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로호는 ‘독을 빼내는 기간’

나로호 3차발사… 카운터다운(9)

지난 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로호(KSLV-Ⅰ) 3차 발사 연기 원인에 대해 잠적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 제 7차 회의 결과 발사체와 발사대 연결 부분인 ‘어댑터 블록’에 틈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관련 러시아 흐루니테프 우주센터 측은 7일 이처럼 틈을 만들어 고무실링 파손을 가져온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그 원인을 분석해 새로운 ‘어댑터 블록’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후 지구 상공을 돌고 있는 나로과학위성 가상도. 한국은 지금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기 위한 로켓 개발 초기 단계에서 기술을 축적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9일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러시아로부터 새로 만든 부품 통관 승인이 곧 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5일쯤에는 이 부품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자 문제로 귀국했던 러시아 연구진도 14일, 15일 양일 동안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패 경험 속에서 로켓 기술 축적돼

교과부 관계자는 ‘어댑터 블록’이 들어오면 이를 나로호 1단에 부착한 후 자체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상이 없을 경우 발사 1주일 전에 발사 예정일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될 경우 23일쯤 발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하는데 대략 세 번의 단계가 있다. 하나는 독자적인 우주발사장을 갖는 일이다. 두 번째는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 두 번의 단계를 마친 상태다.

마지막으로 자체제작한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일이 남아 있다. 로켓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자꾸 걸리고 있다. 발사 성공이 늦춰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불만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 되는 것을 구태여 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식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 로켓 개발자들은 ‘실패’란 단어를 항상 달고 다녀야 한다. 사진은 나로호 3차발사를 앞두고 협의 중인 한국, 러시아 기술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러나 로켓 개발자들은 이 ‘실패’란 단어를 항상 달고 다녀야 한다. 나카노 후지오(中野不二男)라는 일본의 논픽션 작가가 있다. 전 우주개발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우주개발 관련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바 있다.

그는 일본 로켓 개발의 산 증인이라고 불리는 고다이 도미후미(五代富文) 박사와의 대화로 엮은 ‘로켓 개발 그 성공의 조건’이란 책에서 ‘실패’란 단어에 대해 질문한다. 로켓 개발에 있어 ‘실패’란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냐는 것이다.

돌발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언론들이 ‘실패’라는 말을 사용해 실무자들을 질책하는데 사실상 실패는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고다이 박사는 지난 1989년 H1로켓 5호기로 정지기상위성(GMS-4)을 탑재한 히마와리 4호를 발사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한다.

H1로켓에서는 주엔진과 2개의 소형 보조엔진이 점화되고 나서 6개의 고체 보조로켓에 착화신호가 가게되는데, 1989년 8월 발사하려고 했을 때 주엔진, 보조엔진 모두 점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자 이 소식을 접한 TV, 신문 등에서 ‘발사 실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실무자 입장에서 많은 아픔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로켓은 다음 달인 1989년 9월6일 발사에 성공하게 된다.)

고다이 박사는 “그렇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실패(failure)’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기계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의 ‘기능부전(Malfunction, 機能不全)’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태가 나쁘다는 뜻의 ‘기능장애’라고 설명했다.

일본 안정기 들어서 95% 성공률 확보

문제는 ‘실패’라는 말의 의미가 너무 단정적이라는 것이다. 아주 작은 실수서부터 중요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실패’라는 한마디 단어로 정리해버린다는 것. 로켓 개발 실무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로켓 개발 상황이 그렇게 섬세한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로켓을 발사하기까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밀 체크하도록 돼 있는 것이 국제 관행이다. 세밀하게 점검한 후에 또 다시 점검을 하는 등 이 반복되어지는 세밀한 점검과정이 로켓 개발에 있어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검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말하는 ‘실패’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실패가 많다. ‘욕조곡선(Bathtub Curve)’이라는 말이 있다. 실패 확률을 도표로 표시한 것을 말한다. 욕조처럼 처음에는 매우 높았다 점차 낮아지고, 점차 안정기로 들어서다가 다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하게 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해주는 도표다.

나카노 후지오 씨는 최초의 10기에서 20기까지의 발사기간을 ‘독을 빼내는’ 기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성공률이 60~70%에 불과하지만 그 후에는 95%라는 높은 성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역시 ‘실패’에 대해 무자비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기술대국 일본의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실패’에 대한 경고를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실무자들로 하여금 진짜 중요한 기술개발보다 전시성 개발에 치우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 미세한 기술들을 축적해나가는 로켓 개발 시스템의 속성을 이해해줄 것을 주문했다.

나로호 3차 발사 연기 이후 한국과 러시아 실무진은 지금 이 미세한 점검과정을 확인하면서 발사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비교적 성격이 급한 한국 문화에서 보았을 때 매우 느려 보이는 발사준비 과정이 못마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의 발사체 기술이 축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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