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지 않은 청국장’, ‘녹슬지 않는 유기’ 나온다

과학기술과 전통문화 융합으로 20개 명품 개발

‘짜지 않은 청국장’, ‘가볍고 녹슬지 않는 유기그릇’,  ‘전통 제철기술을 활용한 고강도 고인성 다층 구조의 주방용 칼’, ‘장에 유익한 식물성 유산균을 기초로 한 프로바이오틱스’, ‘천연 염료를 사용한 디지털섬유프린팅용 천연잉크’, ‘흙과 나무 등을 이용한 친환경 생태형 3D 소재’, ‘복합종균 기반 차세대 전통발효장류 개발’.

현대 과학기술과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전통 발효음식이나 전통 문화 상품에 첨단과학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 분야를 열어가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의 주요 내용들이다.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 성과 공유 워크숍이 8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관련 전문가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이순재 프리랜서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 성과 공유 워크숍이 8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관련 전문가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이순재 프리랜서

8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열린 2017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 성과공유 워크숍은 지난해 시작돤 연구사업의 그동안 연구 성과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해보는 자리였다. 2016년과 2017년 선정된 7개 과제의 연구 개발 성과가 발표됐고, 16개 개발 품목이 전시되었다. ‘과학기술, 전통문화의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열린 워크숍에는 연구소 대학 관련업체 등에서 15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질의응답을 벌였다.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 7개 과제>

과제명 연구책임자 주관기관 연구비(백만 원) 비고
전통 공예, 건축 소재  기반 스마트 3D 프린팅용 소재 개발 문명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000 2016년도 선정과제
전통 제철기술을 활용한  고강도·고인성 다층구조 소재 개발 및 상품화 조남철 공주대학교 1,000
한국형 글로벌 장 건강  프로젝트 정도연 (재)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1,000
전통문화산업 R&D  Platform 구축 홍경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000
녹슬지 않는 유기 개발 김긍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450 2017년도 선정과제
복합종균 기반 차세대 전통  발효장류 개발 전체옥 중앙대학교 500
DTP용 천연잉크 제조 및  디지털 프린팅 공정기술 개발 박윤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450

‘전통문화산업 R&D 플랫폼 구축’ 과제를 총괄 지휘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통르네상스지원단장 홍경태 박사는 “앞으로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 전통문화 상품 가운데 한류기반 소비재 20개의 명품 생산을 목적으로 자생적 R&D 기반을 구축하고 전통문화의 발전과 기술 개량, 과학적 원리의 규명, 현장중심의 연구 등 전통문화 융합 연구의 플랫폼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플랫폼 구축 사업을 설명하면서 “지금까지 연구소 대학 산업분야 등 전통문화 전문가 580명의 확보해 전문가 풀을 구성했고, 앞으로 이를 3000여명 이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원단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전국의 전통산업 관련 19개 기관과 업무협정을 체결했고, 전통문화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DB화하고, 지원단이 기술 자문, 분석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축적된 데이터도 DB로 통합해 포털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낫도보다 좋은 청국장 고초균”

‘한국형 글로벌 장건강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자인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정도연 원장은 “전통 청국장을 세계적 식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청국장의 고초균은 유산균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낫도보다 좋다”고 말했다.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정도연 원장이 청국장과 일본 낫도에 대해 비교 설명하고 있다. ⓒ 이순재 프리랜서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정도연 원장이 청국장과 일본 낫도에 대해 비교 설명하고 있다. ⓒ 이순재 프리랜서

정 원장은 “현재 낫도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낫도를 대체할 수 있는 청국장이 없다”고 밝히면서 “고초균을 쓰면 낫도보다 색감이 좋고, 더 끈끈한 점액질 물질이 많이 나온다”며 “앞으로 연구가 진척되면 전통청국장과 일본 낫도의 중간 정도 제품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본 균주와 비교하면 연구팀이 찾아낸 균주는 사람 몸에 좋은 기능성이 3배 정도 높게 나온다. 청국장은 보통 여러 균주가 함께 작용하는 혼합 발효를 하다 보니까 유해 균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지만 이런 문제점도 극복할 수 있다. 정 원장은 “현재 청국장 먹었을 때 장내 균주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미생물 패턴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사업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해 짜지 않은 무염 청국장, 바이오틱스랩, 청국장환 등이 제품화되어 올해 매출 5억 원을 올렸고, 내년에는 1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전통공예, 건축 소재 기반 스마트 3D 프린팅 소재 개발’에 대해 발표한 KIST의 문명운 박사는 “흙 나무 석회 아교 옻 등 전통적인 천연 소재를 새로운 3D 프린팅 소재로 개발해 첨단 미래 제조 기술을 선도한다는 목표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흙 나무 등 구조 소재, 아교 옻 등 접착 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고, 이들 소재를 어떻게 빨리 경화시키고, 쌓아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 있다. 나무 소재의 경우 내구성이 약한데 8메가 파스칼 강도로 기존 목재의 강도가 나올 수 있도록 3D 프린팅으로 구현하려고 한다.

