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도 생각할 줄 안다면, 매우 즐거울 것 같다. 요즘처럼 인간의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서적코너에 깔린 신간 서적 중 가장 많은 종류를 꼽으라면 미생물이 5위안에 들어갈 것이다.
사람들의 상식도 점점 늘어간다. 미생물이 사람의 신체 곳곳에서 엄청난 숫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미생물이 인간을 조종한다는 사실이다.
장내 미생물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정보가 신경세포를 통해서 뇌에 전달되고, 뇌가 어떤 음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알고 보니 장내 미생물이 먹고 싶은 것이었더라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밝혀지고 있다.
자폐증이나 치매 등도 장내 미생물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라 발표되는 것을 보면, 미생물의 능력과 역할이 어디까지 미칠지 궁금해진다.
“요건 몰랐지?”라고 하는 듯한 미생물의 기상천외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 퍼레이드 다음은 무엇이 나타날까. 아마도 미생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하는 내용이 될 수 있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I Contain Multitude)는 바로 그런 궁금증에 대한 상당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착한 미생물’ 세상에 오고 있다
미생물의 역사는 주로 고난의 역사이다. 세균이라는 단어는 좋은 의미보다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세균전쟁’ ‘탄저균’ ‘세균박멸’ 같은 단어에서 보듯 미생물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인류 공공의 적이라는 이미지가 오래 동안 굳어졌다.
일부 미생물 학자들이 ‘착한 세균’에 대한 이야기를 간간히 펼쳐도 공감을 갖지 못했다. 착한 세균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양조와 유제품 생산을 돕는다. 세균은 쓰레기를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세균이 없으면 지구상의 생물들이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다.
미생물에 대해 초보적인 지식을 갖고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지식은 앞으로 어떻게 미생물과 인간이 사이좋게 도울 것인가에 모아진다. 미생물이 가진 공생(symbiosys)이라는 동반자 기능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의 후반부는 바로 그런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미생물 전문지식은 없어도 사람들은 미생물을 어떻게 다뤄야 질병퇴치에 도움이 될까를 체험적으로 깨달아 실천해왔다.
흰 옷 입은 천사로 불리던 간호사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 기간 동안 부상병을 치료하면서 창문을 열면 환자가 감염병에서 좀 더 쉽게 회복된다는 사실은 알았다. ‘창문을 열어 가장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게 하되, 실내 온도가 떨어질 정도로 지나치면 안된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 처방은 너무나 과학적이면서 ‘미생물학적’이다. 공학도에서 생태학도로 변신한 제시카 그린(Jessica Green)은 에어컨이 설치된 병실 안에 떠도는 미생물을 분석했다. 처음에는 실내 공기를 떠도는 미생물이 실외 공기를 떠도는 미생물의 부분집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공통부분은 거의 없었다. 실외 공기에는 식물과 토양에서 유래하는 무해 세균이 가득했다. 실내공기에는 환자 보호자 의료진의 입과 피부에서 나온 잠재적 병원균들이 많았다. 실외공기는 착한 공기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부상병을 빨리 회복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나이팅게일이 했던 것처럼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쁜 미생물의 공격에서 신체를 보호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손을 잘 씻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손을 깨끗하게 씻는’ 버릇은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건강수칙이다.
앞으로 할 일은 빌딩과 공공 장소에서 미생물을 몰아내려고 하지 말고, 착한 미생물이나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조용한 미생물을 환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제시카 그린이 릴리스 홀이라는 강의동을 방문해서 300개의 강의실 사무실 변기 등에서 먼지 샘플을 채취하고 이들이 미생물에 미치는 요인을 수집했다.
그랬더니 건축 설계가 빌딩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인간의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건축도 미생물이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부들이 밭 가장자리에 야생화를 심어서 꽃가루 매개충의 수를 늘리는 것과 유사한 설계개념이다. 앞으로 수 십 년 안으로 건축가들은 이런 연구결과를 설계에 반영할 것이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은 빌딩에 미생물을 의도적으로 파종하는 방식이 보급될지 모른다. 라밀 샤(Ramille Shah)는 미생물을 미세한 플라스틱 공에 넣어두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이 공을 넣어 유아들이 유익한 미생물 생태계에 노출되도록 하면 더 빨리 건강해질 수 있다.
어떤 분야의 달인과 악수를 해서 기(氣)를 받는다는 다소 엉뚱한 표현도 사실 미생물을 적용하면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사람마다 독특한 아주 작은 미생물 세계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형성한다.이 미생물세계는 그 사람의 체질과 건강과 특징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예를 들어 스쿼시 챔피언과 악수를 했다면, 챔피언으로 하여금 스쿼시를 잘 치게 하는 배경을 이루는 미생물이 악수를 통해서 전달될 수 있다.
미생물 전문가들은 비듬과 피부염을 예방해주는 미생물이나, 우유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미생물, 자폐증에 간여하는 미생물을 찾아 나선다. 이것이 밝혀질 경우 아주 쉬운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유익한 미생물 생태계 조성이 시작됐다
병실이나 생활공간에서 세균을 깨끗이 잡아 죽이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미생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파괴했을 때 어울리지 않는 미생물이 들어오면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모두 없애야 건강에 좋고 위생적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이제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는 쓰레기통에 넣어야 한다.
이 책은 건물과 도시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여러 장소에 남기는 미생물을 추적해서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물론 범죄수사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이같은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미생물에 대한 편견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미생물과의 어긋난 관계를 정상화해서 사이좋게 지낼 뿐 아니라, 미생물을 설득해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을 얻을까를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보이다.
이런 분야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고 저자인 에드 용(Ed Yong)은 말한다.
에드 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블로거이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분자생물학과 동물행동학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유니버시트 칼리지 런던에서 생화학연구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드 용이 주장한 대로, 인체 마이크로바이오옴과 공생세균의 군단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인간에게는 엄청난 새 영토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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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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