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지식재산권 분쟁…한국이 해결하자

[세계 산업계 동향] 창조경제 시대의 특허전쟁 (하)

세계적으로 특허사냥꾼(NPE)들이 판을 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특허강국인 미국의 법이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별로 들쭉날쭉한 특허법 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NPE들은 법의 약점을 이용해 특허를 활용한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MS, 인텔, 애플, 구글 등 주요 업체들까지 특허사냥꾼 사업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사냥꾼 문제를 단순히 범죄적 행위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한 실정이다.

각국 정부들은 이 같은 특허권 남용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추진해왔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5년 4월 사법부 및 연방위원회를 통해 지식재산권 허가의 독점금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2007년 4월에는 사업부 및 연방무역위원회를 통해 독점금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한국 특허분쟁 생태계의 참담한 현실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의회와 함께 특허 소송 남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법안을 추진 중인 것은 기존 법으로 통제되지 않는 특허사냥꾼(NPE)들의 활동을 더욱 강력하게 억제하기 위한 추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 특허사냥꾼(NPE) 인터디티털의 기술 키워드 분포도. 마이크로페이턴트(MicroPatent) 사의 특허분석 도구(Aureka)를 이용한 분석결과로 주로 무선통신 기술 관련 용어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특허정보원


현재 추진 중인 법안에는 NPE에 대해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시키고, 소송 당한 기업이 원고를 NPE라고 지목할 경우 90일 이내 NPE가 아닌 것을 입증해야 하며,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원고 등에 대한 신원 공개를 의무화해야 하는 등 강력한 조항들이 들어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대한민국 특허(IP) 허브 미래전략’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강창희 국회의장을 비롯 43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특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우리나라가 특허분쟁 해결의 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어떤 미래전략을 갖고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를 찾은 특허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특허분쟁 생태계는 매우 참담한 실정이다. 2009년 기준 한국에서 진행된 특허무효심판 사건에서 특허무효율이 71.6%에 달하고 있다. 반대로 1997~2005년까지 특허침해사건에서 특허권자 승소율은 26%에 불과하다.

특허소송을 통해 받은 평균 배상액은 2009년 5천만 원, 2010년 8천400만 원으로 2011년 미국의 102억 원과 비교해 100분의 1도 안 되는 실정이다. 전체적으로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최하위권에 있는 수치들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해마다 늘어나 2012년 기준 약 6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소송에 직면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은 한국에서의 소송을 피하고 외국을 찾고 있다. 연간 특허소송 건수를 비교한 결과 미국의 1%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상 박성준, ‘지식재산 생태계의 현황과 문제점’)

서울 고등법원 백강진 판사는 한국 법원의 국제적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특허 분야에 있어서는 지적재산권소송 무용론이 제기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

특허법원 신설해 소송 전문화해 나가야

증거확보, 비밀유지, 제재수단 다양화, 전문가 관여를 확대하고, 손해배상 산정방식을 유연화하며, 심사제도 절차를 개선하고, 무효판단 이론을 확립하는 한편 특허 전문법원을 신설해 특허관련 소송을 전문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건전한 지식재산이 보호받을 수 있는 특허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특허사냥꾼 등을 통한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인 견제를 강화하고, 지식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 16일 리츠칼튼호델에서 열린 ‘표준특허 보호 ̛활용을 위한 전략포럼’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부 등 관련 부처와 협력해 국가 R&D 시스템을 특허창출과 연계해 추진하고, 관련 제도 등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거 특허 소송은 지금과 비교해 매우 단순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1976년 폴라로이드-코닥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폴라로이드는 자신들이 개발한 즉석카메라 관련 특허 12건을 경쟁업체 코닥이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지방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990년대 이전 특허 소송 당사자들은 해당 기술 분야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 새로운 유형의 소송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1998년 미국 인텔(Intel)-테크서치 소송이다. 인터내셔널 메타 시스템스(IMS)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의 특허권을 사들인 테크서치는 회사에 자신들의 특허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테크서치가 요구한 배상액은 특허권 매입가의 1만 배에 이르렀다. 당시 인텔 측 사내변호사로 활동했던 피터 뎃킨(Peter Detkin)은 테크서치를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지금 이 특허괴물들 수가 급격히 늘어나 기업 경영에 큰 위협 요소로 등장했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지식재산은 창조경제의 화폐이자 창업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세계 산업계를 재편하고 있는 특허전쟁에 직면해 국가적으로 민첩한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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