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지구 밖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이태형의 생활천문학 22

화성에서 흐르는 물의 증거가 발견된 이후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연 지구 밖의 다른 천체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는 정말 우리가 모르는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별 주위에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가리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해비터블 존, Habitable Zone HZ, 혹은 Circumstellar Habitable Zone CHZ)이라고 부른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태양계에서 순수한 물이 액체 상태로 발견된 곳은 지구밖에 없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적당한 온도이다. 물은 대기의 압력에 따라 끓는점과 녹는점이 바뀐다. 섭씨 0도에서 물이 얼어서 고체가 되고, 100도에서 끓어서 기체가 되는 것은 지구의 대기압력, 즉 1기압일 때이다.

기압이 달라지면 물이 얼고 끓는 온도도 바뀐다. 대기가 거의 없는 곳이라면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대기의 압력이 아주 높다면 물은 100도 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압이 내려가면 물의 끓는점은 내려가지만 녹는점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은 액체 상태일 때보다 얼음일 때 부피가 늘어난다. 따라서 압력이 약해지면 오히려 쉽게 얼고, 압력이 높아지면 얼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물은 대기가 거의 없는 곳에서는 얼음 상태로 존재하거나 아니면 기체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

압력과 온도에 따른 물의 상태 변화. ⓒ 이태형

압력과 온도에 따른 물의 상태 변화. ⓒ 이태형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적당한 온도 뿐 아니라 적당한 대기가 있는 곳이라야 한다. 그곳이 바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이다. 해비터블 존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 중에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는 것도 있다. 영국의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의 이름이 바로 골디락스이다.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고, 뜨겁지도 춥지도 않는 가장 적당한 곳을 가리켜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

과연 이런 조건에 맞는 곳이 우주에 얼마나 많이 있을까? 1960년대에 미국 천문학자인 드레이크 박사는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 열 개 중 하나는 행성이 있고, 그 행성 열 개 중 하나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라면 우리 은하에 대략 수십억 개 정도의 지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행성 탐사를 목적으로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우리 은하계에만 지구 크기 정도의 행성 400억 개가 해비터블 존이 존재하고, 그 중 100억 개 이상은 태양과 같은 별을 돌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이것은 행성만을 분석한 것이고 위성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

액체 상태의 물이 꼭 별 주위의 해비터블 존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를 별에서 받지 않더라도 다른 이유로 온도가 올라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 조석력이나 방사능 붕괴에 의한 열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대기의 압력이 아닌 다른 압력에 의해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 결국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태양계의 경우 해비터블 존을 넓게 잡을 경우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 거리의 0.75~3배까지 로 본다. 이 영역에 속하는 것은 금성과 지구, 달, 화성, 그리고 여러 소행성들이다.

하지만 금성의 경우 강한 온실효과로 인해 내부 온도가 500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화성의 경우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기압이 지구의 1% 정도 되고 여름철을 전후해서 온도가 0도 이상 오를 수도 있는데, 그 경우 액체 상태의 물이 잠깐 동안 존재할 수도 있다.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과 2011년 12월에 발견된 케플러 22b 행성의 상상도. ⓒ 천문우주기획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과 2011년 12월에 발견된 케플러 22b 행성의 상상도. ⓒ 천문우주기획

하지만 실제로 그 가능성은 무척 낮고 결국 화성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소금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화성의 지표면 아래에 지열이 높은 곳이 있다면 그곳에는 액체 상태의 지하수가 존재할 수도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기가 있어야 하고, 행성이 대기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자체의 자기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자기장이 없다면 별로부터 날아오는 방사능으로 인해 대기가 그대로 보전되기 어렵다. 물론 지표면도 방사능에 오렴되어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질 것이다.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성의 핵이 충분이 뜨거워서 녹아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조건이 갖추어져 있을 때 정말로 생명체가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화성에 액체 상태의 소금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의 가장 큰 의미는 그곳에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곳에서 미생물 형태라도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우주에는 수많은 곳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 중에는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해비터블 존의 설정이 너무 지구와 인간 위주로 되어 있다고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물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를 이루는 물질들, 지구 위의 생명체들은 이 우주에 포함되어 있는 보편적인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외계에는 없고 지구에만 있는 특별한 원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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