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처절하고 끔찍했던 유방암 수술 역사

[이름들의 오디세이] 아마존 여전사는 가슴 도려내고도 멀쩡할까?

그리스신화에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특이한 부족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스 세계에서 한참 먼 곳에 살던 그 부족을 그리스인들은 아마존이라 불렀다. 아마존이란 ‘가슴이 없는 존재’란 뜻이다.

 

아마존 Amazon ← (그리스어) 없는(a)+가슴(mastos)+존재(on)

 

이 부족은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죽이거나 다른 부족에게 줘버리고 여자아이만 키웠다.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전사들은 매우 용맹했으며, 특히 활을 잘 쏘았다고 전해진다. 사진은 헤라클레스와 싸우고 있는 아마존 전사의 모습. ⓒ wikimedia

그리스 신화 속 아마존 전사들은 매우 용맹했으며, 특히 활을 잘 쏘았다고 전해진다. 사진은 헤라클레스와 싸우고 있는 아마존 전사의 모습. ⓒ wikimedia

여자아이는 자라면 부족을 지키는 전사가 되었는데, 활을 쏘기 위해 오른쪽 젖가슴을 도려내었다. 활 시위를 당기는데 걸리적 거리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이 여성 부족은 아마존이 되었다.

 

(영어) 브레스트 breast = (라틴어) 맘마 mamma = (그리스어) 마스토스 mastos ; 젖, 유방(乳房), 젖가슴.

포유류(哺乳類) mammarian; 젖먹이 동물

엄마 mammy → 유모(乳母) nanny

 

끔찍한 이야기이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에 나섰던 부족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옛날(물론 신화 속 이야기지만) 젖가슴을 잘라내는 끔찍한 수술을 해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20세기 초까지 러시아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가슴을 도려내거나 거세를 했던 기독교 근본주의 이단 종파가 있었다. 스콥시(Skoptsy)라 불린 그 종파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아예 그 근본이 되는 싹을 도려내려 그런 수술을 받았다.

이들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가슴을 잘라내도 목숨이 크게 위태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슴에 생긴 암, 유방암의 경우라면 사정이 달랐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앓는 암 중 사실상 1위를 차지하는 유방암은 유서가 깊은 병이다. 이미 기원전 16세기에 쓰여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유방암이 등장한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유방암을 치료 불가능한 병으로 여겼다.

매년 10월이 되면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핑크 리본’ 행사가 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 Pixabay

매년 10월이 되면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핑크 리본’ 행사가 세계 도처에서 열린다. ⓒ Pixabay

헤로도토스(Herodotus; 484~425 BC)의 책 ‘역사(The Histories, 440BC)’에는 유방암을 앓은 페르시아의 왕비 아토사(Queen Atossa)의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 따르면 그리스 의사가 유방암을 말끔히 도려내어 왕비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역사’를 사서(史書)로 인정한다면 이 이야기를 허구로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후 1세기가 되면 유방암 수술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자못 끔찍하다.

환자를 독한 술이나 아편을 먹여 몽롱하게 만든 후에 팔다리를 붙들어 매고 칼로 유방의 혹을 도려냈다고 한다. 피가 나면 뜨거운 인두로 지졌다. 얼핏 잠든 환자는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의사는 재빨리 수술을 끝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유방암 환자들은 이런 수술을 이천 년이 다 되도록 견뎌야만 했다.

당연히 죽은 환자도 많았다. 그나마 마취법과 소독법이 나오고 나서야 환자는 생생한 수술의 끔찍한 고통에서, 감염의 합병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험한 수술을 받고 살아남았다 해도 쉽게 재발되었다. 재발한 자리는 정확히 수술 부위의 가장자리였다.

이것은 수술을 하면서 암세포를 남겨두었다는 말이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더 많이 잘라내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암덩이만, 나중에는 겨드랑이 임파선까지, 더 나아가서는 유방 전체를 잘라냈지만 완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의사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암 세포가 숨어 있을만한 곳, 즉 유방 아래의 가슴 근육들까지 도려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수술을 받은 후에도 유방암이 재발하자 의사들은 쇄골(빗장뼈), 흉골(가슴뼈)와 늑골(갈비뼈)를 잘라냈다.

이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어깨가 무너지고 몸이 앞으로 굽어져 팔을 제대로 놀릴 수 없는 데다가 퉁퉁 부어버렸다. 이런 극단적인 수술을 한 이유는 당시 외과 의사들이 그렇게 해야 암의 뿌리를 뽑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등장해 70년 동안 유방암 수술의 표준이 되었던 이 수술은 ‘뿌리를 뽑는다’는 뜻으로 근치(radical) 수술이라 불렸다.

 

근치(根治; 병의 뿌리를 치료한다)의 radical ← (라틴어) 뿌리 radix

 

하지만 근치 수술조차 환자의 생존율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수술 후유증이 덜한, 순화된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결국 외과 의사들은 자신들의 과격함을 인정하고 지금은 좀 더 순화된 수술을 한다.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의 등장도 과격한 수술을 순화시키는데 한 몫 했을 것이다.

매년 10월은 ‘세계 유방암 알기’의 달이다. 유방암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핑크 리본’ 행사가 세계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어느새 가장 많은 여성암이 된 유방암에 대한 대중적인 각성과 관심을 촉구하고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남아메리카를 흐르는 아마존 강의 이름은 그리스신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 Wikimedia

남아메리카를 흐르는 아마존 강의 이름은 그리스신화에서 유래된 것이다. ⓒ Wikimedia

그나저나 어쩌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마존 부족의 이름이 남아메리카의 강 이름에 붙은 걸까?

아마존 강을 명명한 이는 스페인 탐험가 오레야나(Francisco de Orellana)다.

그는 1541년 페루에서 대서양에 이르는 강을 탐험했는데, 도처에서 탐험대를 덮치는 인디오들의 공격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 중에는 여성 전사들(혹은 여자로 착각한 전사들)도 보였기에 오레야나는 신화에 나오는 여성전사의 이름을 떠올려 강의 이름을 아마존이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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