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의 힘으로 마스크맵 제작했다”

스마트클라우드쇼 개최…시민 해킹 활동 집중 조명

‘시빅 해킹(civic hack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정부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분야를 시민참여 운동으로 채운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공공 문제를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주체는 정부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시민이 직접 나서 공공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이다.

공공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바로 집단지성이다. 서로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기술과 관련한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여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재난이나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마스크맵 제작과 관련하여 시빅 해커들의 활약상이 발표됐다 ⓒ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3일 온라인상에서 개최된 ‘2020 스마트클라우드쇼’는 이 같은 집단지성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첨단 기술의 향연장이었다.

‘데이터 공유가 가져올 사회문제 해결의 새로운 변화’를 주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공유 생태계 조성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마스크맵 제작은 우리 모두의 참여가 있기에 가능

‘공적 마스크 데이터 개방과 마스크맵 서비스 개발의 의의’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황은미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 프로젝트 간사는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빅 해킹을 주도하는 시빅 해커(civic hacker)들과 정부, 그리고 기업과 수많은 약국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드포코리아는 ‘시빅 해킹을 통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비전을 갖고 설립된 온라인 커뮤니티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된 코드포코리아는 공적 마스크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오늘날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시빅 해커들로 구성된 코드포코리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염병이 한창 창궐하던 지난봄, 마스크 한 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시민들에게 공적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지도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한 마스크맵 제작에는 구성원 모두의 집단지성이 제공됐다 ⓒ 코드포코리아

당시는 ‘공적 마스크 판매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판매처별 마스크 수량이 공개되지 않아 시민들은 어디로 가야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던 시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시빅 해커들은 정부에게 ‘공적 마스크 재고’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이 같은 요청을 승인했고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공적 마스크 판매처와 판매 현황 등을 오픈 API 형식으로 제공했다. 그 결과 전국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도인 ‘마스크맵’은 물론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제공하는 ‘코로나맵’ 같은 유사한 결과물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황 간사는 “그 당시 코로나19 확산 현황을 알려주는 지도앱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지만, 마스크 재고 상황을 알려주는 지도앱을 개발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라고 밝히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진행이 더뎠던 마스크 공급 체계가 시민의 집단지성을 통해 해결 방법이 모색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첨단 ICT 기술도 한몫

‘마스크맵’을 언뜻 보면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클라우드 같은 최신 ICT 기술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개발된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이를 여러 사람이 함께 감상하려면 넓은 공간과 출입이 자유로워야 한다. 마스크맵 사용도 마찬가지다. 공적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위치 정보를 담고 있지만,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 접속하면 마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협의체인 ‘파스-타(PaaS-TA) 얼라이언스’와 협력하여 네트워크 접속 폭주에도 탄력적으로 대응 가능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전만 하더라도 과도한 접속으로 인해 정보제공을 하는 웹사이트나 앱이 마비되기 일쑤였다. 또한 과다한 운영비용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참여만으로는 서비스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축적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가 새로운 시각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코드포코리아

이에 파스-타 얼라이언스는 긴급한 클라우드 수요에 대해 무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렇게 제공된 공적 마스크 API 클라우드는 서비스 오픈 후, 3주간 동안 총 5.7억 회의 호출을 기록하며 전 국민의 폭발적 관심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같은 경우는 시빅 해커들이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개방 데이터와 메타 데이터 등을 우선적으로 제공했다. 개방 데이터에는 마스크맵 개발에 필요한 판매처별 입고 상황 및 재고 현황, 그리고 판매가 소진된 물량 등에 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포함되어 제공되었다.

황 간사는 “이 같은 정보들의 집대성 외에도 시빅 해커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료들을 공유할 수 있는 SNS가 활발하게 운영되었고, 코로나19 관련 공공데이터에 대해 누구나 기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 소싱 작업들이 핸드북 형태로 제작됐다”라고 소개했다.

발표를 마치며 황 간사는 “마스크맵처럼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성과물들을 보며 외국에서는 ‘마치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해커톤(hackathon)을 보는 것 같다’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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