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다윈 사후 140년 만에 그의 진화론 중 하나인 아종(亞種, subspecies) 관련 가설을 증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세인트존스 칼리지 로라 반 홀스타인(Laura van Holstein, 생물 인류학 박사과정) 연구원 팀은 포유류 아종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진화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영국 왕립협회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18일 자에 발표했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다윈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제3장에서 더 많은 종을 가진 동물 계통은 또한 더 많은 ‘변종(varieties)’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현대적 정의로 아종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연보호주의자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멸종을 막으려는 종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종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를 예측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진화론을 주창함으로써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인 찰스 다윈(1809~1882). ⓒ Wikimedia
“아종이 진화에 중요한 역할”
하나의 종(species)이란 그 안에서 자유롭게 교배할 수 있는 그룹을 뜻한다. 어떤 종들은 종 안에서 서로 다른 육체적 특징과 번식 범위를 가지고 있는 개체군인 아종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북부 기린은 서로 다른 장소에 사는 세 개의 아종이 있고, 세계 여러 곳에 퍼져 있는 붉은 여우는 가장 많은 45개의 알려진 아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아종이 없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종과 다양한 아종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이번 연구는 아종이 장기적인 진화 역학과 미래의 종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말하고, “다윈이 종이란 실제로 무엇인가를 정의할 때 의구심을 품었던 대로 아종들은 언제나 그런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다윈이 널리 알려진 것처럼 HMS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를 방문하기 훨씬 오래전 자연주의자들이 수백 년 동안 수집해 놓은 자료들을 살펴보고 다윈의 가설이 타당함을 확인했다.
‘종의 기원’은 찰스 다윈(1809~1882)이 5년간의 탐구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인 1859년에 처음 출판됐다. 다윈은 이 중요한 저서에서 유기체는 ‘자연 선택’- 종종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으로 불리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선구적인 업적은 그리스도교 성경의 창조에 대한 설명과 모순되기 때문에 매우 논쟁적인 저서로 간주했다.
다윈은 ‘더 많은 종을 가진 동물 계통은 더 많은 변종을 포함해야 한다’는 이론을 주장했는데, 그의 사후 140년 만에 이 가설이 입증됐다. 45종의 아종이 세계 여러 곳에 퍼져 있는 붉은 여우. ⓒ Wikimedia / Uoaei1
“서식지가 진화에 영향 미쳐”
반 홀스타인 연구원의 연구는 또한 육상 포유류(terrestrial)와 해양 포유류 및 박쥐(non-terrestrial)는 서식지가 다르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능력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진화가 다르게 일어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포유류 종과 아종 사이의 진화적 관계는 서식지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아종들은 육상과 비육상 서식지에서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고 다양화하며 숫자가 불어나는데, 이것은 결국 아종이 종이 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산맥과 같은 자연 장벽이 놓여있다면 동물 그룹이 분리돼 각자의 진화 여정을 떠날 수 있다. 이에 비해 박쥐나 돌고래 같은 날아다니는 포유류나 해양 포유류는 주변 환경에서 물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번 연구에서는 아종이 새로운 종이 형성되는 종 분화(speciation)의 초기 단계로 간주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진화는 모든 그룹에서 동일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는 처음으로 그 이유를 알았다”고 밝히고, “종의 풍부함과 아종의 풍요로움 사이의 관계적 강도가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수행한 로라 반 홀스타인 연구원(왼쪽)과 다윈의 ‘종의 기원’ 제3장에 나온 ‘아종 가설’ 부분. ⓒ Nordin Ćatić
“연구 활용해 새로운 종 분화 예측 예정”
이번 연구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에 대해 또 다른 과학적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즉, 동물들의 서식지에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면 지금뿐 아니라 미래의 동물 진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이제 이번 발견을 이용한 진화론적 모델로 벌목이나 삼림 벌채와 같은 인간 활동이 종들의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미래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동물들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나 범위가 어떻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동물 아종들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으나, 장기적인 미래의 진화 역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반 홀스타인 연구원은 자신의 발견을 활용해 멸종 위기종과 그렇지 않은 종으로부터 새로운 종이 형성되는 비율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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