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레이다로 고대 도시의 비밀을 파헤치다

세계 고대 도시 연구에 GPR 기술 수십 년 활용 가능

고고학자들이 처음으로 로마시대 성곽도시인 이탈리아 팔레리 노비(Falerii Novi) 전체를 고급 지면 침투 레이다(GPR)를 이용해 지하 깊은 곳까지 상세히 지도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기술을 활용해 고대 정착촌에 대한 이해를 크게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겐트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팔레리 노비의 목욕 시설과 시장, 사원, 이전과는 다른 공공 기념물 그리고 도시에 넓게 뻗어나간 수도관 네트워크를 발견했다.

다른 깊이에 매몰돼 있는 유물들을 파내지 않고 관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고고학자들은 이제 도시가 수백 년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고고학 저널 ‘앤티퀴티(Antiquity)’ 8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가장 높은 해상도로 더욱 넓은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최신의 GPR(ground penetrating radar) 기술을 채용했다.

이탈리아 고대 도시 팔레리 노비 위치와 도시로 들어가는 문. ⓒ Antiquity / Howardhudson at English Wikipedia

발굴 어려운 고대 도시 고고학 연구에 활용

고대 도시들은 너무 크거나 혹은 현대 건축물들에 갇혀있기 때문에 발굴이 어려워 연구에 큰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GPR은 일반 레이다처럼 작동한다. 어떤 물체에 전파를 쏘면 물체의 특성에 따라 반사파가 다르게 튕겨 나오게 되고 이 ‘에코’를 이용해 다양한 깊이로 지하 그림을 만들게 된다.

연구팀은 GPR 장비를 사륜 오토바이로 끌고 다니며 도시 성벽 안 30.5 헥타르 넓이를 12.5㎝ 간격으로 조사했다. 팔레리 노비의 넓이는 로마 도시 폼페이의 채 반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마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져 있는 이 도시는 기원전 241년에 처음 로마제국에 의해 점령돼 기원후 700년 경의 중세 시대에까지 도시 기능이 유지됐었다.

이 도시는 역사 기록이 잘 보존돼 있고,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지 않아 지난 수십 년 동안 자기측정법(magnetometry) 같은 비침습 기술로 분석이 행해져 왔으나 이번의 GPR 분석을 통해 훨씬 더 완벽한 그림을 얻게 되었다.

GPR 데이터로 나타낸 고대 로마 도시 팔레리 노비의 도시 건물 윤곽들. ⓒ L. Verdonck

다양한 물리적 변화 밝혀내

연구팀은 팔레리 노비에서 수집한 GPR 데이터를 통해 당시 이 도시가 경험한 물리적 변화들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특히 팔레리 노비의 도시 구성이 폼페이와 같이 잘 연구된 다른 많은 도시들보다 덜 표준화됐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로마시대 도시 디자인에 대한 특정한 가정에 의문을 던졌다.

또 연구팀이 발견한 사원과 시장 건물 및 목욕 시설들은 작은 도시에서 통상 예상됐던 것보다 건축적으로 더욱 정교했다.

GPR 데이터는 도시 성벽 바로 안의 남쪽 구역에서 송수로로 이어지는 일련의 수도관과 연결된 커다란 직사각형 건물을 보여주었다. 놀랍게도 이 수도관들은 일반적인 예상대로 거리를 따라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도시 블록의 주택들 밑으로 뻗어간다는 사실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공중 목욕 시설의 일부를 형성하는 노천 수영장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더욱 예상치 못한 일로, 연구팀은 도시의 북쪽 문 근처에서 복층의 주랑(porticus duplex) 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한 쌍의 커다란 구조물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물들이 확실치는 않으나 인상적인 공공 기념물의 일부로서 도시 가장자리의 흥미로운 신성한 풍경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GPR 장비를 견인장비에 매단 모습. 이 장비로 도시 성벽 안 30.5 헥타르 넓이를 12.5㎝ 간격으로 정밀하게 조사했다. ⓒ L. Verdonck

“수십 년 동안 전례 없는 탐사 기회 열 것”

논문 교신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고전학부 마틴 밀렛(Martin Millett ) 교수는 “팔레리 노비에서 확보한 괄목할 만한 수준의 세부사항들과 GPR이 밝혀낸 놀라운 양상들은 이 같은 유형의 조사가 고고학자들이 도시를 전체적으로 조사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시시한다”고 말했다.

밀렛 교수팀은 이미 GPR을 사용해 이탈리아의 인테람나 리레나스와 그보다 더 규모가 작은 영국의 북 요크셔를 조사했으나, 훨씬 더 큰 지역에 이 기술을 채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밀렛 교수는 “터키의 밀레투스, 그리스의 니코폴리스, 리비아의 키레네 같은 주요 도시에서 GPR을 사용하는 것은 흥미롭고 현실적”이라며, “로마제국의 도시 생활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아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이 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전례 없는 탐사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런 고해상도 매핑으로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인해 중대한 과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수동 데이터 분석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려 1헥타르를 완전히 문서화하는데 약 20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팔레리 노비 자료의 분석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 새로운 자동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1669)

뉴스레터 구독신청
태그(Tag)

전체 댓글 (0)

과학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