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국방과학기술의 미래

[NST 꿰어야 보배] 38탄 : 변화하는 전장에 대비하라

국방, 국가와 민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체제를 총칭하여 일컫는 말입니다. 전 세계 140개국 군사력을 측정하는 글로벌 파이어파워(GFP)’에 의하면 2021년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 국방기술품질원의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국방과학기술력은 세계 9로,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을 향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고 역설하였듯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의 현실 위에 국토 수호와 자주국방의 초석을 다지기 위하여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특히 전쟁의 영역은 기술 발전에 따라 지상전, 수상, 해저, 공중전에서부터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됨에따라, 첨단 기술에서 그 승패가 결정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12월 꿰어야 보배 시리즈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든든히 지켜주고, 현대전을 이끌어갈 키가 되며, 일반 과학 기술의 강력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 또한 수행하는 국방과학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꿰어야보배 34탄, K-소부장의 미래를 기억하시나요? 여기, 수출 규제에 해당하는, 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방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뭉친 융합연구단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한 DMC(Defense Materials & Components) 융합연구단입니다. DMC 융합연구단은 국방 부품용 화합물/실리콘 반도체 플랫폼 구축을 통하여 감시정찰 무기 체계에 적용 가능한 집적회로 칩셋 및 모듈, 화력 및 유도 무기 체계에 적용 가능한 MCT/APD, 비냉각 적외선 센서 개발을 목표로 2019년 12월부터 3년간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단은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이용한 고출력 전력증폭기, 저잡음증폭기 및 스위치 MMIC 등의GaN RF 칩셋집적회로(MMIC) 개발을 통해 크기는 줄이고 우수한 신호변환효율은 높인 국방 및 통신용 전력증폭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GaN 반도체는기존 반도체인 실리콘(Si)이나 갈륨비소(GaAs)에 비해 넓은 에너지 갭으로 인하여 고전압에서 동작이 가능하고, 분극전하를 이용한 캐리어 농도가 GaAs의 10배 이상이므로 높은 전력밀도를 얻을 수 있어 고출력·고효율·소형의 전력증폭기 소자로 적합합니다. 기존 GaN MMIC와 관련된 국내 연구는 많았으나 모두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한 경우이며,자체 Fab을 이용한 MMIC 칩형태로 개발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입니다.

개발된 GaN 전력증폭기 MMIC는 기존의 GaAs 전력증폭기 MMIC에 비하여 출력 전력 및 신호 변환 효율 특성이 우수하여 고해상도 레이더용 송신기, 선박 항해 레이더용 송신기 등 군 무기체계에 주로 사용되는 X-대역(8~12GHz)과 유도무기 탐색기용 송신기, 항공기 레이더용 송신기, 위성 통신용 지상 송신기 등에 사용되는 Ku-대역(12~18GHz)의 소자로 응용되어 군용 및선박 레이더, 위성통신 및 탐색기의 성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소형화/경량화, 고성능화를 향한 노력으로 선진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Fast Follower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First Mover까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해 나아갈 대한민국의 자주 국방력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TRI 연구진이 질화갈륨 반도체 전력증폭기 MMIC 칩의 출력전력 특성시험을 점검하고 있다. ⓒ DMC융합연구단

 기계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여 예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사고 관련 징후를 미리 인지하고 신속하게 처리하여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한국기계연구원(KIMM)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입니다. 건전성 관리 및 예측 기술(PHM)은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설비와 구조물의 상태를 감시하고 고장을 사전에 진단하여 예방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산업 설비에서 발생하는 진동, 전류, 음향 등의 센서 신호를 분석하여, 설비의 고장을 사전에 방지해 다운타임(Downtime, 고장으로 인한 장비 가동 불가 시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죠. 뿐만 아니라, AI 및 딥러닝 기술과 접목하면 복잡한 기계의 고장 부위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기까지 합니다.

안전 문제를 사전에 관리하는 똑똑한 PHM 기술. 과연 우리나라의 국방에는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요? 2021년 4월, 한국기계연구원은 해군 군수사령부에서 운영 중인 배수펌프 4대의 상태 진단을 위한 SW(software)를 공급했습니다. 배수펌프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의 육상 정비를 위한 정비창 건선거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함정이 건선거에 도착하면 건선거 내의 바닷물을 배수하는 역할입니다. 잠깐! 배수펌프에 평소와 다른 진동이 감지되자, AI 기반 예측 진단 기술이 센서로 이를 감지하는군요. 이처럼 PHM 기술은 다운타임을 예방하고 신속한 전투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관리해줍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은 2018년 AI 기반 예측진단 기술을 처음 발표한 이후, 2021년 2월 대전 판암역사 공조 시설 적용, 4월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 배수펌프 적용, 6월 정수·하수 처리장 및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의 기술이전까지 실제 복잡한 기계 산업 현장 적용을 위한 끊임없는 후속 연구를 이어가는중입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 선경호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예측진단 장비를 해군 건선거 배수펌프에 부착하고 있다. ⓒ 한국기계연구원

 