현재 금속과 플라스틱 등을 포함한 3D 프린팅 분말 시장은 연평균 24.4%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20년 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3D 프린팅 소재 산업 분야의 전망이 밝다.

‘전통제철기술을 활용한 고강도 고인성 다층구조 소재 개발 및 상품화’에 대해 발표한 조남철 공주대 교수는 “우리의 고대 칼은 고기능성 다층구조로 만들어졌으나 부식성이 단점”이라고 밝혔다. 4세기 칼은 날은 단단하고, 등 부분은 충격 완화를 위해 연한 조직을 가지는 등 칼 제작 기술이 고도로 발전했었다는 것. 전통기술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합금 기술을 이용해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해외 의 유명 주방용 칼 600~700 Hv 경도를 갖고 있는데, 연구팀은 700Hv 이상의 신소재 주방용 칼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골프용 퍼터를 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 △문화재 수리용 철물 상품 개발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기중기, 포크레인의 고강도 고인성 부품의 수입대체 △다양한 철제 문화 상품의 생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가볍고 녹슬지 않는 유기그릇 개발

‘녹슬지 않는 유기 개발’에 대해 발표한 KIST의 김긍호 박사는 “유기의 대중화·명품화·고기능화하기 위해서 내식성(녹 방지)을 2배, 내변색성은 5배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로 새로운 합금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고온 연신율도 50% 높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150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전통기술인 유기는 무게 기준으로 구리 78%, 주석 22%의 합금이다. 금과 유사한 색상을 띠고 있고, 항균 효과가 있기 때문에 ‘생명의 그릇’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녹이 쉽게 슬고, 방짜 유기의 경우 연신율이 8%로 스테인리스(60%)에 비해 가공하기가 어렵고 무겁다.

또 유기의 주성분인 구리 자체는 스테인리스보다 2배 높은 가격이지만 유기 그릇제품의 경우에는 비싼 공정 비용으로 인해 스테인리스보다 10배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국내 유기 시장 규모 800억원(식기류 300억)이지만 식기시장 규모 3500억원(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식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다.

유기에 구리와 주석 이외에 탄소 성분을 추가거나 주석의 비율을 24%로 높힌 합금(개량 유기)게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기용 합금 주조 결함 제어기술로 주조 결함과 응고 조직을 제어하고, 기계적 물성과 가공성을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DTP용 천연잉크 제조 및 디지털 프린팅 공정 기술 개발’은 전통 날염공정에 IT 기술을 접목한 DTP(디지털섬유프린팅) 시스템을 적용해 친환경 날염제품의 대량 생산으로 산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복합종균 기반 차세대 전통 발효장류 개발’은 전통식 된장이 단일 균주를 이용해 맛이 획일화된 일본식 된장에 비해 복합균주를 활용함으로써 감칠 맛과 깊은 맛이 있지만 바이오제닉아민 등 인체 유해물질이 생성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국내 간장과 된장을 조사한 결과 우수 발효특성을 가진 균이 바실러스 벨레젠시스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현재 논문을 작성 중에 있으며, 특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호규 박사가 새로 개발된 '크린 명유' 대해 평가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호규 박사가 새로 개발된 ‘크린 명유’ 대해 평가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이순재 프리랜서

전시제품으로는 △과거 생들기름을 이용한 명유(단청 보호나 나무의 발수제로 사용)를 고분자 반응을 이용해 촉매를 쓰지 않고 만들어 내는 ‘크린 명유’ 개발, △백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녹을 방지하는 방청 기능을 가진 방염제 개발, △붓질을 하지 않고 분사하는 기법을 적용한 옻칠 개발 등도 소개되었다.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전통문화 융합 연구 결과물을 살펴보고 있다. ⓒ 이순재 프리랜서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이 과학기술과 전통문화 융합 연구 결과물을 살펴보고 있다. ⓒ 이순재 프리랜서

전통문화융합연구사업은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과 프리미엄 창출을 통해 2025년 1조4000억 원 규모의 전통문화 기반 신시장(전통문화사업 8000억, 산업분야 6000억 원)을 창출한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다. 목표연도까지 한류기반 소비재 신제품 명품을 20개 개발하고 1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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