 노력이 병행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걱정할 건 선진국의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아니라 여전히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아프리카 등 몇몇 지역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즉 이들 나라에 피임법을 보급하고 대가족을 선호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대응하고 있는 일본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앞으로 많은 나라들이 마주할 일을 현재 겪고 있는 일본의 예를 들고 있다.

일본은 2005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재 65세 이상이 28%에 이른다. 초고령사회가 재앙이라는 우려가 맞다면 오늘날 일본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 사회는 오히려 활력이 넘치고 있다. 청년들은 여기저기서 오라고 하고 일하고 싶은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고 있다.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으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또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건강한 노인이 아픈 노인을 돌보는 지역사회의 복지시스템도 시도되고 있다.

일본 경제학자 맞추타티 아키히코는 이를 ‘창조적인 인구감소’라고 부르며 “이제는 경제성장보다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가 워낙 급격하게 일어나다 보니 논문이 주장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더 들고 이익은 더 적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오늘날 항아리형 인구분포에서 가운데 불룩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오십 대 층은 한 세대 뒤 노인이 됐을 때 어떻게든 살아나갈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 2100년 무렵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꾸준히 감소해 2200년에는 그 절반으로, 2300년에는 한반도 전체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건 없다.

사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인구가 1000만 명이 넘은 기간은 불과 수백 년이므로 정상으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악산을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동서남북 건물이 빼곡하고 길이 엉켜있는 도심 전경이 펼져진다. 이런 데서 10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답답하다.

100년 뒤 200년 뒤 관악산을 오른 후손들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친환경적인 풍경을 지켜보지 않을까.

(8595)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