 2020년 9월 한국기계연구원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은 ‘국방핵심SW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형 함정 전투손상통제관리 SW(CDCMS, Combat Damage Control Management Software for Naval Ships)’를 개발했습니다. CDCMS피격과 같은 손상 상황에서 지휘 통제 및 통신 능력, 손상 통제 실행 능력을 향상하는 SW, 전투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한 설계를 바탕으로 승조원의 생존성, 임무 수행 능력을 향상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현재 해군 함정에 탑재된 해외 SW는 수입 비용이 발생하며, 우리 해군의 손상통제 교리·교범에 맞추어 수정할 때의 추가 비용 또한 발생하는 실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자적인 한국형 SW 개발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군 함정 건조 시 매년 약 120억 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사업관리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는 향후 CDCMS 시제품을 해군 교육사령부 기술행정학교에 무상으로 기증하여 해군 장교와 부사관의 손상통제 교육 및 훈련에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한국형 CDCMS의 개발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주 국방력 향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계연 시스템다이나믹스연구실 정정훈 박사 연구팀은 2020년 함정 전투손상통제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해군에 보급했다. ⓒ 함정 전투손상통제관리SW 실행 메인화면

 

군 무기체계의 수명은 수십 년, 그에 비해 구성 부품의 수명은 4~7년 또는 그 이하로 매우 짧습니다. 주기적인 부품 교체가 필요한 이유이죠.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견디다 보면 부품의 교체 비용을 무시할 수 없을뿐더러 단종되는 부품의 종류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부품의 결함이 있는 부분만을 맞춤형 보수가 가능해진다면 어떨까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금속 3D 프린팅 기술로 해군 주력 함정의 동력계 핵심부품인 감속기 주축을 보수하고 함정에 다시 장착해 16개월간 해상에서 정상 운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감속기 주축은 고속으로 돌아가는 엔진의 속도를 낮춰주고 토크를 제어하는 부품입니다. 그만큼 진동이 잦고 하중을 크게 받아 결함이 발생하기도 쉬운데요. 해군의 손상됐던 감속기 주축은 길이만 1.8m의 대형 부품으로, 신규 주문 제작을 하게 될 경우 6,000만 원의 비용과 7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예정이었고, 조속한 임무 복귀를 위해선 맞춤형 긴급 보수가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스마트제조기술연구그룹 연구팀은 해군정비창과 함께 3D 프린팅 기술 중 ‘DED(Directed Energy Deposition)’ 공정에 주목하였습니다. DED는 1kW의 고출력 레이저 광원을 이용해 수정이 필요한 금속 표면을 순간적으로 용융시키는 동시에 공급되는 금속 분말을 실시간으로 적층하는 기법입니다. 따라서 금형 수정 보수 등에 활용이 가능하고, 분말 간의 입도가 상당히 높아 해상도 또한 높은 편이죠.

이를 이용하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은 20분의 1의 비용과 약 1달간의 수리 기간만으로도 감속기 주축을 보수하였고, 이는 동력계 대형부품 보수에 3D 프린팅이 적용된 국내 최초 사례가 되었습니다. 국방과 3D 프린팅 기술의 융합으로 더욱 신속한 전시 대비가 가능해졌네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 기술로 보수 중인 함정 감속기 주축 부품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EMP 공격. Electromagnetic Pulse attack의 줄임말로, 고강도의 전자기파 펄스로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공격을 일컫습니다. 전자기펄스 탄이 터지는 순간, 지휘 통제 체계, 방공망, 전산망 등이 순식간에 마비되죠. 전자기펄스 탄은 군용과 민간용 전자 장비를 가리지 않습니다. EMP 공격이 시작되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 자동차, 컴퓨터, 텔레비전까지, 반도체로 작동하는 모든 전자기기 또한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첨단 무기 체계와 사회 기반 시설까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입니다.

모든 것이 멈춰 버리는 상황 속, 우리의 걱정을 해결해 줄 히어로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TiCN 맥신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물질구조제어센터 구종민 센터장은 새로운 전자파 흡수 소재인 ‘TiCN 맥신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습니다. 이 소재는 티타늄(Ti), 탄소(C), 질소(N)의 화합물로 1nm 두께의 평면구조를 가진 나노 소재입니다.

이미 5년 전인 2016년, 전자파를 차단하는 맥신 소재가 개발된 바 있는데요. 2016년의 맥신 소재는 티타늄과 탄소로만 이뤄진 화합물로 전자파 차단 성능은 뛰어났으나, 전자파를 흡수가 아닌 반사하는 성질을 가져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맥신에 질소를 추가하여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였습니다.

Ti₃CN 맥신 필름에 간단한 열처리를 하면 매우 작은 구멍이 있는 다공성 메타구조를 형성하는데요. 이렇게 형성된 메타구조는 유효 유전율과 유효 투자율이 크게 변하여 매우 낮은 필름 두께에서도 우수한 전자파 흡수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머리카락 두께와 유사한 약 40마이크로미터의 맥신 필름으로 116dB 이상의 높은 전자파 차폐 성능을 확보하게 되었죠. 이를 통해 전자기펄스 폭탄을 대비한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고,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술에 적용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소중한 삶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소재였네요.

맥신 필름에 열처리를 하면 형성되는 다공구조의 메타구조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여기까지 국방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함께하고 있는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긴 국방과학기술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주요 강국과 비교하였을 때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내에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혁신을 이끈 과학기술인들이 있죠. 그들의 노력을 발판 삼아, 국방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미래 국방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NST와 출연연은 자강불식의 자세로 대한민국의 든든한 자주 국방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이 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발간하는 ‘꿰어야 보배’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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