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의 용융 핵과 그 위의 단단한 맨틀 층 사이에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메릴랜드 지구물리학자들은 지구 속을 통과하는 수천 개의 지진파와 음파 기록에서 지구 핵과 맨틀 층 사이의 반향(echos)을 분석해, 뜨거운 고밀도의 암석 구조물이 폭넓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포착한 많은 반향들을 분석한 결과, 지구 핵과 맨틀 경계에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폭넓고 이질적인 구조물, 즉 특이하게 조밀하고 뜨거운 암석 영역으로 구성된 ‘초저속지대(ultralow-velocity zones, ULVZs)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2일 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새 연구에서 지구 핵과 맨틀 경계의 넓은 영역에 대해 처음으로 세부 해상력을 지닌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지구 속 깊은 곳의 ‘초저속지대’라고 불리는 뜨거운 고밀도의 암석 지역을 지나는 지진파가 휘어지고 회절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 연구팀은 지진계에 기록된 회절파를 새롭게 분석해 마르키즈 제도 아래에 새로운 초저속지대가 있으며, 하와이 아래에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초저속지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Doyeon Kim/University of Maryland
29년간의 수천 개 지진파 자료 동시 관찰
연구팀은 이들 구조물의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을 하지 못한 상태이며, 이전 연구들에서는 제한된 견해만을 제시했었다.
이 구조물들의 모양과 범위를 좀 더 잘 이해하면 지구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질학적 과정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특히 판 구조론의 작용과 지구 진화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태평양 해역 분지 아래를 통과하는 지진파의 반향에 연구의 초점을 두었다. 이 반향들을 분석한 결과 남태평양의 화산 열도인 마르키즈(Marquesas) 제도 아래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구조물이 나타났고, 하와이 제도 아래에 있는 구조물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 제1저자인 김도연(Doyeon Kim) 메릴랜드대 지질학과 박사후 연구원은 “통상해왔던 것처럼 지구 핵과 맨틀 경계의 반향 연구에서 한 번에 몇 개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수천 개의 에코를 동시에 관찰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를 통해 지구 핵과 맨틀 경계 영역에 이런 반향들을 생성할 수 있는 수많은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구조물들은 전에는 좁은 시야로만 관찰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진은 지구를 통해 음파를 내보낸다. 진동 기록에는 지진파가 지구 핵과 맨틀 경계를 따라 이동할 때 조밀한 암석 구조물 주위에서 회절하고 휘어질 때 나타나는 에코가 기록된다. 연구팀은 이번 새로운 에코 분석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초저속지대에 대한 광범위한 시각을 제시하고, 초저속지대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넓게 퍼져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Doyeon Kim/University of Maryland
전단파 에코에서 단서 찾아
지진은 지표 아래에서 수천 마일을 이동하는 지진파를 생성한다. 이 지진파가 밀도나 온도 혹은 구성이 다른 암석을 만나면 속도가 변하거나 휘어지고 분산하게 되는데, 이때 과학자들이 탐지할 수 있는 에코를 생성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구조물에서 나오는 반향은 더 빨리 도달하고, 큰 구조물에서 나오는 반향은 크기가 더 크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위치의 지진계에 도달하는 에코의 이동시간과 진폭을 측정함으로써 지표 아래에 숨겨진 암석의 물리적 속성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박쥐가 주변 환경을 지도화하기 위해 초음파의 반향을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박쥐는 발사한 초음파가 여러 물체에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과 범위 등을 보고 주변 물체의 위치와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박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전단파(shear wave)라고 불리는 특정 유형의 파동이 지구 핵과 맨틀 사이 경계를 따라 이동할 때 생성되는 에코를 조사했다.
단일 지진의 진동 기록(seismograms)에서는 회절 된 전단파에서 나온 에코와 불규칙한 잡음을 구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많은 지진에서 나온 많은 진동 기록을 한꺼번에 살펴보면 유사성과 패턴이 드러나 데이터에 숨겨진 에코를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란 별 모양의 지진이 지구를 통해 음파를 보내는 모습. 파란색 삼각형으로 보이는 지진계는 지진파가 지구 핵-맨틀 경계를 따라 이동하면서 울퉁불퉁한 암석 구조물 주위에서 회절되고 휘어지는 에코를 기록한다. ⓒ Doyeon Kim/University of Maryland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7000개 진동 기록 분석
연구팀은 시퀀서(Sequencer)라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1990년부터 2018년까지 29년 동안 태평양 해역 분지 주변에서 발생한 규모 6.5 이상의 지진 수백 개에서 기록된 7000개의 진동 기록을 분석했다.
시퀀서는 이번 연구의 공동연구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이 원거리에 있는 별과 은하들에서 나오는 방사선 패턴을 찾기 위해 개발한 도구다. 이 알고리즘을 지진의 진동 기록에 적용하자 수많은 전단파 에코를 발견했다.
김 박사는 “지구과학 연구에서 기계학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시퀀서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지진파 에코를 체계적으로 감지함으로써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맨틀의 기저 구조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구 핵과 맨틀 경계 구조에 대해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 공저자인 베드란 레키치(Vedran Lekic) 메릴랜드대 지질학과 부교수는 “모든 지진파 경로의 약 40%에서 에코가 발견됐다”고 전하고, “에코가 더 드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놀랐고, 지구 핵과 맨틀 경계에 있는 이례적인 구조물들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밝혔다.
마르키즈 제도 아래의 새로운 ‘초저속지대’ 발견
연구팀은 또 하와이 제도 아래 지구 핵-맨틀 경계에는 매우 밀도가 높고 뜨거운 물질로 구성된 부분이 있으며, 이것은 독특하게 커다란 에코를 생성해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크기가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초저속 지대로 알려지는 이 같은 부분은 화산 기둥의 지하 뿌리에서 발견된다. 지구 핵-맨틀 경계에서 뜨거운 암석이 이곳으로 솟아올라 화산 섬을 만들게 된다. 지구에서는 하와이 아래의 ULVZ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르키즈 제도 아래에 알려지지 않은 ULVZ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레키치 교수는 “마르키즈 제도 아래에 그런 커다란 초저속 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시퀀서 알고리즘이 전에는 할 수 없었던 놀라운 방식으로 전 세계의 데이터를 연결 지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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