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결정에 도움 주는 호주 과학강연

최신 융합과학 트렌드에 대해 설명

지난 14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UNSW)에서 ‘과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호주 과학 아카데미(Australian Academy of Science)와 호주 기술 과학 엔지니어링 아카데미(Australian Academy of Technological Science and Engineering) 주최로 열렸다.

특히, 4개의 강연은 서로 조금씩 연결돼 있어서 최근 융합과학이 주된 흐름임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 산업화 초기 과학자들은 화학, 물리, 수학 등 여러 과목을 한 사람이 다 섭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과학이 점차 세분화돼 자신의 전문 분야만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20세기 후반까지 주류를 이루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과학자들은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또다시 융합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저명 과학자들의 입으로 직접 듣는 최근 연구동향

호주 과학 아카데미는 약 450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호주 최고 권위의 과학자 단체다. 매년 20여 명의 신입회원을 과학 업적과 기여도를 고려한 엄격한 심사로 선정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UNSW 대학의 메를린 크로슬리 교수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운동선수가 올림픽 대표선수가 되는 것보다, 과학자가 과학 아카데미 신입회원으로 뽑히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어렵다고 한다.

▲ 아이빙 유 교수가 입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강연을 맡은 리차드 하비(UNSW, 분자생물학), 조스 블랜드 호손(시드니 대학, 천체물리학), 아이빙 유(UNSW, 재료공학), 마하난다 다스굽타(호주 국립 대학, 핵물리학) 등 4명의 교수는 모두 호주 과학 아카데미 소속의 저명한 과학자들이다.

행사가 열린 UNSW는 호주 명문대학 그룹인 G8에 포함되는 우수한 대학으로 특히 과학과 엔지니어링 부문이 유명하다. 강연은 사전 초청된 11,12,13학년(한국의 고등학생에 해당)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강연이 한국 대학들의 입학 설명회와 다른 점은, 학교 소개나 입시방법 안내가 아닌 순수 과학 강연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각 교수들의 강연을 통해 학생들은 실제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하며 어떤 진로로 나가게 되는지, 또 최신 과학의 트렌드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정보를 얻게 된다. 특히 강연회가 끝나고 열리는 파티에서 교수들과 직접 만나 입시에 관련된 질문이나 과학에 관련된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형식의 강연회는 호주 과학 아카데미와 대학들의 협력으로 종종 이루어진다. 실제 이날 만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UNSW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 열리는 강연회에 참여하여 과학학부에 들어가서 배우게 될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고 있었다.

4개의 강연 중 아이빙 유 교수의 강연과 마하난다 다스굽타 교수의 강연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작은 입자, 큰 과학

아이빙 유 교수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UNSW 대학 재료공학과에서 입자구조 시뮬레이션 모형제작 연구실(Simulation and Modeling of Particulate Systems)의 감독을 맡고 있다. 재료공학의 권위자로 대기업들과 다양한 산학협력연구를 활발히 해왔다.

입자들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입자는 인간이 다루는 물질 중에 물 다음으로 가장 많다. 유 교수에 따르면 입자에 대한 지식이 과거부터 향상되어 왔지만, 아직도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현재 연구 수준 사이에 격차가 크기 때문에, 입자 과학 기술에 대한 연구수요가 매우 크다. 재료공학 중에서도 입자과학은 여러 과학 분야가 함께 협력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현재 당면한 연구과제는 주로 시뮬레이션과 모형설립에 대한 것이 많다. 컴퓨터 모형 검증, 입자 간 역학의 정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의 발달 등이 그것이다. 개별 입자들의 크기와 힘 궤적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제 간 연구가 필수적이며 최근 컴퓨터 기술과 시뮬레이션기술의 발달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날 유 교수가 강연에서 보여준 시뮬레이션 화면들을 통해 이런 최신동향을 잠깐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시뮬레이션 기술들이 입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들을 가능하게 했으며, 산업계 요구와 지식 간의 격차를 극복하는 데 있어 한 단계 도약을 이끌어냈다. 이런  발전은 원재료 가공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여러 공정에 매우 유용하며, 광물, 금속, 재료, 화학 기타 다른 많은 산업에 활용될 수 있다.

육상허들 그리고 중이온가속기

마하난다 다스굽타 교수는 중이온가속기 연구소(Heavy Ion Accelerator Facility)가 있는 호주 국립대학 핵물리학과에 재직 중인 실험물리학자이다. 그녀는 가속기 기반의 핵융합과 핵분열에서 국제적인 선두 주자이다.

▲ 마하난다 다스굽타 교수가 핵물리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스굽타 교수는 이날 청중들에게 핵융합의 원리를 허들 육상선수에 비유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두 개의 핵이 만나서 핵융합이 일어날 때, 둘 다 양성을 띠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밀어내는 힘이 생긴다. 다스굽타 교수는 이 밀어내는 힘을 육상선수의 허들에 비교했다.

즉, 핵을 융합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밀어내는 힘보다 더 큰 에너지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는 육상선수가 밀어내는 힘이라는 허들을 뛰어넘어 매트 위에 착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자가 움직이면서 이 밀어내는 힘이 항상 같은 것이 아니라 낮아지는 때가 있다. 이 때에는 더 작은 에너지로 핵융합을 가능케 할 수 있다. 다스굽타 교수는 이 사실에 착안해 핵융합이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연구에 기여해 왔다.

▲ 국립 호주 대학에 위치한 중이온가속기 시설


다스굽타 교수는 호주국립대학 물리학부의 자랑인 중이온가속기의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전 세계에서 몇 개밖에 없는 중이온가속기는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핵융합과 분리를 연구할 때 중이온가속기가 이용되는데, 핵물리학 이외에도 천체물리학, 재료공학, 의학에 접목되고 있다. 

전 세계 노벨물리학상의 20% 가량이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한 연구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이 설비의 파급효과는 크다. 우리나라도 세종시에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이온 가속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숫자에 불과하다.

와인과 음료, 샌드위치가 준비된 강연 후 행사

호주에서는 강연회 행사 전이나 후에 대부분 간단한 스탠딩 파티형식의 행사가 준비된다. 이 행사는 강연회가 일방적인 전달에 그치지 않고 청중과 강연자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강연 후 행사에는 강연을 마친 교수들은 물론이고 주최측인 호주 과학 아카데미와 호주 과학 엔지니어링 아카데미 소속의 과학자들과 학부모들, 학생들이 참가했다.

파티에 참석한 빌 호킨스 씨와 에드워드 호킨스 군 부자는 행사에 매우 만족한다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인 패틴슨 씨와 제임스 패틴슨 군 모자는 비슷한 다른 행사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날의 행사는 과학자들의 실제 연구내용을 들을 수 있어 매우 알찼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앤젤라 매간 씨와 브로스 매간 양 모녀는 아직 11학년이라 입시까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진로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강연에 참석했다며 이런 행사가 또 있다면 다시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부모 중 한 분을 동반하고 행사에 참여했으며, 대부분 어머니가 동반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아버지와 함께 온 학생들도 과반수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강연을 맡은 교수들과 강연을 듣고 난 학부모, 학생들이 더 깊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교수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행사장을 가장 나중에 떠났다. 행사가 끝나고 강연자와 청중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한국에서도 활성화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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